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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제주농협이 마련한 ‘제복의 영웅들’ 국가유공자 영웅 사진 2차 촬영행사에 초청된 6·25 참전용사들이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국가보훈부로부터 받은 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양종훈 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가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민소영 기자
"어르신, 좀 웃읍서게! 여기, 여기 보면서! 주먹 꽉 쥐고!"

어제(6일) 오전 제주시 삼도일동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4층 대회의실. 정갈한 흰색 제복을 차려 입은 어르신 30여 명과 녹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로 너른 공간이 꽉 찼습니다.

어르신들이 입고 있는 옷은 일명 '영웅의 제복'. 올해 정전 70주년을 맞아, 정부가 6‧25 참전유공자들을 예우하기 위해 새로 지급한 하얀색 상의 정장 예복입니다.

구순이 넘은 남녀 노병들이 오전부터 '영웅의 제복' 차림으로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바로 특별한 사진 촬영을 위해서입니다.

6일 제주농협이 마련한 ‘제복의 영웅들’ 국가유공자 영웅 사진 2차 촬영행사에서 초청된 6·25 참전용사들이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국가보훈부로부터 받은 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양종훈 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가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 제주농협, '제복의 영웅' 사진 촬영…양종훈 교수 '재능 기부'

제주농협은 정전 70주년을 계기로, 제주도내 6·25 참전유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일 '영웅 사진'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가보훈부가 지급한 '영웅의 제복'을 착용한 참전유공자들의 모습을 촬영해, 이렇게 찍은 사진을 정성껏 액자에 담아 전달하는 행사를 올해 안으로 연다는 계획입니다. 액자 등 구매비는 농협 임직원들이 다달이 적립하고 있는 '행복나눔기금'에서 지출합니다.

'영웅 사진' 촬영은 지난 7월부터 시작돼, 어제 2차 촬영까지 노병 60여 명이 '영웅의 제복' 차림으로 태극기 앞에서 늠름한 모습을 취했습니다.

제주농협 관계자는 "올해까지 200분 정도를 대상으로 사진 촬영을 할 계획"이라며 "현재 제주에 살아 계신 6·25 참전 유공자 수는 700여 분 정도로 파악했지만, 대부분 연세가 90세 이상이셔서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을 중심으로 촬영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습니다.

6일 제주농협이 마련한 ‘제복의 영웅들’ 국가유공자 영웅 사진 2차 촬영행사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선 제주농협 직원들이 화장을 도와주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이날 제주농협 직원들도 일일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촬영 보조 등으로 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녹색 조끼를 입은 직원들은 농협에서 자체 제작한 태극 마크 배지를 예복에 달아드리고, 사진이 더 화사하게 나올 수 있도록 노병들의 얼굴 화장을 도맡았습니다.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말벗이 되어 드리고, 제각각인 노병들의 키에 맞춰 발판을 설치하고, 반사판을 드는 역할도 자원봉사자들의 몫입니다.

'제복의 영웅들' 30여 명의 사진을 찍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4시간 가량.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참전유공자들은 테이블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 지팡이 짚은 노병도, 카메라 앞에선 "귀신 잡는 해병대!"

이날 참석자 중엔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며 힘겹게 한 걸음씩 내딛는 노병도 있었지만,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지팡이도 내려놓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카메라 렌즈 앞에서 활짝 웃음 지었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부터 거수 경례, 차렷 자세까지. 정갈한 예복에 영예로운 훈장을 달고, 저마다 사진 촬영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작가가 카메라 앞에서 긴장한 듯 경직된 어르신에게 "귀신 잡는 해병대!"를 외치며 미소를 유도하자, 참전유공자 역시 우렁찬 목소리로 "귀신 잡는 해병대!" 하며 응수하는 장면에선 참석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웃음이 한바탕 터지기도 했습니다.


■ 자원해서 전쟁터로 나선 여해병대 4기도 '영웅의 제복' 입고 '활짝'

이날 백발이 성성한 노병 30여 명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3명이 있었습니다. 제주지역 여성 6·25 참전유공자 고순덕 해병 4기 여해병전우회 회장과 현애순·현희선 여사입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제주 청년 3천여 명은 해병대에 자진 입대해, 고향을 떠나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향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교사와 중학교 2·3학년생 등으로 구성된 여성 126명도 있었습니다.

6·25 전쟁이 발발한 해인 1950년 8월, 여해병대 4기로 자원해 참전한 현희선·현애순 여사, 고순덕 해병 4기 여해병전우회 회장(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고순덕(88) 회장은 17살 때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습니다. 1950년 8월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제복을 입고 사진도 찍어준다고 하니, 기분이 정말 좋다"면서 "옛날 보릿고개 시절, '기집애'라며 알아주지도 않던 시대에 해병대에 입대해 참전했던 우리였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6·25 발발 당시 성산중학교 2학년이었던 현희선(89) 여사는 "제주4·3 직후여서 제주 사람들은 (속칭 '빨갱이'로 몰렸기에) 더욱 자진해서 전쟁터로 나갔다. 저마다 나라를 지키겠다고 자원 입대했다"면서 "당시 여자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2학년 여중생들까지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아들 넷을 뒀다는 현 여사는 "50 넘은 막내 아들이 유일한 해병대 후배"라며 빙긋 웃었습니다.

지금 다시 전쟁이 나도 다시 해병대로 참전하시겠느냐 묻자, 현애순(90) 여사의 눈이 금세 똥그래졌습니다. "당연히 나라 지키러 가야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에요!" 현 씨의 오른쪽 가슴에는 금색 해병대 마크가 선명했습니다.


■ "대한민국 지키기 위한 희생과 헌신, 기억해줘서 감사"

올해 정부로부터 흰 예복을 받기 전까지, 6·25 참전유공자들은 대부분 허름한 조끼 차림으로 각종 행사에 참석해 왔습니다. 이마저도 대체로 사비로 구매한 것들이었습니다. 이번 '영웅 사진' 촬영에 임하는 참전유공자들의 감회가 더욱 남다른 이유입니다.

송치선(92)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제주도지부장은 "기분이 최고다. 이토록 관심을 가져주어 참 좋고, 고맙다"면서 "그간 대한민국을 살렸다고 자부하고 살았다. 그저 '노인', '노병'이 아닌 '호국 영웅'으로 대해주어 더더욱 감사하다"고 연신 고마움을 나타냈습니다.

이어 "오늘 다시 전쟁이 난다고 해도 당연히 참전할 것이지만,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비극"이라며 "우리가 지킨 자유 대한민국에서 온 국민이 행복하고 편안히 살았으면 한다. 전쟁을 체험해보지 못한 청소년들도 UN군 등 전 세계에서 함께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준 것을 알고, 감사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주농협 윤재춘 본부장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호국영웅 한 분, 한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정전 7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제복의 영웅들' 나눔 사업을 통해 국가 유공자분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분들을 존경하고 예우하는 문화가 지역사회 전반에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특별 사진작가로 나선 양종훈 상명대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는 끼니도 거르며 정성껏 촬영에 임했습니다.

지난 7월에 이어 이번 달 2차 영웅 사진 촬영에도 '재능 기부'로 참여하고 있는 양 교수는 제주 출신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은 채, 땀이 흐르도록 몇 시간이나 촬영에 임하는 그는 "오히려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촬영은 무료가 아니죠. 6·25 전쟁에 참전하심으로, 이미 사진값은 모두 치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