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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양한 가족 공동체가 존재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법은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바뀌는 현실을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많은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지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석 달 전 아내를 떠나보낸 박 모 씨.

20년을 함께 산 아내의 장례를 손수 치르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무연고자로 분류돼 추모의 집에 안치되는 걸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경제 형편 탓에 혼인신고를 안 한 게 문제였습니다.

현재법상 직계가족이 아닌 사람은 시신을 인수받을 수 없습니다.

[박○○/사실혼 부부 : "사실혼이어도 몇십 년 됐어도 남이다 이거예요. 무슨 생각이 안 나요. 내가 훔쳐서 가져갈 수도 없는 거고..."]

정부가 뒤늦게 개선 방안을 찾기로 했지만, 박 씨는 하루하루 애가 탑니다.

["잘 있어... 미안하다..."]

서류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차별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입니다.

큰 방과 작은방 2개,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기존의 가족 구성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렇게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주택 청약도 함께 넣을 수 없고 합산 소득으로 인정이 안 돼서 대출금액도 줄어듭니다.

병원에서는 보호자로 인정되지 않아서 위급한 상황에도 수술에 동의해줄 수도 없습니다.

인적 공제나 의료비, 교육비 공제 등 세금 공제 혜택이나 가족 수당도 받을 수 없고, 경조사가 있어도 휴가를 쓰기 어렵습니다.

최근 여성가족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가까이가 가족을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태어날 때 주어진 가족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는 요구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김○○/ 장애여성 : "제 혈연가족은 장애를 부끄럽게 여겼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제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잘 아는 지인들이 (장례를) 치러주었으면 좋겠어요."]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사는 사람을 동반자로 지정하는 '생활동반자법' 제정이 5년 전 추진됐지만 발의조차 못했습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