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인가? 병역인가? _돈 벌기 위한 게임로봇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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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멘트: 2005년 5월은 봇물 터지 듯 쏟아지는 국적 포기의 물결에 대한민국이 온통 뒤숭숭한 한 달이었습니다. 국민 대부분은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국적까지 포기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사람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병역과 국적 포기 그 관계의 이면을 알아봤습니다. *이재원 기자: 지난 4일 국적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국적업무출장소가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국민 천 명 이상이 국적 포기를 신청했습니다. 발단은 새 국적법의 핵심인 병역 문제, 일부 이중 국적자들에 대해 병역 의무를 마치기 전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막은 것입니다. 개정 국적법은 이번 주 공포 후 바로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병역을 기피하려는 일부 이중 국적자들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입니다. 국적 포기자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국적포기신청자 부모: “저 같으면 미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요. 저희 집 사람도 살고 싶어하는 마음 별로 없는데 애들 이제 공부 문제 같은 거, 애들은 참 좋아하거든요.” *국적포기신청자 부모: “군대에서 아무 해프닝이 없고 잘 해주고, 아무런 사고도 없고… 저도 취재파일에서 많이 봤어요. 사람들 자살도 하고 요새 많이 나오잖아요.” *국적포기신청자 부모: “시민권을 따야 모여서 목소리를 내야 어떤 혜택이 오더라. 그러니까 이제 안 딸 수 없으니까 자꾸 바꾸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들이 한국 사람이지 미국 사람이냐 이거예요.” *이재원 기자: 국적 포기는 해외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해외 공관에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이 일주일 만에 백 30명을 넘었습니다. 신청자의 95%는 미국 시민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장세근/미국 LA 총영사관 법무영사: “자녀들의 국적 이탈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 문의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재원 기자: 만 17세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현행법의 막차를 타려는 이중 국적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재원 기자: 이처럼 역대 장관 가운데 일부는 이중 국적과 관련한 파문으로 불과 며칠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진대제 현 정보통신부 장관도 아들의 이중 국적과 병역 면제, 한국 국적 포기로 도덕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임명 당시 곤욕을 치렀습니다. *진대제/정보통신부 장관(2003년 3월): “지는 아직도 이중국적 형태로 돼 있는…지도 아는 거죠. 이제 철이 들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가 샌프란시스코, 미국에 있는 거니까 지가 가서 해버린 것 같아요. 뭐 서류를 보내달라 그러면 보내준 지는 모르겠는데 지가 가서 해버렸어요. 우리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재원 기자: 지난 2002년 LA 타임스의 한 보도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른바 원정출산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 신생아가 한 해 5천명을 넘을 것이란 내용입니다. 숫자의 정확성 여부와 별개로 원정출산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한국민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영상 (취재파일 4321 “환상속의 원정출산” 2003년 10월 5일 방송): 관광지로 알려진 미국령 괌. 한국에서 가깝고 시차도 적은 미국 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산모들에게는 원정 출산지가 돼 버렸습니다. 임신 8개월에 왔다는 산모는 현지에 도착한 지 단 6일만에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이재원 기자: 이번 국적법 개정안 통과로 원정출산은 크게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올 해 6살인 이형민 군. 부모가 미국 유학 중이던 지난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한 달 있으면 첫돌을 맞을 동생 종헌이도 고향은 미국입니다. 유학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한 부모는 그러나 국적법 개정안을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두 아들이 미국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이중 국적자가 되기는 했지만 한국 국적 포기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대기/이중국적자 아버지: “우리는 나름대로 생각이 정리가 됐었거든요. 한국에서 계속 살 거면은 군대를 갔다와야 된다. 특히 뭐 자기가 한국에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그게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애 자신한테도 그렇고…” *남경희/이중국적자 어머니: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가치관의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국적을 따 가지고, 특혜라기보다는 약간 회피일 수도 있고, 그게 가장 예민한 18세,19세,20대,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텐데, 해야 할 일을 안하고 내지는 그게 좋은 방향이 절대 아닐 거 같거든요.” *이재원 기자: 부모의 영향인 지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오래 살았지만 형민 군은 한국에 대한 호감이 훨씬 큽니다. *현장음: 어머니 : “친구는 한국친구가 좋아? 