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관음탱화 제작 시연 설민스님 _카지노 파티 장식 테이블_krvip

"한국 불화(佛畵)의 힘 보여줄게요" "외국에 나가면 아직도 '한국 불화(佛畵)의 고유 기법이 있느냐'는 가슴 아픈 질문을 많이 들어요. 그림의 선(線)마다 배어 있는 우리만의 섬세함을 말로 설명할 수 있나요? 직접 보여줘야죠" 동국대 경주 캠퍼스 선학과 3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설민(41.여) 스님. 불교 미술 전문가인 그는 지난 1년 내내 학교를 마치면 인근 암자의 작업실에 틀어 박혀 길이 2.8ｍ 족자에 '수월백의관음(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 탱화를 그렸다. 목표는 딱 '1달 작업분'만 남겨 놓고 작품을 완성하는 것. 나머지는 미국에서 그린다. 오는 12월26일부터 내년 1월27일까지 1달 동안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 박물관'에서 외국 관람객들에게 한국 불화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시연 행사를 여는 것이다. 2003년 같은 장소에서 불화 제작 시연을 한 뒤 '관람객 반응이 좋았다'며 박물관 측이 다시 초청을 해 갖는 이벤트다. 설민 스님은 "2003년에는 한국 불화를 중국 불화의 일종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두 번째 시연인 만큼 이제는 상황이 좀 다를 것"이라며 "한국 불화의 참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 불화는 사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전해지는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가는 선을 수없이 그려 양감까지 표현하는 세밀함과 집중력은 단연 세계 최고죠. 밑바탕 종이를 붙이는 밀가루 풀만 해도 몇 개월을 삭혀 쓰는데 그런 정성이 사실 흔한가요. 수행의 과정으로 귀하게 그렸던 우리 불화의 기품을 해외에 제대로 알리는 게 목표죠" 이번 시연회에서는 또 다른 불화 전문가인 명천(경남 함양군 안위면 향운암 주지) 스님이 별도로 불법을 수호하는 장군 모습의 보살 그림인 '동진보살' 탱화를 그린다. 시연이 끝나면 수월백의관음도와 동진보살도 등 완성작 2점을 걸어 넣고 스님들이 직접 염불을 외우며 그림에 생명을 불어 넣는 '점안 의식'을 진행, 우리 불교 문화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또 관객이 반야심경 등의 경전을 목판으로 직접 인쇄하고 신라 향가 14수의 서예 작품을 볼 수 있는 부대 코너를 마련해 한국에 대한 흥미를 북돋운다. 제주도 태생인 설민 스님은 출가 전 그림과 불교 2가지에 '빠져' 산 소녀였다. 중2 때부터 6년 동안 개인 교습으로 서양화와 동양화 등을 배웠다. 고1 때는 스님이 되고 싶다며 막무가내로 사찰을 찾았지만 '고교 졸업장이 없으면 안된다'는 스님의 면박에 발길을 돌렸다. 이후 제주대에 입학한 지 1년도 못 돼 출가를 했다. 그림은 속가(俗家) 시절 취미로 접어둔 채 동료 스님들과 경남 김해에 흙집을 짓고 수년 동안 수행만 했다. 그림에 대한 열정은 예상하지 못한 때 다시 살아났다. 1991년 법당에 걸어 놓을 불화를 사러 가게를 들렀는데 쉽게 그려 '상업성의 때가 많이 탄' 그림밖에 없었던 것. '차라리 내가 그리는 게 낫겠다' 싶어 전통 불화에 대한 책을 읽으며 탱화 2점을 그렸다. 그 작업이 인연이 돼 1998년 이후 매년 1점 정도 꾸준히 작품을 내놨다. 2003년 불교 미술전에서는 '사천왕 탱화'로 특선에 뽑혔다. 그는 "딱히 누구에게 배운 것도 없는데 상까지 받으니 솔직히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설민 스님은 전통 불화의 기법을 현재에 되살리는 게 꿈이다. 해외 전시회에서 일본 등으로 반출된 한국 불화를 틈틈이 챙겨 보는 것도 그 때문. 그림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고개부터 숙여지는 그 기품에 일단 놀라고 이런 그림이 일본이나 미국 박물관 작품으로 전시된다는 사실에는 가슴을 친다. 인터뷰 막바지에 그는 "과거 작품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열심히 그려야 미래에는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나직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