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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에 위치한 취약계층 지원 자원봉사 식당. 손님들이 줄이어 점심 식사를 받고 있다.
■ 북적이는 천원 급식소…어려운 이웃의 소중한 한 끼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26일 오전 11시, 취재진은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중앙동에 자리한 한 급식소를 찾았습니다. 한창 점심 식사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곳은 천 원짜리 한 장에 든든한 점심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급식소입니다. 주로 홀로 사는 노인이나 인근 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 주민들이 이곳에서 한 끼를 해결합니다.

정식 개장 시간은 11시 30분. 하지만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부터 손님이 모여듭니다. 순식간에 20여 개 자리가 금방 들어차고, 대기하는 줄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이날 메뉴는 따뜻한 쌀 밥에, 미역국, 잡채와 나물 반찬이었습니다. 식판에 음식을 담아 이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안부를 물어가며 따뜻한 식사를 합니다.

■ 엿새 연휴 동안 문 닫는 급식소…허기짐 견뎌야

하지만 급식소에 모인 이들은 같은 걱정을 토로합니다. 연휴기간 끼니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평소 취약계층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무료급식소와 자원봉사 단체들 상당 수가 연휴엔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강원도 원주 지역의 경우, 취약계층의 점심을 챙기는 단체는 10곳이었습니다. 700여 명이 이 곳에서 한끼 식사를 해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연휴에는 9곳이 문을 닫습니다. 그나마 운영하는 1곳도 도시락 배달로 바꿨습니다. 여건 상 70명 에게만 도시락을 전할 수 있습니다.

급식소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취약하거나 몸이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홀로 사는 이들은 식사를 직접 챙겨 먹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80대 노인은 평소 아침은 간단하게 집에 있는 떡이나 과자로 허기를 채우고 점심 시간이 되면 급식소를 찾아가 한 끼를 든든히 먹고 버틴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연휴에 그 한 끼가 없어져 아쉽다고 호소했습니다.

집 냉장고에는 오래된 장아찌류의 반찬들뿐, 영양소를 고루 챙겨서 밥을 먹는 것은 힘에 부쳐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노인은 "홀로 지내다 보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배가 고프면 찬밥에 김치나 꺼내서 싱크대에서 대충 배만 채운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또 다른 80대 남성 독거노인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취재진에게 "이번 연휴가 유난히 길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혼자 밥을 해 먹기 힘들어 집에 혼자 있으면 라면이나 국수로 대충 먹거나 끼니를 거르리가 일쑤라는 겁니다. 그나마 여성 노인들은 평소 식사를 차리던 솜씨로 적은 재료로도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데 이에 비해 남성 노인들은 주방일에도 익숙하지 않아 더 취약한 상황입니다.

식당 벽면마다 붙어있는 후원금과 자원봉사자 모집 안내문.
■ 급식지원 정기 후원 끊기고 자원봉사자도 줄어들어


전국에서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 등 취약계층 급식소는 1,300여 곳.

상당수 시설이 명절에는 음식을 해줄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여기에 어려운 살림살이도 문제입니다.
급식소 대부분 후원금을 받아 근근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후원금이라도 넉넉하면 급식 대상자들에게 휴일을 대비한 냉동식품 등을 지급하기도 하는데 요즘엔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경기침체 속에서 후원금은 급속히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식당에도 벽마다 후원금 모금을 위한 계좌와 자원봉사 모집 안내문이 붙어있었습니다. 식당 운영진은 후원금을 자동이체하던 후원자들이 이체를 중단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번 달은 자동이체 후원금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은 실정이라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급식소 보조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휴일은 지원 대상에 들지 않아 추석 연휴에는 운영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자원봉사 식당에서 마련한 점심식사를 노인들이 먹고 있는 모습.
■ 취약계층 최전선 급식소 운영 지자체 몫…관심과 지원 필요


취약계층 급식소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고립되거나 단절된 이들의 '연결'을 책임지는 안전망의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서로 얼굴을 익힌 봉사자들과 손님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챙깁니다. 하지만 이번 6일의 긴 연휴 동안은 이마저도 단절되는 겁니다.

정부는 무료급식소 운영 현황과 대상자 수를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각 지자체로 이관돼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의 행·재정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로 운영되는 겁니다.

취약계층 생계의 최전선을 지키는 무료급식소. 이 곳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밥 한 공기와 훈훈한 온기를 얻던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외로움에 허기까지 견뎌야 하는 이번 연휴는 더욱 길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