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전쟁”…재선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과제_호날두 포커팀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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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KBS 2TV 지구촌 뉴스, 2022.04.26.)
■ 마크롱, 17%p 차 승리… 르펜, 극우 후보 사상 최다 득표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중도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 58%의 득표율로, 41%를 얻은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후보를 물리치고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두 후보는 지난 10일 치러진 1차 투표 전후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우위를 다툴 정도로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선 투표가 다가올수록 마크롱 후보가 10% 이상 안정적인 우위를 보였습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연임은 20년 만의 일입니다. 전임 두 대통령인 프랑수와 올랑드와 니콜라 사르코지는 모두 연임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습니다. 5년 사이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가 약진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과 같이 마크롱과 르펜이 맞붙었던 2017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는 마크롱이 33%라는 큰 득표율 차이를 보이며 당선됐습니다. 르펜은 이번에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극우 정당 후보로서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 표심 가른 요인은?…마크롱 '심판'보다 르펜 '저지'에 손

우선, 프랑스 정당정치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프랑스 정당정치는 중도좌파와 중도우파가 번갈아 가며 집권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중도좌파의 대표격인 사회당이 몰락하고, 이번 2022년 대선에서는 중도우파의 대표격인 공화당이 몰락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존 정당정치 지형을 대신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서 프랑스 유권자들은 마크롱의 중도정당, 르펜의 극우정당, 그리고 장뤽 멜랑숑의 극좌정당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선 결선 투표를 분석한다면 우크라이나 사태, 연금, 고물가 등이 일부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더 근본적인 승패 요인은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의 당선은 막아야겠다는 표심이 마크롱 대통령의 지난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보다는 조금 더 컸다는 점입니다.

■두 달 뒤 총선에서 지면 '동거정부' 구성해야

주목되는 건 두 달 뒤에 치러질 총선입니다.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정당이 총선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소위 ‘동거정부’를 구성해야 해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커다란 차질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거정부란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의회의 다수세력을 대통령의 소속 정당과 다른 정당들이 차치하게 되는 경우 의회의 다수세력이 배출한 총리가 사실상 대통령과 외치와 내치의 권한을 나눠 운영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국방·외교 등 외치는 대통령이, 경제·사회 등 내치는 총리가 주도하게 되는 것이죠.

만약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정당이 총선에서도 승리한다면 프랑스는 우선 국내적으로는 연금 개혁이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회 대전환 과제에 주력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만약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연임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상당히 약화될 것입니다.

■프랑스 올 상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러-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역할 기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EU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현안 과제입니다. 사실 유럽은 이 전쟁에 대해 미국과 함께 러시아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문제에 대해 각국의 시선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그동안 중립 외교 노선을 견지하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반면, 이달 초 총선을 통해 4연임에 성공한 친러 성향의 헝가리 오르반 총리는 “이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지, 우리 헝가리나 유럽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임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을 필두로 프랑스는 이 문제에 있어 EU 각국 가운데 사실상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전쟁의 외교적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유럽 차원에서의 중재 역할이 기대됩니다.

물론 군사적 충돌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외교적 해결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군사적 충돌을 막고 민간인 피해 발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EU와 프랑스의 적극적 중재 역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