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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루비콘, 메르세데스 벤츠 GLC 300e 4매틱 쿠페, BMWX4x드라이브 20i...

'외제차=강남 소나타'로 불린지도 오래입니다. 그만큼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차들, '있어선 안 될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임대아파트입니다.

지난 2년간 임대아파트 재계약 기준 위반으로 적발된 차량 모델과 출고가
임대아파트 거주 자격 중 차량 상한액은 '3천6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 액수를 훌쩍 뛰어 넘은 임대아파트 거주자의 차량들, 지난 2년간 적발된 것만 모두 61대였습니다.

이런 차량이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 "사고 싶었던 차여서"...아파트 퇴거는 1년 뒤에

취재진은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 '지프 랭글러'를 발견했습니다. 차주에게 '위반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답은 간단 명료했습니다.

'위반 차량' 보유 임대아파트 입주민
"저 말고도 말 그대로 억대 차를 거기(임대아파트에) 끌고 다니면서 '왜 거기 살고 있나'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죠. 그런 사람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법을 피해서 살고 있겠죠. 전부터 사고 싶었던 차여서 사게 된 건데, 크게 사면서 의미를 두고 그러지 않아서요."

그렇다면, '퇴거 사유'에 대한 해법도 명확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차주는 내년 10월까지, 1년을 더 임대아파트에 살 수 있습니다. 고가 차량이 적발된 건 지난해인데도요.

■ '기준 위반 차량' 2년간 버티는 이유

'위반 차량'을 소유한 임대 아파트 거주자들의 '버티기', 불법이 아닙니다.

소득 기준이나 자산 기준을 어겨도 재계약을 한 번 더 할 수 있게 해주는 국토교통부 지침 때문입니다.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제93조(영구임대주택의 재계약 요건)
① 영구임대주택의 입주자가 재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를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③ 제1항에도 불구하고 입주자가 제1항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1회에 한해 재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규정으로, 입주자의 차량 등 자산이 기준을 넘겨도 재계약을 한 번 더 할 수 있습니다. 계약 갱신을 2년에 한 번 하니, 사실상 2년을 더 살 수 있는 겁니다.

"위반 사유가 발생했다고 다음 계약 때 바로 퇴거시키는 건 가혹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게 LH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선의로 1회에 한해 유예하도록 했는데,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긴 건 부인하기 어렵다"며 부작용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 LH 측 대책은 '주차 딱지'?


재계약을 갱신해준 뒤 2년 동안, LH가 취하는 조치는 바로 '주차 딱지' 붙이기입니다.

요건에 맞지 않는 차량인만큼 단지 내 주차만큼은 막겠단 겁니다.

하지만 가장 곤란한 건 관리사무소 직원들입니다.

위반 차량 차주는 '주차 딱지'를 왜 붙이냐며 항의하고, 다른 입주민들은 '저런 차량을 왜 허용하느냐'며 민원을 넣습니다.

00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저희는 LH 지침에 따라서 운영을 해야 되기 때문에. 입주민이 오셔서 강하게 하셔도 저희가 맞대응을 할 수가 없으니까…."

■ 지침 바꾸겠다지만...자동차만 없으면 된다?

KBS 보도 이후, LH 측은 위반해도 재계약이 허용되는 자산 중 '자동차는'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 외에 기준을 넘겨도 재계약이 가능한 자산은 더 있습니다. '총자산'과 '월 소득'입니다.

영구임대의 경우 월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5%를 넘거나, 총자산이 2억 5천여만 원 이상으로 잡히면 퇴거 대상인데요. 이 기준을 넘겨도 마찬가지로 재계약을 1회 유예받는 겁니다.

누군가는 기준을 어기고도 '유예' 받는 동안 임대주택이 필요한 서민들은 갈 곳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대 아파트에 못 들어가고 대기 중인 사람은 현재 수도권에서만 1천 800명이 넘습니다.

주차장에서 외제차만 사라진다고, 이 숫자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