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미 절단면 왕관모양으로 날카롭게 솟아”_곽철용 판걸고명륜_krvip

“함미 절단면 왕관모양으로 날카롭게 솟아”_카바나 두 베토 로사 비치_krvip

침몰한 지 20일 만인 15일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 함미의 절단면은 녹색 그물에 싸여 있었다. 사고 원인을 밝혀줄 절단면의 구체적인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사고가 일어난 당시의 정황을 알려주려는 듯 절단면의 실루엣은 곳곳에서 뾰족하게 솟은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3시쯤 18노트의 속도로 백령도 사고 해역을 내달리던 옹진군 행정선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자 저 멀리 3천t급 바지선에 올려진 함미의 끝 부분부터 눈에 들어왔다. 300여m 앞의 함미는 대형 해상크레인의 붐대(물체를 끌어올리는 크레인의 팔에 해당)에 연결된 직경 90mm의 체인 3개에 여전히 묶여 있었다. 함미를 바닷속에서 건져 바지선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거치대 여러 개가 파손된 탓에 함미 스크루 부분에 2개의 거치대만이 눈에 보였다. 배가 바지선을 우측으로 끼고 우회하자 그물에 싸인 절단면이 눈에 들어왔다. 날카롭게 솟은 부분은 3곳이었는데 가운데가 높이 솟은 왕관과 같은 모습이었다. 절단면을 정면으로 봤을 때 가운데 날카롭게 솟은 부분이 오른쪽(좌현)으로 밀려 올라가 있어 함미의 우현에서 강한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닌가 짐작하게 했다. 함미의 좌현은 30m, 우현은 36m로 함체는 일직선이 아닌 비스듬히 절단돼 있었다. 실종자 가족의 마음처럼 갈가리 찢긴 절단면과는 달리 함미 상부는 외관상 멀쩡한 상태였다. 디젤엔진실 상부에 있는 추적레이더실과 그 뒤로 함대함 하푼미사일 발사대 2개, 40㎜ 부포, 76㎜ 주포도 그대로 온전했다. 선체 우측에 있어야 할 어뢰발사대 1문과 주포와 부포 사이에 있어야 할 하푼 미사일 발사대, 절단면 근처의 연돌(연통)은 이미 알려진 대로 유실돼 보이지 않았다. 또 함미 측면의 아랫부분은 오랜 기간 물속에서 부식된 까닭인지 회색 페인트가 벗겨져 드문드문 갈색이 드러나 보였다. 함미가 올려진 바지선 앞에는 인양 작업을 맡은 민간 수중업체의 소형 크레인선 `유성호'가 막바지 작업을 위해 떠 있었다. 해군 평택함 등의 함정과 해경 방제정도 사고 해역 주변을 맴돌며 인양작업을 돕고 있었다. 함미가 있는 해역에 머물기를 5분여. 기자들을 태운 배는 바지선에 실려 평택으로 옮겨질 천안함을 백령도 인근 바다에 남겨둔 채 뱃머리를 돌렸다. 힐끗 뒤를 한번 돌아보니 함미 끝 부분에는 `천안'이라는 두 글자가 흰색으로 쓰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