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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과 함께 평양의 고려호텔에서도 이산가족들의 개별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감격에 겨운 눈물과 포옹이 가득 했던 어제 단체상봉 때와는 달리 오늘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따뜻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평양의 개별상봉 현장을 한경택 프로듀서가 보도합니다. ⊙기자: 평양방문 이틀째를 맞은 남측 이산가족방문단은 오늘 오전 10시 20분부터 각자의 호텔방에서 북측 가족들과 개별적인 상봉을 가졌습니다. 50년 12월 중공군의 남하소식에 가족을 두고 혼자 피신했던 최성록 할아버지도 그리운 북의 가족을 다시 만났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다 백발이 되어 버린 아내, 최 할아버지는 50년동안 기다려준 아내에게 가슴에 담아둔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최성록(79살):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내가 죄인이다, 내가 죄인이다... ⊙기자: 아내와 두 딸에게 금가락지를 끼워주다 최 할아버지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합니다. ⊙최성록(79살): 당신도 몸 건강해야 돼. 그래야지 또 만나... ⊙인터뷰: 오래 오래 삽시다, 우리가. 그래, 정말... ⊙인터뷰: 너무 고맙다. ⊙인터뷰: 떨어졌는데... ⊙기자: 1.4 후퇴때 단신으로 월남해 가족과 생이별한 올해 82살의 이환일 할아버지, 꿈에 그리던 아내와 두 자식을 만났지만 귀가 어두운 아내는 오늘도 이 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환일(82살/남측방문단): 살아있어서 만나서 반갑긴 반가운데 뭐 말을 해야지요, 서로. 말을 못 하니까 그거 안타까워요. ⊙기자: 네살박이 어린아이로 헤어져 이제는 반백이 되어 버린 아들 웅섭 씨도 부모의 안타까운 해후에 가슴이 저밉니다. ⊙이웅섭(54살/아들): 의사소통도 다 하고 정말 기뻐해야 하는데 아버지나 어머니나 이게 다 늙어서 80 고령이 된 다음에 이렇게 만나서 말, 의사소통도 안 되고 하는데 이게 누구 때문인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기자: 함께 오지 못한 가족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편지나 녹음기에 담아온 가족들도 많았습니다. 1.4 후퇴 당시 피란가다 가족과 헤어진 채성신 할아버지도 아내와 자식들의 목소리를 녹음기에 담아 여동생에게 전했습니다. ⊙인터뷰: 아가씨 육성으로 처음 인사를 하게 되었네요. 나는 올케 언니입니다. 항상 명절 때나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고향식구들을 생각하면서 오빠와 함께 많이 그리워 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걱정을 한답니다. ⊙기자: 1.4 후퇴 때 부모님께 맡기도 떠난 딸이 50이 넘은 초로의 부인이 되어 나타난 이재경 할아버지. 부모도 없이 혼자 결혼식을 치러야 했을 딸에 대한 미안함에 이 씨는 늦은 결혼선물을 딸과 사위에게 전해줍니다. 50년동안 그리워한 어머니.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투병하면서 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적었다는 편지. ⊙이재경(80살): 6살 때 따라와 나를 지켜보던 너를 떼어놓고 휴전이 되면 다시 너를 데려오리라 생각했었다. 그후 긴 세월 나를 원망했겠니... 나를 용서해 다오. 네가 살아 있다는 소식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미움의 세월이 지나고 나면 내 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내 딸 경애야 보고 싶다.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빈다, 엄마로부터... ⊙기자: 이경애 씨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졸업식장에서 인민군에 징집당해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김준섭 씨. 꿈에 그리던 동생들과 상봉한 김 씨는 상봉단에 끼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지금도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김준섭(67살): 그 많은 사람 중에서 100명에 들어갔는데 그나마도 또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인터뷰: 마지막 번호로... ⊙기자: 김 씨는 손자와 증손자들의 사진을 꺼내 동생들에게 자랑하느라 바쁩니다. ⊙인터뷰: 현재... 현재로구나. ⊙인터뷰: 현재, 과거할 때... ⊙기자: 또한 김 씨는 함께 오지 못한 작은 아들이 그리운 마음을 담아 적어준 편지를 이곳까지 가져 왔습니다. ⊙인터뷰: 항상 명절 때가 되면 외로우셨던 아버지께서 만난 이후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자유롭게 만날 수 없지만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00년 8월 13일 일요일 씀. ⊙기자: 꽃 같던 얼굴을 주름 가득한 백발 노인으로 바꿔놓은 50년 세월. 그 동안 길고 지루했던 기다림은 어느 새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습니다. KBS뉴스 한경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