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태움 의혹’ 혐의 없음? 유족 “죄 아닌 시스템 문제”_포르투갈어 포키의 행맨 게임_krvip

간호사 ‘태움 의혹’ 혐의 없음? 유족 “죄 아닌 시스템 문제”_사랑이 담긴 집에서 만든 양념 베트_krvip

'하루 세, 네시간의 잠과 매번 거르게되는 끼니로 인해 점점 회복되지 않습니다.'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27살 박 모 씨가 짤막한 메모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한 지 5달밖에 되지 않은 신입 간호사였다. 유족 측은 사망의 이면에 이른바 '태움' 가능성을 제기했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신입 간호사에 대한 폭언과 괴롭힘을 말한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경찰은 내사에 들어갔다. 박 간호사의 휴대전화, 노트북을 포렌식 분석하고, 병원 측의 제공으로 폐쇄회로(CCTV) 화면도 들여다 봤다. 폭행이나 폭언, 강요 등 법적 책임을 물을만한 직접적인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유족과 병원 관계자 등 17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진행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폭언, 강요같은 괴롭힘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9일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숨진 박 간호사가 동료들과 나눈 SNS 대화


숨진 박 간호사는 지난해 9월 입사했다. 업무 강도가 센 중환자실이었다. 신입 간호사들은 약 3달 동안 '프리셉터'로 불리는 선배 간호사에게 1대1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 프리셉터는 자신의 업무에 추가해 신입을 교육해야 한다.

유족에 따르면 "늘 자신감이 넘치는 성격"이었다던 박 간호사는 신입 교육 3달 동안 큰 불안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박 간호사가 동료들과 나눈 SNS 대화를 보면, "이런거(일) 하면서 설명을 일도 못들음", "진짜 아무것도 못하는데 어떻게 독립하지"라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불안해 한다. "쌤(프리셉터)한텐 무서워서 못여쭤보겠다"며 동기 간호사에게 업무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프리셉터와의 1대1 교육이 사실상 교육의 전부인 상황에서, 신입들은 자신의 '인복'에 간호사로서의 미래를 맡기는 셈이다.

박 간호사가 숨지기 이틀 전 발생한 중환자실 사고 관련 환자 경과기록지. 담당 간호사인 박 간호사의 실수로 사고가 났다고 적혀 있다.
박 간호사는 교육이 부족하다는 정신적 불안감과 끼니를 거르며 하루에 4시간 밖에 잘 수 없는 신체적 고단함 속에 '독립' 했다. 병원에 들어온 지 석달밖에 되지 않은 신입 간호사에게 환자 2~3명을 혼자 돌봐야 하는 책임이 지워졌다.

독립 두 달만에 사고가 났다. 박 간호사가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달 13일, 거동이 어려운 환자의 자세를 바꿔주다가 담즙을 빼내는 배액관이 빠졌다. 담당 의사는 환자의 진로기록지에 "'담당 간호사님'이 자세를 바꾸다 사고가 났다"고 적었다.

이후 박 간호사는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배액관 사고 이후부터 숨지기 직전까지 박 간호사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의료 소송'과 관련해 수차례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은 "실수를 했지만 스스로 세상을 등질 만큼 큰 사고가 아니었다. 사고 당시 병원 측이 의료 소송을 운운하며 압박해 극도로 불안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환자는 상태가 호전돼 현재는 일반 병실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의사 등 병원 관계자는 그러나 "놀란 박 간호사를 오히려 달랬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또 "큰 사고가 아니었고, 의료 소송에 걸리더라도 그 대상은 간호사 개인이 아닌 병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 간호사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이 ‘나이팅게일 선서’를 낭독했다
유족 측은 경찰에 다시 수사 의뢰를 할 예정이다. 박 간호사의 이모는 "현행법상 죄가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며, "어떤 시스템이 한 신입 간호사를 입사 5달 만에 죽음으로 몰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신입 간호사에 대한 확실한 교육 없이 환자의 생명을 다루게 하고, 그 책임을 강요하는 것도 정신적인 '태움'"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비교적 교육 환경이 괜찮은 편"이라면서도, 간호사 교육 시스템과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TF팀을 꾸린 상태다.

간호사연대는 오는 24일 오후 6시 박 간호사에 대한 추모 집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