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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14일,  영국 윌트셔 군 공항에서 난민 신청자를 태운 채 르완다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인 항공기의 모습
영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려 한 첫 시도가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으로 비행기 이륙 직전 극적으로 무산됐습니다.

BBC는 유럽인권재판소가 현지 시간 14일, 영국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고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이송하지 말라고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난민 신청자 7명을 태우고 영국 윌트셔 군 공항 활주로에서 대기하던 르완다행 비행기는 끝내 이륙하지 못했습니다.

이 항공편은 영국 정부가 자국의 난민 신청자를 5년 간 르완다로 보내기로 한 계획의 첫 일정이었습니다.

■ 활주로 위에서 엇갈린 판결…난민 신청자 손 들어준 유럽인권재판소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까지, 영국 정부와 난민 신청자는 치열한 법정 싸움을 벌였습니다.

비행기를 멈춰 세운 주인공은 KN이라고 알려진 54살의 이라크 출신 남성입니다. 그는 4월 이라크를 떠나 터키와 유럽을 가로질렀고, 선박으로 영국 해협을 건너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KN은 5월 17일 영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는데, 영국 정부는 일주일 만에 그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르완다 이송 대상자로 결정했습니다.

KN은 이달 6일에야 자신이 르완다 이송 대상이 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즉각 영국법원에, 난민 신청 지위에 있는 만큼 르완다 이송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13일, 영국 난민 신청자의 르완다 이송 사건 심리가 열린 영국 고등법원 앞에서 “인종차별적인 강제추방을 중단하라” 는 팻말을 든 시위대의 모습.
하지만 영국 고등법원은 이송 하루 전인 13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영국 고등법원은 그가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이 법원에서 진행 중이지만, 소송에서 승소해 난민으로 인정되면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이송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이송 당일인 14일, 영국 대법원도 KN의 상고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국 대법원의 판결이 난 지 한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놨습니다. KN이 그 전날 낸 긴급임시조치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신청자가 불가역적인 피해를 입을 실제적인 위험이 있다"면서, 3주 뒤 열릴 영국 법원의 본안 재판 판결이 날 때까지 추방되어선 안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유럽인권조약에 따르면 유럽인권재판소는 회원국 정부에 긴급임시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결정문에서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이송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르완다로 보내지는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 지위 결정 과정에 공정하거나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르완다는 유럽인권조약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르완다로 이송되면 난민 신청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결정이 전해지자,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6명의 난민 신청자도 즉시 긴급임시조치를 신청했습니다. 결국 르완다행 비행 편은 취소됐습니다.

■ 영국 정부 "르완다 이송 정책 변함 없다"

당초 영국 정부는 르완다행 첫 비행 편에 37명의 난민 신청자를 태울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잇단 법정 다툼에 이송자가 7명으로 대폭 줄었는데, 끝내 첫 비행 편이 무산된 겁니다.

14일 영국 대법원 심리에 앞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난민 신청자의 르완다 이송의 필요성을 내각 회의에서 언급하는 모습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난민 신청자의 르완다 이송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실망스럽지만, 법원의 판결을 검토해 다음 항공편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르완다 정부 대변인도 르완다가 30년 넘게 난민을 수용해왔다고 강조하면서, 이 계획이 비도덕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르완다 이송을 반대해 온 영국 난민 지원단체는 "법원의 결정은 이 계획이 비인도적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지난해 7월, 프랑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넌 난민들의 모습. 출처 : 게티이미지
■ "1900억 원 주고 6500km 밖 르완다로" 뜨거운 논쟁

첫 일정이 무산된 것에서 보듯, 영국 정부는 많은 비판을 무릅쓰고 난민 신청자의 르완다 이송을 추진해왔습니다. 유럽에서 작은 뗏목이나 밀항해 영국으로 건너온 난민 신청자는 주로 중동 출신으로, 2020년 8,404명에서 2021년 2만 8,526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지금까지 1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4월, 자국이 인정하지 않는 난민 신청자를 6,500km 거리인 르완다로 보내고 그 대가로 1억 2천만 파운드, 한국 돈으로 약 1천 900억 원을 제공하기로 르완다 정부와 양해각서를 맺었습니다.

불법적으로 바다를 건너는 과정이 더 위험하고 인신매매가 일어나기도 한다며 "난민들의 위험한 여행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이송 인원에 명시적인 제한은 없습니다. 르완다 정부는 일단 1천 명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을 준비했습니다.

난민을 지원하는 영국 내 인권단체와 변호사들은 이 정책이 법적 근거가 없고 비인도적이라고 반대해왔습니다. KN의 사례에서 보듯, 난민 신청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또한 르완다가 난민을 보내기에 안전한 국가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난민 이송은 유럽인권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유엔난민기구 역시 "영국과 르완다의 협정은 완전히 틀렸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필리포 그란디 사무총장은 "이 협정의 동기가 위험한 여행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방법이 틀렸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난민을 보호할 책임을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는 없다"며 영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13일 유엔난민기구 필리포 그란디 사무총장이 영국 정부의 난민 신청자 르완다 이송에 대해 입장을 밝힌 모습
영국 국민들의 여론도 쪼개졌습니다. 지난 13일 영국 성인 2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 정책을 '강하게 지지한다'는 응답이 27%, '강하게 반대한다'는 응답이 28%였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난민의 르완다 이송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4%였던 반면, 40%는 반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BBC는 영국 정부의 르완다 이송 정책에 대한 논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음달 영국 법원이 르완다 이송 대싱인 난민 신청자의 본안 소송에서 어떻게 판결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변호사에 이어 유럽 법원까지 논쟁에 가세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