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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은 그저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

‘아무나(anybody)’라는 단어가 이토록 뭉클했던 말이었던가. 지난 12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에서 전해진 오준 유엔대사의 즉흥 연설은 국경을 넘어 강한 울림을 전했다.

한국의 이사국 임기 중 마지막 안보리 회의, 그리고 최초의 북한 인권문제 정식 채택. 이 모든 것은 가슴 아픈 우연이자 새로운 희망이었다.

한국은 24년 전(1991년) 유엔에 가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두 번째 안보리 이사국 임기를 보냈다. 이번 임기 동안에는 두 차례 의장국 활동을 하며 외교 무대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해를 맞아 오준 유엔 대사를 서면으로 만났다.

최근의 명연설로 네티즌들의 뜨거운 공감과 주목을 받았던 오 대사는 “언론에 조명되는 것이 부담”이라면서도 “대학생과 군인 등 젊은 세대의 반응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 “북한과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 필요…국제사회 목소리, 북 변화 이끌 것”

오준 대사는 ‘화제의 연설’ 말미에, “먼 훗날 오늘 우리가 한 일을 돌아볼 때, 북한 주민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문제가 안보리 의제로 채택되며 우리는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안보리 의제로 상정된 사안은 3년간 언제든지 안보리에서 논의할 수 있고, 3년이 지난 후에도 유엔 회원국의 판단에 따라 계속해서 의제로 남게 됩니다.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지속해서 유엔 총회, 인권이사회, 안보리 의제로 다뤄지는 것이죠.”

오 대사는 “우리가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핵 문제와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압력이 필요하다”며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덜고, 더 나은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북한 당국은 북한인권보고관을 북한에 초청하고 국제사회와 인권 대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안보리, 짐바브웨 · 미얀마 이어 3번째로 북한 인권문제 다뤄”

유엔에서 인권문제는 원래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에서 다룬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안보리 안건으로 다뤄지기까지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안보리가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를 다룬 것은 짐바브웨, 미얀마에 이어 북한이 3번째입니다. 그만큼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이 국제 평화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안보리 이사국 중 10개국이 공동으로 의제 상정을 요청했습니다.”

국제사회의 공감을 부른 것은 지난해 2월에 발표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였다. 보고서에는 1년간 추적한 북한의 인권상황이 담겼는데, 북한의 인권침해가 반인도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해당하고 이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 1991년 유엔 가입 후, 두 번째 이사국 임기 끝내

언론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 상정이라는 ‘역사적 계기’가 주목받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 2년 동안의 업적을 물었다. 오 대사는 안보리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유엔은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결과로 탄생한 국제기구이므로, 세계 평화와 안보를 다루는 안보리에 가장 중요한 임무가 부여됩니다. 안보리의 임무에 기여하기 위해 소말리아-에리트레아 제재, 분쟁 지역의 민간인 보호 등 국제분쟁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테러 비확산 위원회’를 통한 유엔의 테러리즘 대응 또한 주요 업무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 안보리 의장직을 수행할 때, 테러 집단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2004년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 1540호의 10주년을 기념해 전 회원국이 참여하는 공개토의를 주최했다. 그 자리에서 2021년까지 결의 1540호 이행을 강화하는 안보리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 “동아시아, EU와 같은 지역협력과 통합 모델 이상적”

오 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다자외교 전문가다. 1978년 외무고시 12기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유엔대표부 2등서기관, 유엔총회의장 비서실 공사,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거쳐 유엔대사까지 한국 외교관 중 최다(4회) 유엔 근무기록을 세운 ‘유엔통’이다.

광복 70년을 맞는 한반도가 나아갈 외교적 비전을 묻자 다자외교 전문가다운 분석이 돌아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정치·경제적으로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미래를 전망할 때, 동아시아의 장래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이죠. 이상적으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EU와 같이 지역 협력과 통합의 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오 대사는 특히 북한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현재 한·중·일 관계나 북한 문제를 볼 때,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북한이 핵 개발 등 대결을 포기하고, 개방과 개혁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는 것이 지역협력과 세계 평화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명연설 화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오 대사의 ‘명연설’이 화제가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의 이목을 끈 ‘명연설’은 2014년 1월에도 있었다.

“당시 일본 지도층의 역사 수정주의적인 언행이 문제 되고 있어 그러한 문제들을 언급했습니다. 단순히 일본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고, 과거의 문제들을 인정하고 정리함으로써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는 뜻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 대사는 국가간의 관계는 항상 미래지향적이어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당시 유엔 안보리 회의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전쟁의 교훈과 평화’라는 주제로 비회원국까지 총 60개국이 참가한 이례적인 대규모 회의였다.



그 자리에서 오 대사는 “일본 지도자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언행으로 국가 간 불신과 동북아지역의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일본은 독일의 경우와 달리 철저한 과거사 청산과 단절을 이루지 못해 주변국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군 강제 성 노예 문제는 인류 양심의 문제”라며 “일본은 유엔총회에서 무력분쟁 지역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기여를 언급하면서도,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오 대사는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받았던 고(故) 황금자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 “스트레스는 드럼과 그림으로”…매년 연하장 직접 그려

화면을 통해 접한 오 대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분석을 이어가는 예리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록 스피릿’이 흐르고 있다는 것.

취미를 물었다.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외교관이니 의례 독서 또는 조깅 등을 예상했으나,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조금 독특한 취미가 있는데, 드럼 연주와 그림 그리기입니다. 드럼은 대학교 때 밴드에서 연주한 것을 시작으로 외교부 음악 동호회와 유엔대사의 음악 밴드인 ‘UNrocks’에서 취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문서작업을 했는데, 독서를 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별 효과가 없더군요.”





그림은 중·고등학교 때 미술반 활동을 한 것이 인연이 됐다. 외교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근무하는 국가의 거리 풍경을 그려서 연하장으로 사용하던 것이 취미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KBS에 보내온 그간의 연하장에는 대사가 근무했던 싱가포르와 뉴욕의 풍경이 담겨있다.

◆2015년은 ‘경제와 사회의 해’

새해 계획을 묻자, ‘경제와 사회의 해’라고 정리했다. 지난해 안보리에서 ‘평화와 안보’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이하 경사리)와 장애인 권리협약 의장 수행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오준 대사는 올해 7월부터 1년간 유엔 경사리 의장을 맡게 된다. 우리나라 외교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안보리와 경사리 의장직을 수임하는 것이다. 자긍심이 있을 법도 하지만, 책임감을 먼저 말한다.

“유엔 중요 조직의 의장을 맡게 된 것은 개인의 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결과”라며 “자긍심보다는 책임감이 훨씬 크고, 좋은 선례를 남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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