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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3년 11월 16(일) 밤 9:30~10:10 / KBS1 ■취재 : 김만석 기자 many@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오프닝 멘트: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하루 2~3시간, 산길을 걸어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날씨는 갈수록 추워지는데 통학버스를 타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박한 꿈은 예산부족만을 탓하는 교육당국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통학버스를 타는 것이 꿈인 산골 아이들을 만나봤습니다. *김만석 기자: 합천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 자락. 해발 8백 미터가 넘는 산 중턱에 자리한 한별이네 집은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아침이 더 한층 분주해졌습니다. *<현장음> “임한별 일어나, 학교 가야지” *김만석 기자: 그래도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는 날입니다. 아랫마을에 볼 일이 있는 아빠가 차를 태워주기 때문입니다. *김만석 기자: 차를 타고 5분 정도 산길을 내려가면 마장리 마을이 나타납니다. 한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 1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마을 버스도 다니지 않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임명수 / 한별이 아빠: “뒤에 짐이 실리거나 다 태울 수 없을 때는 마음이 아프지만 그냥 갑니다.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서동명 / 1학년: “차를 타고 싶어요. (아침에 걸어 다니는 게 좋지 않니?) 안 좋아요. (왜?) 지각할 수도 있잖아요.” *정혜연 /4학년: “한 두 번은 괜찮은데 계속 걸어 다니면 다리 아프단 말이에요.” *김만석 기자: 고랭지 채소 농사를 하는 학부모들은 트럭 같은 차가 있어도 태워주지 못합니다. *임명수 /한별이 아빠: “일 철이 되면 농사일이라는 게 보통 지금 이 시간에도 나와 있잖아요. 이렇게 일하다가 애들 태워서 30분 비운다는 것이 일을 하는데도 굉장히 지장이 많죠.” *김만석 기자: 차를 타고 20분 정도면 학교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걸어서는 1시간이 족히 걸립니다. 학교로 오는 길에는 택시는 물론 승용차와 승합차 그리고 트럭과 오토바이까지 동원됩니다. *홍창고 씨: “차가 후진하다가 혹시 애들이 작아서 안보이면 위험하니까 이렇게 태워 가지고 옵니다.” *김만석 기자: 해인사 아래쪽, 가야산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곳에 자리잡은 마을에서 학교까지는 4km, 즉 십리 길도 더 됩니다. 여기 사는 학생들은 경상북도 대구와 경상남도 합천의 해인사를 오가는 정기 버스를 이용합니다. 2~30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한 번 놓치게 되면 별 수 없이 걸어서 다녀야 합니다. *이창룡 / 5학년: “태풍 오고 나서 다리 무너졌다 해 갖고, 한번 그 때 걸어 다녔어요. (걸어 다니면 힘들지 않아?) 힘들어요. *이연주/2학년: (연주는 1학년 때부터 계속 버스 타고 다녔어?) 유치원 때부터 (버스타고 다니는 게 재미 있어?) 네. *김만석 기자: 해인사 아래쪽 마을에서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는 초등 학생들도 10명이 넘습니다. 이들은 왕복 8백 원씩 하는 버스보다는 통학버스를 타는 게 소원입니다. *진창배 / 6학년: (한 번 타고 가는데 얼마지?) 4백원. (그러면 통학버스 타면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긴 가?) 예. 차비 절약할 수 있고 빨리 학교에 올 수 있고...” *김만석 기자: 마을 버스도 다니지 않는 학교 위쪽 산골마을 아이들은 차를 얻어 타지 못할 경우 걸어서 학교를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뛰다 보면 지치기 일쑵니다. *신인영/1학년 담임 선생님: “보통 애들은 8시 40분 정도까지는 여기 다 오거든요. 아침 활동하고 그 다음에 첫째 시간 공부를 시작하는데 가끔 9시 넘어서 도착하는 그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걸어오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생기나요?) 