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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기가 막히지 뭘 어째요. 여태 그 물 먹었나 싶은데..."

<기자 오프닝>

지난 201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이듬해 봄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됐습니다.

돼지와 소 등 가축 350여 만 마리가 도살처분 되거나 매몰된 뒤에 겨우 끝났습니다.

사상 최악의 가축질병 재앙으로 기록된 사건입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가축매몰에 따른 2차 오염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축들의 사체는 아직 완전히 분해되지 않았고 주변 토양은 오염됐습니다.

매립지 침출수 문제도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5년이 지나 되돌아 온 구제역의 역습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청북도 충주시의 농촌 산기슭.

지난 2010년 구제역 방역을 위해 소를 파묻었던 곳입니다.

땅을 파기 시작한 지 10분, 구제역 가축을 담았던 비닐이 드러납니다.

비닐을 한 번 더 걷어내자 아직 썩지 않은 소의 생살이 드러납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소 임자가 매몰할 데가 없으니까 자기네 땅이라고 여기다 끌어 묻은 거예요."

분해되지 않은 가축 사체가 구제역 균 제거를 위해 함께 묻었던 석회와 뒤범벅된 상태.

주변 흙은 시꺼멓게 변했습니다.

구제역 매몰지 바로 옆은 과수원입니다.

<인터뷰> 매몰지 인근 농장주 : "지하수 파 놓은 게 있으니까 지하수에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지금 염려가 되는 거예요. (안 썩은 거 보니까 어떠세요?) 기가 막히지 뭘 어째요. 여태 그 물 먹었나 싶은데..."

정상적으로 매립이 됐다면 3년이 지나면 미생물에 의해 사체가 대부분 분해되고 뼈만 남아있어야 합니다.

<인터뷰> 농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 "3년 정도 되면 거의 대부분 사체들이 분해가 된다. 그리고 병원성은 사멸한다. 설령 병원체에 오염이 돼 있다 하더라도..."

그런데 매몰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썩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취재진은 열화상 카메라로 매몰지의 온도를 측정했습니다.

<인터뷰> "(14도가 의미하는 게 뭐예요?) 14도에서는 미생물이 사체를 부식시킬 수 없는 온도이기 때문에 미생물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26도까지 돼야 사체가 부식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가축을 매몰할 때 땅을 충분히 깊이 파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제역 매몰지 지침에 따르면 5m 정도 깊이의 구덩이에 비닐을 두르고 생석회와 흙을 깔고 가축들을 매장해야 합니다.

그 뒤 다시 40cm 두께로 흙을 덮고 생석회를 깐 뒤 2m 정도 흙을 덮습니다.

지표면에는 1.5m 이상 성토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이곳 매립지는 불과 1m 정도만 파면 가축 사체가 드러나는 상황.

이 정도 깊이에서는 겨울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사체 분해작용이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안경중(토양생태학 박사) : "김치냉장고에서 덜 익은 맛 유지하는 온도수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자연 미생물이 전혀 활동을 못 하는 온도기 때문에 이 사체가 부숙(정상 부패 과정)이 될 수가 없고요. 그리고 지금 매몰된 이 정도 깊이 같으면 겨울철에 얼어버리는 깊이입니다. 얼은 상태에서는 부숙(정상 부패 과정)이 진행될 수 없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워낙 급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처리를 하다 보니 지침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염을 막기 위한 다른 조치들도 제대로 실행됐는지 의문입니다.

구제역 매몰지에는 침출수와 가스 배출관 주변부 오염 측정을 위한 관측정, 경고 표지판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주인이 그냥 묻은 거예요?) 아니아니 신고해서 관할서가 묻은 거예요. (관에서 묻었는데 (경고) 표지판도 없어요? 관리도 안 하고?) 네 표지판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고 관리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충주시에 물었습니다.

<인터뷰> 충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번지를 알려주시면 제가 서류를 찾아서 확인해 볼게요. (충주시 00면 00리 10번지요.) 제가 알기로 매몰지가 없는데 잠시만요... 구제역 매몰지가 없는데요."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에 구제역 매몰지가 경고 표지판도 없이 방치된 이유를 문의했습니다.

