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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긴 이번 설 연휴, 아이들과 혹시 동물 보러 갈 계획 있으신가요? 동물들이 요즘엔 대형 동물원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동물을 만질 수 있게 해주는 '체험형 동물원', 심지어 동물을 원하는 곳까지 데려가 보여주는 '이동식 동물원'같은 온갖 유사 동물원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동물들을 실컷 볼 수 있는 '야생동물카페'는 동물원인지 그 정체도 헷갈립니다. 과연 그곳에 있는 동물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제대로 발도 딛을 수 없는 곳...갇혀 사는 동물들


한 쪽 눈이 크게 아파보이는 고양이가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 채 철창 안에 가둬져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냐옹'하고 우는 고양이들 밑으로 차갑고 더러운 바닥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이 담긴 그릇도 없고, 고양이한테 필수적인 모래상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감옥보다 더 못한 곳에 말 그대로 고양이들이 전시돼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동물체험'시설입니다. 정식 동물원으로 등록까지 받은 곳이었습니다.

동물을 전시하면서 동물과 사진찍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의 '체험'을 제공하는 동물체험시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동물체험을 검색만 해도 전국 곳곳에 있는 시설들과 수많은 블로그 후기들이 나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곳들도 적지 않은 후기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곳들이었습니다.



프레리도그는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로키산맥을 중심으로, 많게는 수백마리씩 무리 지어 사는 다람쥐과의 포유류입니다. 그런데 바깥에 전시된 채 체험에 이용되는 작은 프레리도그들은 바닥이 철망으로 된 '뜬장'에 있었습니다. 철망 구멍 사이사이로 발이 빠져, 바닥도 제대로 밟지 못하고 살아야 합니다. 배설물을 보다 쉽게 처리하기 위해 뜬장에서 사육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토끼, 기니피그들도 마찬가지로 좁디좁은 뜬장에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뜬장에서 동물을 사육할 경우 발을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결국엔 건강도 크게 해친다고 지적합니다. 눈에 띄게 털이 빠지고 피부병이 있는 청설모 역시 뜬장에 갇혀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동물 중 하나, 평생 철창 속에 갇혀있는 웅담채취용 사육곰과 다를 게 없어보였습니다.

◆아무리 배달이 발달했다지만...카트에 실려다니는 동물들

마트 문화센터 동물체험 수업을 위해 카트에 실린 채 옮겨지는 동물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인 동물들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배달의 천국이라지만, 이번엔 '이것'까지 등장했습니다. 바로 이동식 동물원입니다. 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마트 문화센터 등을 상대로 동물들을 배달해 전시하는 업체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습니다. 돈만 주면 어디든 동물들을 데리고 달려갑니다. 심지어 사자, 늑대, 곰 등 대형 포유동물을 이동전시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이동식 동물원은 이른바 '찾아가는 생태교육'임을 내세웁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이동식 동물원 실태를 조사해 보니 스컹크, 다람쥐, 햄스터, 거북, 뱀 등 다양한 동물들이 방문 체험수업에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수업 때마다 수십 명의 어린 아이들이 이 동물들을 자유롭게 만질 수 있는데, 이런 과도한 접촉은 동물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교육적 효과라도 있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같은 체험 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이고 잘못된 동물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존중해야 하는 생명이 아닌, 사람이 일방적으로 만지고 귀여워하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동물을 인식하게 한다는 거죠.

게다가 이런 업체들은 동물들의 질병상태 등을 공개할 의무조차 없습니다. 관련 규정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따라서 야생동물 접촉으로 얼마든지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할 수도 있어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동식 동물원은 다른 체험동물원보다 더 열악한 사육환경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빈번한 이동 탓에 동물들이 받는 운송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감금 수준의 사육 시설도 열악한데, 이동식 동물원의 동물들은 제대로 된 기준이나 규정도 없이 작은 철장이나 이동장에 넣어진 채로 겹겹이 쌓여 운송되며, 끊임없이 수업과 이벤트 등에 강제동원되고 있습니다.

◆실내 수족관에 갇힌 맹수...충분한 먹이만 주면 괜찮다?

