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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집단감염'의 시초, 광화문 집회 '70번'

지난달 말, 코로나 19 확진자가 비교적 뜸하던 울산이 한 사람 때문에 갑자기 뒤숭숭해졌습니다. 주인공은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다녀온 남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인 울산의 70번 확진자입니다. 그는 지난달 21일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집회를 다녀온 뒤 입주자대표회의와 초등학교 동기회 사무실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내와 입주민 등 6명이 감염됐고, 동기회 사무실에서도 6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더 큰 사태는 초등학교 동기회 사무실로 이어집니다. 70번 확진자의 초등학교 동문 말고도 모 중학교 출신들도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울산시는 당시 8~10명가량이 참석했던 것으로 짐작하는데, 이때 울산의 대표적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88번이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70번은 울산시의 역학조사 과정에 당시 88번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면면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보건당국 속인 '88번'..'고스톱 모임'의 진원


지난달 30일 확진된 울산의 88번은 울산의 대표적 집단감염 사례인 '고스톱 모임'의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보건당국은 애초 그의 감염경로를 알 수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 역학조사에서도 그는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울산시는 88번이 70번과 알고 지냈다는 제보 전화를 받고 동선 추적에 들어갑니다.

휴대전화의 GPS 정보를 토대로 추궁한 결과, 울산시는 88번이 해당 동기회 사무실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모 사우나를 수시로 이용한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고스톱 모임 참석 횟수도 애초 2차례로 알려졌지만 5차례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88번 확진자는 동기회 사무실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후 동선을 방역 당국에 숨겨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그러는 동안 고스톱 모임을 통한 n 차 감염 15명과 사우나 접촉 2명 등 모두 17명의 확진자가 그에서 비롯됐습니다.

"부산 오피스텔 -> 125번 -> 대기업 연쇄감염"..."자진신고만 했다면…."


울산의 또 다른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울산 125번 확진자도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를 힘들게 했습니다. 125번은 지난달 27일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동료 6명과 함께 부산 연제구의 오피스텔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부산 312번 확진자와 점심식사도 같이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울산시는 최근 125번의 휴대전화 GPS 정보와 312번의 진술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제구 오피스텔에서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모두 2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울산 125번의 확진 날짜는 지난 9일입니다. 그러나 125번과 동료들은 그때까지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았고, 역학조사에서도 오피스텔 관련 진술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울산시는 밝혔습니다.

그러는 사이 울산 부동산 모임과 현대중공업 직원 등 13명이 연쇄 감염된 것으로 울산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직원 2천백여 명이 한꺼번에 검사를 받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미 1일부터 오피스텔 관련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스스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미리 검사를 받았다면 행정력 소모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또 부산 오피스텔 모임 측이 울산지역 방문자들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던 점도 화를 키웠습니다.

그러나 125번이 현대중공업 연쇄 감염의 원인이 됐는지 아닌지는 유전자 분석결과가 나와 봐야 한다고 울산시는 덧붙였습니다.

■'접촉자 조사 범위 좁다'는 지적도...거짓 진술, 또 다른 집단감염 '우려'


확진자의 접촉자 조사범위가 비교적 좁은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지침에 따르면 접촉자의 조사 범위는 '증상 발생 전 이틀'까지입니다. 그나마 '증상 발생 전 하루'에서 지난 4월 확대된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평균 잠복기가 5일인 점을 고려해 접촉자 조사범위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증상 발생 전 이틀' 이전 잠복기에 사람들과 접촉했다면 확진자가 스스로 밝히기 전에는 확산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역학조사관을 비롯한 보건 당국자들로서는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 파악이 여간 복잡하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이들의 진술에 따라 어제 밝혔던 감염경로가 오늘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짓 진술이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행위임은 물론 또 다른 집단감염의 고리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확진자와 접촉자들의 발 빠른 협조가 절실한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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