왜 그렇게 늦었냐고 물으면은 '걸어 왔어요' 이러거든요. *김만석 기자: 해인사를 거슬러 올라 해발 7백 미터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해인초등학교, 학생수는 1학년에서 6학년까지 60여명입니다. 학년마다 한 학급씩, 학생수는 10명 안팎입니다. 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학교에서 4km 이상 떨어진 곳에 삽니다. 그래서 한결같이 통학버스 운행을 바라고 있습니다. *박현정 / 해인초등학교장: “통학버스가 있다면 학년별로 해당 학년에 맞는, 교육과정에 맞는 그런 데를 찾아가서 현장체험 학습을 해도 되고 그러니까 뭐 통학버스가 있으면 너무너무 좋겠습니다.” *김만석 기자: 1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때는 오후 1시쯤, 그러나 학교 위쪽 산골에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언니, 누나를 기다리면 3시 너머까지 학교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학교를 나서 산길로 접어들면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배용찬 / 2학년: (언제가 제일 힘들어?) 오르막길이 제일 어려워요. (숨이 많이 차는 가봐?) 네. *임승일 / 1학년: “걸어오면요 많이 힘들고요, 또 올라오면요 더워요. *임한별 / 3학년: (눈 올 때는 어때?) 춥고 미끄러워서 넘어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그래?) 네. *김만석 기자: 장난이 심한 1학년 막내들은 항상 뒤쳐지게 마련입니다.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자주 뛰기도 하지만 힘겨울 뿐입니다. *정동재 / 1학년, 서동명 / 1학년 (왜 이렇게 늦었어 다른 친구들은 빨리 가는데?) 누나들이 너무 빨리 가서요. (그럼 뛰어가면 되잖아?) 뛰어갔는데 목이 말라서요. *김만석 기자: 오르막이 끝나는 길모퉁이에서 막내들이 먼저 올라간 일행을 따라잡습니다. *<현장음>: “헉헉, 너무나도 지쳤다. ” *<현장음>- 아이들: (쉬어 가는 거야?) 네. (맨날 이렇게 쉬어?) 쉴 때도 있고 안 쉴 때도 있어요. 다리 아파요. 다리 아파서 지금 안마기 하고 있잖아요. (다리가 많이 아프냐?) 네. (막 뛰니까 그렇지?) 아니에요. 걸어와도 그래요.” *김만석 기자: 아이들이 통학하는 산길은 경사가 급한데다 도로폭도 좁습니다. 고랭지 채소를 운반하는 트럭은 물론이고 근처 노인 요양시설과 스님숙소를 오가는 차량들도 쉬지 않고 산길을 오갑니다. *정동철 /3학년 담임 선생님: “어둑어둑한데 미끄러운 길을 1시간 걸어간다고 생각을 해보십시오. 그것도 어른들도 아니고... (위험하겠네요?) 그렇죠. 관광객들은 보면 '너희들 참 재미있겠다, 좋겠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다니는 애들은 고역 중에 그런 고역이 없지요. ” *김만석 기자: 겨울에는 빙판길로 변하기 일쑵니다. 빙판길에 넘어져 사고를 당하는 일도 흔합니다. *복점조 /66살 /서보람할머니 : “애가 내려가더니 미끄러져 갖고 옷을 홀딱 버려 갖고 왔더라고. 그래 갖고 옷을 갈아 입혀 갖고 그거 데려다 주러 가다가 그만 애는 이래 잘 내려갔는데 내가 나자빠져 갖고 뒤에 머리를 박아 가지고... (다치셨어요?) 머리, 뇌를 다쳐 가지고 그래 갖고 그만, 허리 다치고, 뇌 다치고 그래 갖고 (병원에 입원을 하셨어요?) 네, 입원까지 했었어요. ” *김만석 기자: 학교 다니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도회지로 이사를 가는 집도 늘어났습니다. *<일기장 낭독>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싫다. 왜냐하면 일찍 학교에 와야 되고, 일찍 일어나야 되기 때문이다. 아침이 정말 싫다.” *김만석 기자: 아침이 싫다고 일기장에 썼던 병창이는 두 달 전 엄마, 누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 대 구로 갔습니다. 현재는 고랭지 채소 농사를 짓는 아빠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신완규 / 병창이 아빠: “부부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되는데, 애들 돌봐줄 시간적 여유가 적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계속 애를 돌본다 그러면 한 사람은 또 계속 다녀야 돼요. 왔다가 갔다가... *정동철 / 3학년 담임 선생님: “3년 전에 제가 근무했을 때는 애들 초막골에 많았거든요. 그런데 학부모들이 대부분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사 가는 이유는?) 