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토야마 ‘핵 반입 금지’ 발언 논란 _급하게 돈을 벌기로 약속하다_krvip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가 지난 23일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미국에 대해 일본으로의 핵 반입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토야마 대표는 지난 23일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핵 반입을 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하도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8·30 총선을 닷새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반수를 훌쩍 넘는 300석(총 480석) 이상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민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 그가 차기 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다음 달 하순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하토야마 대표가 총리로 참석하게 되면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당 대표대행은 24일 "외무성은 미국에 확실하게 말을 하지 못한다. 자민당 외교는 외무성에 의한 외교를 따라가기만 한다"며 "'하토야마 총리'는 오바마 대표와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하고, 우호관계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일본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미국 측이 1990년대부터 평상시에는 함선에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도록 방침을 정한 만큼 미국 측이 반입 금지 수용을 선언해도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 측이 이렇게 할 경우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대등한 미·일 외교'의 상징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민주당의 생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핵무기 운용 계획에 대해 "이를 명확히 밝히면 억지력에 손상이 온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의 한 지일파는 요미우리(讀賣)신문에 "중국이 핵을 보유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데 미국의 핵만 문제 삼는 것은 안정보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비핵 3원칙에 대한 하토야마 대표의 오락가락하는 듯한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하토야마 대표는 지난달 '핵 반입 밀약'과 관련,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라고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총선 이후 공조가 필요한 사회당 측이 반발하자 비핵 3원칙의 법제화 검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비핵 3원칙은 일본 정부가 1968년 1월 발표한 것으로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으며,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또 미·일 간 핵 반입 밀약은 앞서 1960년 양국 안보조약 개정 시 일본 국내로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반입할 때 사전협의를 하도록 규정하면서, 핵무기 탑재 미 함정의 기항과 항공기의 영공 통과 등의 경우에는 사전협의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비밀리에 합의했다는 것이나,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하토야마 대표의 일련의 발언에 대해 "일부러 불씨를 만드는 것 아니냐"며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공약 위반이 아니라고 말할 여지가 있을 정도로 애매한 표현을 해야 한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