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끝났다”…규제 완화에도 관망세 이어가는 2030_베팅 하우스와 보너스_krvip

“영끌 끝났다”…규제 완화에도 관망세 이어가는 2030_틱톡으로 돈 많이 버는 방법_krvip


■ 2030 신혼부부, 고금리에 내 집 마련 꿈 접어

충남 천안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염 씨. 요즘 결혼을 코앞에 둔 탓에 신혼집을 찾으러 하루가 멀다고 부동산을 오갑니다. 천안시는 지난 9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대출 문제도 해결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한 부동산에 들어가 한참을 대화하고 나온 염 씨는 무언가 결심한 듯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습니다. 염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가로 신혼집을 마련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날 이후 전셋집을 얻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지속되는 금리 인상과 집값 약세에 자가를 마련하느니, 시장이 회복세에 가까워졌을 때 부동산을 매입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영끌족의 '실패'까지 마주한 2030

최근 염 씨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신혼부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던 2020년~2021년, 대출받아 어떻게든 자가를 마련하던 일명 '영끌족'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염 씨는 "천안시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내 돈을 적게 들여서도 집을 살 수 있게 됐지만, 이자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많이 빌릴수록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며 "금리가 너무 높은 요즘은 집살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경기도 평택에서 예비 신랑과 같은 직장에 다니는 20대 직장인 이 씨도 염 씨와 생각이 비슷합니다. 이 씨는 출퇴근이 용이한 평택에서 신혼집을 알아보던 중 자가 마련의 꿈을 잠시 접었습니다. 금리 인상 영향이 비교적 덜한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이 씨는 "지인이 결혼해서 집을 내놨는데 5개월째 안 팔린다고 하더군요. 직접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니 집값도 내려가는 추세 같고 그래서 매입보다는 전세로 먼저 살림을 시작하기로 했다"라면서 "작년이나 재작년이었다면 어떻게든 사려 했겠지만, 요즘 같은 때에 굳이 욕심을 부려서 집을 살 이유가 없는 듯하다"고 속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 씨의 우려처럼 '영끌'을 했다가 화를 당하는 사례가 요즘 종종 목격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에 거주하는 강 씨는 2020년도에 매입한 집을 최근 매물로 내놨습니다. 그는 "금리가 올라가면서 월 120만 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이자가 부담돼 집을 정리하고 전세나 월세로 옮겨 갈 예정이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경기도 평택시, 최근 매매량이 급격히 줄고, 전·월세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
■ 조정대상지역 해제에도 거래량 회복 안 돼

집값 상승기에 2030세대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수도권 외곽지역들이 잇따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고 있지만,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2030세대들도 선뜻 부동산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천안에서 부동산 사무소를 운영하는 곽 씨는 "천안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이자율이 높아져 투자자 등 매수자 발길이 끊겼다"라면서 "젊은 부부가 집을 보러오면 예전엔 주로 매수였지만, 요즘은 아니다. 주로 전세나 월세를 찾는다"라고 전했습니다.

경기 지역 개업공인중개사인 박 씨(경기도 평택), 엄 씨(경기도 안산)의 견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금리가 날이 갈수록 고점을 찍어서 그런 듯하다. 당분간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의 말처럼 해당 지역을 보면 눈에 띄게 매매량이 줄어들었고, 전월세 추이는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해제에도 2030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고금리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져 버린 집값' 때문입니다. 경기도 지역 개업공인중개사 박 씨는 "조정대상지역의 가장 큰 의의는 '대출 규제'다.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곧 대출 규제 완화를 의미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며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를 인상하며 기준금리 3% 시대가 다가왔다. 10년 만이라고 하는데 2030세대는 경험해본 적도 없는 금리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부동산 가격은,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수직상승한 여파로 실제 수요와 관련 없이 오르기도 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입니다. 이처럼 실수요와 상관없이 집값이 오른 지역에서 먼저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그렇게 급락세에 접어든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매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무리 내 집 마련이 필요하더라도 이들에게 집은 재테크의 일종이다. 하락세일 때 굳이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 하진 않을 거다"라면서 "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가 늘어났다. 특히 월세 수요가 늘어났는데 목돈을 갖고 있으려는 거다. 더 떨어지길 기다리며 타이밍을 재는 것이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또한 금리 인상이 다른 변수를 압도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게 진정돼야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