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축구골대에 맞아 숨진 아들…“내 아들 잘못이 아니었다”_베타 물고기를 위한 수족관 히터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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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의무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 이 극단의 표현 사이에 병역의 의무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의무를 따르는 개인에게 군은 어떤 모습일까요. 안전하고, 부당하지 않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한 대응 시스템이 마련된, 국가의 책임을 다 하는 곳일까요.
KBS는 올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려 합니다.

'가야만 하는 군대가 갈 만한 군대의 모습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군은 안전한가'라는 차원에서 군 내 사고의 실태와 보상 문제를 짚은데 이어(2월 15일), 이번에는 사고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보겠습니다.



■ 군대 간 아들에게 일어난 '황당한' 사고

고 이강일 상병의 아버지는 그 날, 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군대 간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전화였습니다.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후 4~5시쯤 전화가 왔어요. 그 통보를 받았을 때는 경황이 없다는 말로도 안 됩니다. 삶의 가치조차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황이었죠."


이 상병은 운전병이었습니다.

다른 부대로 파견 나간 지 9일째 되던 날, 연병장 옆에 세워져 있던 축구 골대를 보고 한 번 매달려봤던 것이 21살 삶의 마지막이 됐습니다. 갑자기 넘어진 축구 골대에 머리를 맞은 이 상병은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보름 뒤 군사경찰(당시 명칭은 헌병)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군에서 사망확인조서를 보내왔습니다. 딱 13줄로 사망 원인이 적혀있었습니다.

故 이강일 상병의 사망확인조서에 기록된 사망 원인 (사망 일시 등 제외)
가족들이 열람할 수 있었던 수사 내용은 전사상심의표의 기록이 전부였습니다.

그마저도 A4 1장을 넘지 않았는데 이미 조서에서 확인했던 사망원인에 "부대에서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연병장에 세워져 있던 축구 골대를 이동시켰고, 이후 고정 철근(안전핀)을 재설치하지 않았다"는 내용만 더 추가돼 있었습니다.

국방부는 고 이 상병이 공무수행 중이었음을 인정해 순직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훈처는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지원대상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의결했습니다.

불가피한 사유 없이 본인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과실이 경합된 사유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죽은 내 아들 실수라더니"...드러난 진실은 인재(人災)

가족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고 합니다. 축구 골대가 쓰러질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상병의 키는 180cm, 몸무게는 100kg. 건장한 체격이었습니다.

"축구 골대가 넘어지려면 어떤 큰 힘이 발생되어야지, 키가 그것을 커버하고 조절할 정도가 됐는데도 왜 피하지 못했나, 혹시 자의든 타의든 일부러 그런 게 아닌가... 초등학교 가서 놀더라도 축구 골대 매달리고 발로 한 번 차보고 하는 게 운동시설인데,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군 조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던 가족들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아들의 사망 경위에 대한 상세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바란다며 진정을 냈습니다.

두 달 동안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군 조사 때는 없었던 건설공학 교수와 축구 골대 제작자 등 여러 전문가의 자문도 받았습니다.

그 결과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진상규명위는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축구 골대'였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대가 자체 제작한 경량 골대였고 무게 중심을 잡는 받침대(그라운드 바)도 없어 평소에도 바람에 넘어갈 정도였다는 점, 그래서 정상적인 골대였다면 이 상병이 매달렸어도 골대가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진상규명위는 " '연병장 흉구(凶具)'와 같은 결함 있는 골대를 방치해 발생한 '인재(人災)'였다"고 전했습니다. 또 당부대에서 골대의 위험성 등에 대해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아, 파견병력이었던 이 상병은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손주희 진상규명위 조사관은 "헌병의 사건조사기록도 300페이지 분량이어서 결코 적지 않았고 당시 군이 안전 관리상의 문제점도 인정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 가장 핵심적인 사망 원인인 골대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가 굉장히 미진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손 조사관은 "현재까지도 다수의 부대는 자체 제작된 비규격 운동시설을 사용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한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우리가 인지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軍 안전사고 조사 목적은 그저 '처벌'입니까?

사고가 주는 교훈을 제대로 찾지 못한 대가는 제2, 제3의 희생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제대로 찾아야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군 조사는 그저 관련자를 처벌하고 수습하기에 급급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도 부대별로 대처가 달랐습니다. 어떤 부대에서는 다행히 가벼운 피해로 그쳤다 해도 다른 부대에서는 대형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제대로 찾아내지도 못했고, 발견했다 하더라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군 안전문제를 연구하는 오정일 우송대 교수는 "군에서 어떤 사고가 나면 누가 잘못했는지 처벌이 뒤따라야 하니까 다 숨기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군사경찰은 일선에서 조금 물러나게 하고 전문가들 집단에서 조사해서,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고 사고의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숨어 있는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 인력의 전문성 확보도 시급합니다.

오 교수는 "사고가 나면 지금까지는 개인의 실수라고 많이 판단했지만, 사실 개인이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관리적 조사가 더 중요하다"며, "보호 장비를 살 수 있는 예산은 배정돼 있었는지, 작업 시간을 충분히 주었는지, 교육은 제대로 했는지, 지휘관이 계획을 갑자기 변경한 것은 아닌지, 위험 요소는 다양하다"고 말했습니다.

군 사고 조사를 맡는 조직의 객관성, 독립성 확보도 필요합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손주희 조사관은 "위원회를 찾는 유족들은 의혹 속에서 한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군의 조사 결과를 더 신뢰하지 못하고 의혹이 증폭되는 악순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도 "군에서 조사를 주도하더라도, 민간도 참여할 수 있는 다층적인 조사의 길을 열어 놓고 피해 가족들에게는 조사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강일 상병이 숨진 것은 2009년 3월이었습니다. 이제야 진상규명 통지를 받은 이 상병의 아버지는 이제야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가면서 원인 규명을 해줬기 때문에 아픈 마음이 치유됐습니다. 처음에 군에서 죽음의 가치를 더 심도 있게 평가하고 유족의 아픔을 더 간절하게 생각했다면..."

관련 취재는 오늘 밤 KBS뉴스9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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