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침출수 누출…2차오염 현실화 ‘초비상’_쿠리티바-베토 카레로 월드_krvip

구제역 침출수 누출…2차오염 현실화 ‘초비상’_로아_krvip

살처분 가축수 '눈덩이'..현장선 '메뉴얼 못지킨다' 하소연 전문가 "대책 마련 서둘러야", 방역당국 '매몰지 합동조사' 추진 구제역 매몰 가축의 침출수로 인한 '2차 오염' 우려가 현실화돼 방역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살처분 가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돼지 매몰 현장. 이곳은 지난해 12월30일 돼지 3천여마리를 묻은 곳으로 하루 뒤엔 31일부터 침출수가 새어나왔다. 인근 도랑은 핏물이 섞이며 삽시간에 붉은 색으로 변했고, 매몰지로부터 10여m 떨어진 개 사육장으로 흘러 들어 깜짝 놀란 주민이 지난 1일 파주시에 신고했다. 파주시의 정밀조사 결과 두가지가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파주시는 돼지를 생매장한 뒤 저류조가 설치되기 전, 예상보다 빨리 침출수가 누출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매몰한 뒤 침출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2~3일 뒤 2t 규모의 저류조를 설치하는데, 매몰 하루만에 침출수가 새어나왔다는 것이다. 이곳은 매몰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다 도랑 인근 2천㎡에 5m 깊이로 땅을 파고 돼지 3천여마리를 한꺼번에 묻은 곳으로 빠른 침출수 누출을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어서 늦은 저류조 설치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곳은 돼지를 생매장한 것으로 확인돼 이중으로 설치한 비닐이 훼손돼 침출수가 빨리 새어나왔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주시는 신고 접수 하루만인 2일 저류조를 긴급 설치하고 침출수는 톱밥과 생석회 등을 이용해 처리했다. 살처분은 깊이 4~5m의 구덩이를 파고 바닥에 부직포, 생석회 이중 비닐을 깔고 안락사한 가축을 묻도록 하고 침출수가 생길 것에 대비해 매몰 직후 구덩이보다 낮게 저류조를 설치하고 사후에 소독을 실시한 뒤 안전하게 제거하도록 돼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생매장 과정에서 비닐이 훼손됐거나 지질 차이로 침출수가 예상보다 빨리 생겨 누출됐을 수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 추가로 정밀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침출수 누출 사례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됐다. 경북 영천시 고경면의 돼지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분출되면서 도로와 도랑으로 흘러들어 민원이 제기됐다. 이 마을은 지난해 12월25일 돼지 2천400여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한 곳이다. 당시 진입로와 도랑 옆의 가로 5m 세로 25m 크기의 구덩이를 파고 무려 2천400여마리를 묻었다. 이곳에서는 매몰 이틀 뒤인 27일부터 침출수가 마을 진입로와 도랑으로 흘러나왔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시는 서둘러 매몰지 옆에 구덩이를 판 뒤 비닐을 깔고 배수관을 통해 한 곳에 모아 분뇨차로 침출수를 처리했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방역당국이 매몰처분하면서 메뉴얼대로 침출수가 흘러들 수 있는 저류조를 함께 만들지 않았고 침출수가 나오자 급히 저류조를 설치하는 바람에 침출수 누출 사태가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매몰지 2곳에 돼지를 묻어야 했는데 1곳에 모두 돼지를 매몰해 침출수가 매몰 직후 많이 나온 것 같다"며 "저류조는 매몰작업이 끝난 뒤 다른 작업조가 만드는데 저류조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투입됐을 당시 침출수가 나와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구제역의 첫 발생지인 안동지역에서는 전체 598개 매몰지 가운데 10여곳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와 인근 저류조에 저장돼 있다. 방역당국은 파주지역의 경우 조사 결과 다행히 지하수는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파주.영천 사례 모두 곧바로 저류조가 설치되는 등 대응 조치가 빨라 2차 오염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무엇보다 살처분 가축이 크게 늘어나면서 메뉴얼대로 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구제역이 6개 시.도로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2천652농가의 가축 66만8천220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구제역이 계속적으로 추가 발생하고 있고 예방적 살처분 또한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매몰 현장에서 메뉴얼을 지킬 수 없다고 현장 실무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연천군 관계자는 "살처분 당일 매몰지 인근에 저류조를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우선 매몰하고 2~3일 뒤에 저류조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꺼번에 많은 양을 묻게 되면 사후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도 "파주와 연천은 구제역 발생 전 기르던 우제류 가축의 절반 이상을 땅에 묻었다"며 "사후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양이 엄청나 미처 손이 닿지 않으면 침출수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파주시의 경우 지난 16일 구제역 발생 뒤 전체 우제류 가축 14만9천여마리 가운데 9만8천401마리를 살처분했으며 연천군도 12만8천여마리 가운데 7만5천857마리를 살처분했다. 특히 주민들은 "지금은 강추위로 땅이 얼고 부패도 늦어 침출수 발생이 늦춰지고 있지만 앞으로 날씨가 풀리면 어찌될 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며 "여름 홍수철이면 한꺼번에 유실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상태로라면 '2차 오염'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초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작았던 포천시의 경우 환경부가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 수립지침'에 따라 매몰지 주변 지하수 수질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14곳에서 유아 빈혈을 일으키는 질산성질소와 일반 세균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바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매몰시 이중으로 비닐막을 설치하는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철저한 작업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침출수가 새어나올 수 있다"며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합동조사를 해서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제역 전국 확산이 현실화된 가운데 인력과 장비 부족에 시달리며 가축 살처분 매몰과 차단 방역, 백신 접종에 악전고투하고 있는 방역당국이 침출수로 인한 2차 오염 피해 복병을 만나 깊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