미국친구가 좋아?” 형민 군 : “한국 친구.” 어머니 : “그러면 장난감 가게는 한국 장난감 가게가 좋아? 미국 장난감 가게가 좋아?” 형민 군 : “한국.” 어머니 : “한국 장난감 가게가 좋아? 그럼 한국이 제일 좋네?” 형민 군 : (고개 끄덕) *이재원 기자: 얼룩무늬 군복이 어울리는 22살 김동호 상병. 10살 때이던 지난 1993년 온 가족이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10년 만에 혼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귀국 이유는 군 입대. 미국에서는 영주권자로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한국에 잠시 들어온 사이 가족들은 시민권까지 나와 군에 입대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김 상병은 입대 결심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김동호/상병 (2003년 자원 입대): “직접 와서 유격도 뛰어보고 하니까 그게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유격대도 전우들하고 재미있게 했고, 그런 것을 하고 나니까 보람도 느끼고 전우가 참 좋은 것이구나.” *현장음: 김동호 상병 : “오늘은 전화로 상대방하고 통화하는 것을 하겠습니다.” *이재원 기자: 입대 전 영어 강사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부대 내 영어 동아리에서는 교사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입대 초기엔 문화적 차이도 느꼈지만 지금은 전우들로부터 잘하고 있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재봉/중위: “동호가 아주 착실하고 외국에서 생활하고 왔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군대 생활 참 잘 적응하고…” *최지훈/일병: “제가 본 김 상병은 단체생활 위주고 선임병 후임병 자기가 먼저 챙기고, 그런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이재원 기자: 제대를 반 년 남겨 놓은 김 상병에게 국적 문제는 너무나 명쾌합니다. *김동호/상병: “제가 하나를 택하게 된다면 일단 한국을 택하겠습니다. 한국을 택하고 왜냐하면 미국은 제 나라가 아닙니다. 미국은 제 나라가 아니고 한국이 제 나라고 제가 한국 군대 갔다 왔다는 자신감으로도 사회 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재원 기자: 새 국적법은 모든 이중국적자가 아니라, 부모가 외국에 영주할 생각 없이 머물다 자녀를 낳은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원정출산이나 유학, 상사 주재원 등이 해당되고 이렇게 태어난 남자 아이는 병역을 마쳐야만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부모 가운데 한 명이라도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면 과거 국적법을 그대로 적용 받습니다. *홍준표/한나라당 의원(개정국적법 발의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하자는 겁니다. 한국 사회의 지도자 계층들이 의무 이행을 먼저 하고 권리와 특권을 주장하라는 겁니다.” *이재원 기자: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는 개정 국적법에 대한 적극적 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재수/변호사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병역법을 악용해서 외국 시민권을 취득한 분들하고 해외에서 건전하게 생활하는 미주 동포하고는 구분이 돼야 한다고 하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이재원 기자: 새 국적법의 후속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경우 재외동포가 아니라 외국인으로 간주하고, 대학 특별전형과 편입학을 금지하도록 재외동포법과 고등교육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병역 기피를 위한 국적 포기자에게는 더 가혹한 것입니다. *홍준표/한나라당 의원: “외국인이 되면 한국 내에서 우선 6개월 정도 체류 자격밖에 없습니다. 비자 갱신을 해야 하는데 비자 갱신을 안 해주면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이재원 기자: 이번 기회를 계기로 이중 국적 문제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자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상국/국적 전문 변호사: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선택하는 경우에 한해서 그렇게 되면 병력자원의 손실이라든가 납세의 의무 손실이라든가 하는 불리한 작용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 *이재원 기자: 그러나 현재 국민 정서나 제도적 미비 등을 고려할 때 이중 국적은 시기 상조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임지봉/건국대 법학과 교수: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피하고 권리만을 향유하려는 그런 얌체집단을 양산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중국적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되고요.” *이재원 기자: 국적 포기자들을 대하는 일반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김윤숙/회사원: “저는 다시 태어나도 우리나라에 태어나고 싶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너무 반대해요.” *유철희/서울 성산동: “군대 가기가 뭐 해 가지고 그 국적을 폐기한다는 것은 그건 부끄러운 일 같아요.” *이재원 기자: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 줄을 서며 기다리는 사람들. 반면 이중국적을 갖고 있더라도 군 입대를 자원하는 젊은이들. 현재 국적과 군 입대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입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병역과 관계없는 이중국적자들이 엉뚱하게 피해보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 이중국적은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