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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라는 무대의 주연은 국회의원입니다. 금배지를 단 의원들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방송 뉴스에 등장하고 신문 지면을 장식합니다.

하지만 국회에는 의원들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바로 2,000여 명의 의원실 보좌진입니다.

21대 국회에 등록된 보좌진은 2,214명(2020년 6월1일 기준), 의원실 한 곳에 근무하는 보좌진은 평균 7~8명입니다. 이 가운데 여성은 664명. 전체의 약 30%입니다. 21대 국회의원 여성 비율 19%와 비교하면 제법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여성 보좌관 664명을 직급별로 살펴봤더니 하위직급으로 내려갈수록 수가 늘어납니다. 보좌진 중 최고 직급인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7.7%에 불과합니다.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이 낮아지는 피라미드 형태, 이른바 '여성 유리천장'의 전형적인 모양새입니다. 왜 그럴까요? 30%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면접에서 결혼 사실 밝힌 정책 비서, 그녀

20대 국회에서 정책 비서로 일했던 A씨는 21대 국회로 넘어가면서 의원실을 옮기게 됐습니다. 희망 의원실에 지원해 면접을 본 직후, A씨는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원님, 사실 저 결혼했습니다." A씨는 왜 면접에서 결혼 사실을 고백해야 했을까요? A씨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국회에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여성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거든요. 전에 있던 의원실에서도, 신혼인 비서님이 신세 한탄을 하면서 그렇게 말을 했어요. 그때 저는 미혼이었는데, 의원실 옮길 때는 결혼을 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결혼한 사실을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거예요. 말 안 하고 가면 속이는 것 같고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왜 기피하냐"고 묻자 "출산 가능성 때문"이란 뻔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보좌진이 애 낳으러 가면 '빵꾸'가 나잖아요. 국회의원은 4년 임기여서 한 달 한 달이 아까운데. 그리고 아마,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여자는 충실하지 않을 거야'라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요."

■ 출산하고 해고된 행정 비서, 그녀

결혼 고비를 넘고 나면 임신과 출산이라는 벽에 부딪힙니다. 출산과 함께 의원실에서 해고되는 경우, 국회 의원실에선 흔한 이야기입니다. 의원실을 여러 번 옮겼다는 행정 비서 B씨는 "출산하고 나서 출산 휴가 들어가면서 '의원님 저 다시 돌아오고 싶어요' 라고 했지만, 거절당해서 아예 정리되기도 했다"고 회상합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의 유급 육아휴직, 그리고 2년의 무급 육아휴직이 보장됩니다. 육아휴직 기간에 의원실은 대체인력도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좌진에게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입니다. B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의원회관에 근무하는 보좌진들은 애가 초등학교 1학년이면 육아휴직을 많이 쓰고 싶어 하는데, 그래도 엄두를 내지는 못하더라고요. (왜죠?) 잘리니까. 잘리죠."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건, 결국 일을 그만둔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경단녀 코스'입니다. 출산 후 육아휴직을 받고 해고된 보좌관 C씨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어떤 보좌관들은, '육아휴직을 주는 게 대단한 거지'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근데 사실 돌아가야 휴직이지, 못 돌아가면 휴직이 아닌 거잖아요."

■ 아이 낳으러 가면 '다시 못 돌아올 수 있다' 각오해야

D씨는 20대 국회에서 의원실 정책 비서로 일하다 출산을 하게 돼 육아 휴직에 들어갔습니다. 의원실에 돌아가지 못했고 최근 다른 법인에 재취직했습니다. D씨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전년도 국정감사를 안 치르고 올해 국감을 치르겠다고 이력서를 내밀면, 의원실 입장에서도 '감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죠. 지난번 결산 안 하고 예산한다고 그러면 (의원실에선) 채용이 불편하죠. 공공연하게, '나는 경력단절이 싫어서 애를 안 낳겠다'고 하는 여성들은 너무 많고. 사실 여기에서 일을 하면서 아이를 낳으러 가는 건 진짜, '다시는 못 돌아올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정도의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 상위 직급 가는 사다리에서 주저앉는 '그녀'들

21대 국회의원 보좌진 비율을 상위 직급(4,5급), 중간 직급(6,7급), 하위 직급(8,9급)으로 나눠봤습니다. 4급과 5급은 보좌관과 비서관 등 이른바 '관'급으로, 승진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여성 비율을 따져보니, 하위 직급은 절반이 넘었지만 상위 직급은 15%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의원실의 이른바 '허리'라고 하는 6,7급 비서들은 10명 중 3명꼴이었습니다. 1년 전 20대 국회의의 현황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보좌관 E씨는 이 통계를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6급과 7급, '허리'라고 하는 급수에 있는 이 분들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면 허들에 걸리는 거죠. 왜냐면 그때 아이를 낳고 육아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6,7급 정책 비서들이 4,5급으로 올라가다 사다리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많죠."

의원실 업무를 총괄하는 4급 보좌관이 되는 건, 정말 어렵다고 또 다른 보좌관 F씨는 털어놨습니다.

"4급 보좌관은 의원실 직원을 리드하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조직을 리드하는 데는 남자가 적합하다는 인식들이 있어서 특히 4급으로 올라갈 수록 남성 보좌관이 많고 여성 보좌관이 극소수인 상황인 것 같아요."

다음 기사 「②"여성 친화적인 문화, 결국 보좌진 모두에게 혜택"」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