최근 이런 일도 있습니다. 대형 수족관, 아쿠아리움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넷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됐던 경기도 부천 아쿠아리움의 사자 기억하시는지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는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가면서 동물원 존폐논란까지 있었는데요, 논란이 됐던 아쿠아리움을 찾아가봤습니다.


여전히 실내에 사자들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사자 한 마리는 앉아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2시간 넘도록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당시 항의가 이어지자 장덕천 부천시장은 충분한 먹이를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먹이만 주고 배설물만 치워주면 괜찮다고,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취재진과 함께 동행한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이 사자들이 유리벽 하나만 사이에 두고 바로 근거리에 사람들에게 노출돼 있으며, 실외 공간이나 은신처 하나 없이 실내에서 인위적인 조명과 구조물 속에 사육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자나 호랑이 등의 야생동물들은 생활 반경이 매우 넓습니다. 좁은 실내에 가둬두는 것 자체가 학대라는 겁니다.


바로 사자 우리 옆에는 백호 두 마리도 전시돼 있었습니다. 인간의 학대를 증명이라도하듯, 백호 두 마리는 계속해서 쉴새없이 같은 자리를 왔다갔다 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신호입니다.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외치는 호랑이들 앞에서 구경온사람들은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고 쫓아다니며 영상을 찍었습니다. 호랑이를 보고 신나서 달려온 아이들은 사진을 찍으려다 "아 호랑이야, 예쁘게 사진 찍어주려는데 왜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라고 말하며 천진난만하게 웃었습니다. 이 얼마나 슬프고 어이없는 장면일까요.

◆'깜찍해?'...'끔찍한' 스트레스에 몸부림

지금까지 말씀드린 사례들은 놀랍게도 지자체에 동물원으로 등록한 곳들입니다. 국가가 등록을 받아준 시설이 저모양인데, 등록조차 안 돼 있거나 등록할 의무도 없는 곳들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할까요? 많은 사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취재진은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야생동물 카페'를 찾아가 봤습니다.


야생동물인 라쿤은 동물카페에서 전시하는 대표적인 동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찾아간 곳에서 만난 라쿤들은 모두 공통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끊임없이 벽을 긁거나 지속적으로 벽을 타려고 하고, 두 발로 서서 벽에 매달리거나 제자리를 쉴새없이 도는 정형행동이었습니다. 엉뚱하고 귀여운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모두 끔찍한 공포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 그 공간을 벗어나고자 하는 처절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호주 출신 왈라비. 캥거루처럼 생겼지만 덩치는 절반도 안되는, 캥거루 조카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700만원에 분양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왈라비가 지구 반대편 북미에서 온 너구리, 라쿤을 만났습니다. 서울 마포에 있는 한 동물카페에서 말이죠. 현실에선 만나기 어려운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처럼 전혀 다른 종을 같은 공간에 두는 동물카페들이 최근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이종합사는 동물들에게 치명적입니다.

이색적인 경험이라 홍보하는 야생동물 카페는 최근엔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습니다. 동물들의 특성은 눈꼽만큼도 고려하지 않고 사람들 욕심대로 꾸며놓은 상업시설인 셈입니다.

◆육포하나 못 갖고 오게 하면서...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

중국이나 홍콩에서 구입한 육포, 한국에 가져오지 못합니다. 가축전염병 막기 위해서랍니다. 그런데 어떻게 라쿤과 왈라비, 미어캣은 수입이 가능하죠? 이들이 한국에선 동물원이나 동물카페로 불리는 '동물감금학대시설'에서 만약 탈출해서 한국 야생에 정착한다면 우리 생태계 균형도 무너집니다. 외래종 배스와 황소개구리로 인한 피해 벌써 잊었나요? 이해가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동물 후진국입니다. 우리가 외면할수록, 동물 체험이라는 명분으로 학대받는 동물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겁니다. 늦을수록 더욱 되돌리기 어려워집니다. 동물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지원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설 연휴 끝날 무렵, 우리나라의 동물 실태를 같이 취재한 윤봄이 기자의 후속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