<인터뷰>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 "(경고 표지판이)전혀 없었을 리 없을 거 같은데요. 제가 볼 그렇게 전혀 관리 안 되고 방치돼있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2010년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다음 해 1월까지 충청, 경북, 강원 등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대규모 구제역이 발생하자 정부는 일단 발생 지역의 가축들을 매몰 처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인터뷰> 유정복(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2011년 1월 7일 국회) : "일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신속한 매몰처분 과정에서 조금 소홀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이런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매몰 처분 과정이 어렵지만 규정을 준수하도록..."

그러나 가축은 살처분한 뒤 매몰한다는 원칙은 물론 매몰 방법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소연(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 : "거의 지표면하고 거의 비슷하게 그냥 자로 재면 한 30cm 언덕 정도만 올라올 정도로 1천 마리를 매립을 해 놓은 거죠. 이게 나중에 부패가 되고, 가스가 차고, 팽창이 되면 사체가 그냥 땅 위로 튀어나올 수 있는..."

당시 매몰에 참여했던 담당자는 상황이 급박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지방자치단체 매몰 담당자(음성변조) : "지금에 와서 잘 묻었니 매뉴얼대로 했니 안 했는지를 따지는 거는 상당히 무의미하죠. 예를 들어서 평상시 행정과 전시에 하는 행정과 우리 삶의 방식은 전혀 다르거든요."

경제적으로는 보상비와 방역비, 매몰비를 포함해 국고 지원액 3조 원이 쓰였고 주민·차량 통제 등으로 인한 지역 경제 피해는 더욱 막대했습니다.

그리고 전국 4,700여 곳에는 가축 매몰지가 생겼습니다.

특히 축산 농가가 많은 경기도가 절반에 가까운 2,200여 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경기도 이천시의 한 구제역 매몰지.

취재진은 지난 2월 초 이곳 매몰지의 오염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2011년 1월에 생긴 매몰지로 5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역시 땅을 판 지 10분 만에 썩지 않은 돼지 사체가 드러납니다.

사체 상당수가 그대로 형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상운(환경처리업체 이사) : "돼지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도 있었고요. 그리고 실제 저희가 작업할 때는 사람이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악취가 진동했고요. 그래서 우리가 흔한 말로 정말 삼겹살 구워 먹어도 되겠다 할 정도로..."

이 매몰지에는 모두 650마리의 돼지가 묻혔습니다.

매몰지 구덩이의 크기는 175㎥.

돼지 한 마리를 묻는 데 필요한 적정 공간이 1㎥니까 175마리가 묻혀야 할 공간에 650마리를 묻었으니, 4배 가까이 더 많이 묻은 겁니다.

<녹취> 이천시 관계자(음성변조) : "100kg 하고 20kg 차이 나는 돼지하고는 5배 차이가 나는 거잖아요. 구덩이 크기로만 보면. (수 맞추는 건) 애매하죠 그거는."

토양은 까맣게 변했고, 침출수까지 흘러나와 주변 지하수 오염도 우려됩니다.

매몰지의 토양 오염에 대해 시험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염류 농도는 주변 토양의 3배 이상, 질소 함량은 10배 이상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권순원(이천시 자원관리과장) : "결국에 토양이 오염됐다는 얘기는 지하수는 토양 속에 있는 거니까 지하수도 문제가 되는 거고 그래서 우리가 주변 토양하고 비교해 봤더니 여기가 질소 성분이 되게 높다 이렇게 보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토양 오염이 되고 있다, 그게 매몰지로 인한 걸로 보고 있는 거죠."

취재진이 확인한 구제역 매몰지에 대해 이천시가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묻힌 사체를 제거하고 미생물을 배양해 토양의 자생력을 되살리겠다는 겁니다.

2달 후 다시 매몰지를 찾았습니다.

여전히 작은 덩어리의 돼지 사체와 뼈들이 나오지만 큰 덩어리의 돼지 사체들은 모두 소각됐습니다.

