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뱃속에서 발견된 ‘이것’…묻지마 살생 멈출 수 없나_스케치업으로 돈 버는 방법_krvip

갈매기 뱃속에서 발견된 ‘이것’…묻지마 살생 멈출 수 없나_생태 빙고_krvip

제주시 한림읍 해안가에 모여있는 갈매기 무리(촬영기자=고아람)
제주시 한림읍 해안 갯바위 위를 힘차게 날아오르는 갈매기 무리. 거친 파도를 배경삼아 자유롭게 바람을 타고 비상하는 모습은 겨울 제주 바다의 또 하나의 장관입니다.

그런데 제주 해안가를 돌다가 이상 행동을 보이는 괭이갈매기 한 마리가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 해변에서 낚싯줄에 걸려 발버둥 치고 있는 괭이갈매기(촬영기자=고아람)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 해변 모래 위에서 머리를 심하게 흔들어 대는 괭이갈매기. 한참을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더니 나중엔 부리로 자기 몸을 쪼기까지 합니다.

자세히 보니 몸에 1m가 넘는 투명한 줄이 달려있습니다. '낚싯줄'입니다.

몸속에 낚싯바늘이 걸려 고통 속에 몸부림치던 겁니다.

낚싯바늘에는 물고기가 물면 빠지지 않도록 낚시 끝의 안쪽에 거스러미 모양으로 만든 작은 갈고리인 '미늘'이 달려있습니다. 사실상 삼키면 빼내기가 매우 어려워 조류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운진항에서 발견된 괭이갈매기. 낚싯줄에 걸려 오른쪽 날개가 부러져 뼈가 돌출된 모습(촬영기자=고아람)
인근에 정박된 배에서 발견된 또 다른 괭이갈매기. 이번엔 2m 넘는 낚싯줄이 오른쪽 날개를 꽁꽁 옭아맸습니다.

낚싯줄을 빼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던 건지, 새하얀 날개뼈가 부러진 채 밖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괭이갈매기를 구조했지만, 직원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김원진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는 "낚싯줄이 우측 날개를 감싸 날개가 골절됐다. 너무 심각한 상태"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가 다친 괭이갈매기를 구조하는 모습(촬영기자=고아람)
김 재활사는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진행한 뒤 음성 결과가 나오자, 갈매기를 1시간 거리에 있는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겼습니다.

수술대에 올려 마취약을 넣자 차분해진 갈매기. 수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자 몸속에 날카로운 금속이 보입니다. 5cm에 달하는 큰 낚싯바늘입니다.

버려진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를 먹었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는 괭이갈매기. 엑스레이를 찍자 뱃속에서 5cm에 달하는 큰 낚싯바늘이 발견됐다. 이 갈매기는 이튿날 폐사했다. (촬영기자=고아람)
장진호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는 "날개뼈가 노출된 지 시간이 지나서 수술해봤자 붙지 않을 것 같고, 날개를 절단하고 낚싯바늘을 제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바늘이 위 벽을 뚫고 나와서 내부(장기)에 걸려있을 가능성이 있고, 복강 내 출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가 긴급 조치에 나섰지만, 갈매기는 이튿날 결국 폐사했습니다.

제주애서 낚싯줄에 걸려 고통받고 있는 야생조류들(사진=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낚싯줄에 위협받는 건 갈매기뿐만이 아닙니다.

제주에선 도요새와 가마우지, 왜가리 등 바다를 오가는 여러 야생조류가 어선과 낚시인이 사용하는 낚싯줄과 바늘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례만 보고되고 있을 뿐, 실태조사나 관련 연구는 사실상 전무합니다.

조류 박사인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바닷가에 가서 움직이지 않는 갈매기들이 발견되면 대부분이 낚싯바늘이나 낚싯줄에 걸려서 날지 못하는 경우"라며 "구조되더라도 제때 제거하지 못하고, 수술도 어려워 아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려 고통받고 있는 괭이갈매기(사진=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김 연구사는 "어민이나 낚시인에게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홍보하면서 이런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낚싯줄 등 폐어구에 걸려 목숨을 잃을뻔한 새끼 남방큰돌고래, 낚싯바늘을 삼켜 폐사한 새끼 바다거북, 이번엔 야생조류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 어딘가에선 폐어구에 의한 '묻지마 살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포착된 낚싯줄에 걸린 새끼 남방큰돌고래. 최근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이 구조 활동을 벌여 낚싯줄 일부를 제거했다. (화면제공=다큐제주,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지난 4일 폐그물에 걸렸다가 구조된 해양보호생물 푸른바다거북. 낚싯줄이 몸에 들어가 항문으로 빠져나와 있다. 바다거북은 구조치료기관으로 옮겨졌지만 몸 안에서 낚싯바늘이 발견됐고 결국  폐사했다. (화면제공=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
제주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갈매기(사진=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제주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린 채 발견된 가마우지(사진=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제주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려 발견된 괭이갈매기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져 치료받는 모습(사진=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주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려 발견된 괭이갈매기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져 치료받는 모습(사진=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주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려 발견된 괭이갈매기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져 치료받는 모습(사진=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주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려 발견된 괭이갈매기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져 치료받는 모습(사진=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주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려 구조된 재갈매기의 엑스레이 사진. 몸 안에서 낚싯바늘이 발견된 모습(사진=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주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려 발견된 재갈매기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져 치료받는 모습(사진=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바닷속 흉기 폐어구… 계속되는 '묻지마 살생' 관련 기사]

1. 바닷속 죽음의 덫 '폐그물'…해양생물·해녀까지 위협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59425

2. 인간까지 위협하는 바닷속 '죽음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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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달 넘게 폐그물에 신음 새끼 남방큰돌고래…구조는 시간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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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자리서 ‘빙글빙글’ 새끼 돌고래 "이러다 정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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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물 걸린 새끼 돌고래 구조 돌입…꼬리 그물 일부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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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번엔 새끼 거북이 몸속 관통…바닷속 흉기 된 낚싯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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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도에서 꼬리까지 관통…새끼 바다거북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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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낚싯줄 삼켜 항문으로…새끼 바다거북 결국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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