이사를 가는 경우가 일단 겨울에 애들 다니기가 불편하고, 학부모님들은 집에서 일을 해야 되는데, 애들 실어 준다고 일이 안 되는 거예요.” *김만석 기자: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마장리까지 오는데는 1시간 정도, 이때쯤이면 높다란 산 너머로 해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김만석 기자: 초막골에 사는 3학년 한별이는 친구들과 헤어진 뒤 집까지 혼자서 3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합니다. *임한별 / 3학년: “외로워요. (왜?) 혼자 가고 심심하니까요. (한별이는 부모님한테 이사 가자고 한 적 없어?) 있어요. (왜?) 올라 오기도 힘들고 또 해가 지면 무섭고 해서요.” *김만석 기자: 집으로 접어드는 길에서 아빠가 만들어 세운 장승을 지나 오솔길을 걷다 보면 저만치 앞에 집이 나타납니다. *김만석 기자: 가방을 벗어놓자마자 오빠와 함께 모처럼 컴퓨터 게임을 합니다. *임성훈 / 5학년: (컴퓨터 게임 동생하고 자주 해?) 아니요. (그럼?) 놀아요, 밖에서. (컴퓨터 게임은?) 안 해요. 인터넷이 안 돼서요. (인터넷이 왜 안돼?) 너무 멀어서요, 안된데요. ” *임한별 / 3학년: (한별이도 인터넷 하고 싶어?) 네. (인터넷으로 뭐 하고 싶어?)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읽고, 이메일도 하고. *임성훈 / 5학년: (여기 사는데 뭐가 있으면 더 좋겠어?) 인터넷과 스쿨버스요. (스쿨버스 왜 필요해?) 걸어 다니기도 편하고요, 집에도 일찍 와서 숙제도 미리미리 잘 할 수 있고요. ” *김만석 기자: 합천군에는 현재 40여대의 통학버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통폐합된 시골 분교에만 통학버스가 배정됐습니다. 따라서 폐교되지 않은 해인초등학교에는 통학버스가 없습니다. *이석천 / 해인 초등학교 운영위원장: “폐교를 하고 합병하는 학교에 한해서 이제 스쿨버스가 필요하다 하는데, 저희들 입장에서는 학교를 폐교하고 다른 학교에 편입해서 스쿨버스 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그런 입장의 학교가 아니거든요. 그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서 학교를 편입하고 타학교로 전학 간다는 얘기는 상식 밖의 얘기죠.” *김만석 기자: 합천군 교육청에서는 새로 통학버스를 배정해주고 싶어도 예산이 없다고 합니다. *한홍렬 / 합천군 교육청 관리과장: “예산에 책정되지 않고,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으니까 예산이 없지요. 지금 현재는 운행할 예산이 없습니다. 현재로써는... (예산은 군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겁니까?) 저희들이 상급기관에 요청을 해 가지고 (상급기관이면 도교육청?) 네. 도교육청에 *허민도 / 경상남도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곤란합니다. (왜 그렇죠?) 다른 학교도 여건이 비슷한 7-8군데 있습니다. 그 학교도 같이 차도 제공해 주고, 해줘야 되는데, 그것까지 제공할 입장이, 지금 교육재정이 못 따라가기 때문에 지금 못 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만석 기자: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교육당국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합천군 교육청은 올해 다른 학교의 통학버스를 폐차 처분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해인 초등학교에는 통학버스를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폐교된 초등학교에만 통학버스를 배정한다는 불합리한 기준 때문입니다. *박종훈 / 경상남도 교육위원: “시, 군별로 통합관리를 하면은 합천 같은 데는 아마 마흔대 정도가 합천군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차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럼 그 마흔대를 가지고 다시 노선을 그으면 마흔대의 시외버스를, 시외버스라고 생각하고 노선을 그으면 (학교별로 할 것이 아니라?) 그럼요. 합천 교육청에서 통합관리를 하면서 노선을 새로 그으면 지금은 초등학생들만 싣고 다니지만 전 초, 중, 고등학생을 다 싣고 다녀도 충분히 나는 되리라고 봅니다. ” *김만석 기자: 통학버스도 없이 하루 두 시간 산길을 걸어야 하는 아이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을 내세우며 이런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교육당국의 무관심 속에 아이들은 하나 둘 도회지로 떠나고 있습니다.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지만 산골아이들은 오늘도 힘겹게 산길을 오르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