코를 찌르던 악취는 사라졌고 시꺼멓던 토양의 색도 옅어졌습니다.

<인터뷰> 박상운(환경처리업체 이사) : "전에는 더 새까만 색이었는데 그거는 이제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었다고 생각을 하는 거고요. 지금은 오염원이 제거되다 보니까 자연적으로 토색(흙색)이 변화되는 과정..."

토양 분석 결과, 유해성분 함량은 기준치 이하로 검사됐고 발효가 진행되면서 시간의 지날수록 질소 변화가 안정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권순원(이천시 자원관리과장) : "지하수 오염이 됐든 우려 가능성이 높든 이런 환경문제가 남았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체가 묻어있고 부숙(정상 부패과정)이 진행단계에 있는 것이거든요. 근데 이 부숙(정상 부패과정)이 매몰지마다 다르고 다 달라서 언제 부숙(정상 부패과정)이 완료되리라는 것은 누구도 알 수가 없어요. 장담할 수도 없고."

구제역 매몰지 주변의 환경오염 실태는 이미 지난해 5월 감사원 조사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 보고서입니다.

암모니아성 질소 최대 60배, 기존 토양의 오염, 소독제와 항생물질, 일반세균, 대장균, 특정 항생제 내성균 검출, 주변 지하수의 침출수 영향 가능성, 55m 떨어진 지하수도 오염 침출수 유출 확인.

특히 침출수 오염 측정이 부실해 오염됐을 수 있는 지하수와 토양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지적됐습니다.

감사원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모두 13개 항목의 주의와 통보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가축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매몰 3년 이후 오염징후가 없으면 매몰지의 발굴이나 토지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농식품부에 현재 관리 중인 구제역 매립지가 몇 곳이나 되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지난 2010년 구제역 파동으로 생긴 4,799 곳의 매립지 가운데 현재 농식품부가 관리하고 있는 곳은 단 29곳에 불과했습니다.

매립지 대부분은 관리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다시 논이나 밭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매몰된 사체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토지를 다시 이용한 곳은 18곳뿐이라고 농식품부는 밝혔습니다.

<녹취> 농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4,799개소 중에서 저희가 지금 현재 관리하고 있는 곳이 29개. 그다음에 사체 분해 확인한 곳이 18개. 이 외에는 그냥 사체 분해 확인 없이 관리 기간이 해제됐다는 얘기죠."

나머지 4,750여 곳의 구제역 매몰지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을 해보지 않아서 오염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농식품부 관계자는 말합니다.

<녹취> 농식품부 관계자 (음성변조) : "실제로 안 썩고 있을 수도 있고 썩어서 없어졌을 수도 있고. (지금 90% 이상의 매몰지들이 그런 (검증) 절차없이 해제가 된 것 아니예요) 그렇죠. 저희가 확인을 해보지 않았으니까 실제로 (오염이)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죠."

2013년 한국환경공단이 경기도 매몰지 66곳의 침출수 수질을 분석한 결과 매몰 후 2~3년이 지났는데도 42곳에서 사체 분해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안병옥(시민환경연구소장) : "제대로 됐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시간만 지났다는 거잖아요. 근데 관리 기간이 지났다는 것과 그 지역이 안전한 상태로 다시 회복됐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죠."

취재가 시작되자 농식품부는 관리 기간이 지난 구제역 매몰지에 대해서도 환경 오염 여부를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농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 "전수(조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비용 때문에 어려울 것 같고요. 좀 한번 표본을 좀 지역별, 매몰 두수별 이런 부분들을 고르게 해서 발굴해서 한번 확인을 해보도록..."

사상 최악의 구제역 파동이 지나간 뒤 5년.

미국 농무부는 대규모로 가축 사체를 매몰했을 경우, 최장 20년까지 가스와 침출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제역은 연례행사처럼 계속 발생하고 있고 매몰지도 전국 곳곳에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매몰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방치된 구제역 매몰지로 인한 환경 오염에 대해 전국적인 실태 조사가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