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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회서비스원에서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긴급 돌봄 서비스.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중증 장애인 정향기 씨는 자가 격리 때문에 활동 지원이 끊기자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확진된 장애인 김형국 씨는 확진된 몸으로 중증 장애인인 아내를 돌봐야 했다. 국가가 이들을 도울 방법이 전혀 없었을까?

자료를 뒤져봤다. 확진자 한두 명만 나와도 큰 뉴스가 되던 2020년 2월, 보건복지부가 낸 보도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자가격리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24시간 활동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2020년 8월 보도자료에도, 정부가 낸 장애인 감염병 매뉴얼에도 같은 내용이 있었다.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주요 대책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정 씨와 김 씨가 지원을 못 받았을까? 다른 장애인들은 지원을 받기는 했을까?

보건복지부가 자가 격리 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 지원을 제공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 2020년 8월.
■ 자가 격리 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 전국 절반은 '실적 0건'

실제 자가 격리 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 지원을 한 실적이 얼마나 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대상은 장애인 활동 지원을 담당하는 전국 17개 지역의 사회서비스원과 광역단체 등이었다. 기간은 코로나19 이후부터 현재까지였다.

확인 결과, 전국 17개 단체 가운데 8개 지역은 코로나19 이후 격리 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 지원사를 파견한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 4개 지역은 5건 미만이었다. 다른 지역도 최대 30여 건으로,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였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긴급 돌봄이 해마다 600~700건씩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24시간 지원이 된 경우는 극소수로 드러난 것이다.


■ 격리 장애인에게 안내되지 않는 지원 제도

정부가 대책을 내놨는데도 실제 도움을 받은 장애인들이 왜 적었을까?

장애인들과 업무 담당자들이 먼저 꼽은 이유는 당사자들이 제도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돌봄 지원을 받으려면 격리 대상이 된 장애인들이 자치단체 복지 부서나 사회서비스원에 서비스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예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격리를 안내하는 보건소가 활동 지원 제도의 존재를 알려주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자가 격리를 했던 정향기 씨에게 물었다.

- 기자: 중증장애인이라서 혼자서 생활하기 힘들다고 분명히 얘기를 하셨을 텐데, 어떻게 하라는 대책이 있었나요?

- 정향기: 없었어요. 무슨 그냥 자가격리 하라는 얘기만 하고. 그때도 장애인들에 관한 요강(매뉴얼)이 없다고...

장애인 활동 지원 업무를 맡은 한 관계자는 "행정복지센터나 복지 시설을 통해 제도를 알지 못하면 신청 자체를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 안내에는 행정기관 도움이 필요한데, 그런 체계가 많이 구축돼 있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 활동지원사 구하기도 어려워…겉도는 장애인 지원책

장애인들의 긴급 돌봄 수요가 발생했을 때 투입될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감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방호복을 입고 근무해도 전파 우려는 있다. 분리된 방이 없는 집이라면 위험이 더 크다.

중증 장애인 정향기 씨는 자가 격리 경험 이후 장애인 관련 코로나19 정책의 미비함을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24시간 동안 일할 활동지원사를 찾는 일도 어렵다.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19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활동지원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장애인을 돌보는 어렵고 고된 업무를 장시간으로 하려는 이들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을 돌보는 데 '활동지원사'가 아닌,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이 대신 투입되는 일도 있다.

'격리 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 제도가 겉도는 것은 장애인 관련 코로나19 대책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장애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지 않고, 제도를 이행할 구체적인 방안도 부족한 것이다.

장애인 단체와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코로나19 지원책 역시 비슷한 사정이라고 말한다. 전근배 대구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자가격리뿐 아니라 확진된 장애인들도 돌봄 공백에 놓이는데, 확진자에 대한 지원 체계는 빈틈 투성이다. 병원에 입원하든, 재택치료를 하든 확진 장애인들은 제대로 돌봄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