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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가 '가해자'로 밝혀진 과거사 사건들.

그러나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건들, 연속보도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KBS는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사과' 권고에 대한 정부의 이행현황을 입수했습니다.

온갖 이유를 대면서 사과를 차일피일 미뤄온 사례들, 심지어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돌린 사례들, 여러 건이 확인됐습니다.

먼저 김성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포승줄에 묶여 재판받는 5명, '문인 지식인 간첩단'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35년 뒤 조작·날조의 '피해자'였음이 드러납니다.

박정희 정권의 군 보안사가 고문 등으로 꾸며냈던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30대 청년이었던 임헌영 씨는 어느덧 80대 노인이 됐습니다.

그 사이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사과 권고가 있었고 그로부터 또 10여 년이 지나, 재작년쯤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임헌영/문인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여기는 뭐 육군본부'라고 했던가, 뭐라고 하면서 '혹시 보안사에서 무슨 사건을 겪은 적이 있느냐?'"]

갑작스러운 전화는 다짜고짜 아픈 상처부터 헤집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군은 '사과하려는 전화'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임헌영/문인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이냐' 그랬더니 그리고 끊었어요. 사과도 아니고 이것들이(군이) 또 무슨 조사를 하고 협박을 하나 그렇게 생각했죠."]

취재진은 정부가 이 사건의 이행 상황을 어떻게 기록했는지 찾아봤습니다.

"사과 방안에 동의하지 않아, 이행이 불가하다".

무언가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임헌영/문인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정부에서는) 부동의해서 이행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런 식으로 유야무야 한 사건, 더 있었습니다.

1983년에 벌어진 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가 해외에 있어 사과할 수 없다'는 게 공식 처리 결과인데, 국가가 만날 수 없다던 그 피해자들은 KBS 취재진의 수소문으로도 충분히 연락이 닿았습니다.

[김병진/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마지막에는 2019년 10월인가 11월에 한국에 갔었어요. 간첩이라고 잡아넣을 때는 해외 국민이라는 것을 빌미로 삼아서 간첩으로 조작했는데, 이제 와서 해외 국민이니까 뭐 연락을 못 한다는 건, 말이나 되는 소리를..."]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찾아서 사과할 수 있었단 게, 당시 진실화해위 조사관의 말입니다.

[변상철/1기 진실화해위 조사관 : "보고서에 당시 저희가 조사했던 피해자들, 그 다음에 참고인들, 수사관들의 인적사항들을 다 기록해 놓아요. 저 정도 답변이라면 거의 저 서류를 조작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할 정도예요."]

1기 진실화해위 권고 이행 현황에 '불가'로 적힌 과거사는 46건.

모두 군과 관련된 사건입니다.

KBS는 "이제라도 관계 부처와 협의해 사과 등의 이행 방안을 마련하겠단" 답변을 받았습니다.

권고가 나온 지 12년 만입니다.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신남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