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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수용 가능성이 가장 기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줄곧 강조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의 원칙입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사례를 보면, 한일 정부 간에 합의가 되더라도 피해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청와대는 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 '피해자 중심주의'를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정부가 징용 문제 해결 방안으로 일본에 제시한 1+1안(한일 기업의 공동 기금 조성안)에 대해서도 '피해자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측의 말은 다릅니다. 1+1안에 대해 동의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6월 19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소송대리인단 변호사 공동 입장문
6월 정부 '1+1안' 일본에 제안…피해자 모임 "의견 수렴 절차 없었다"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습니다. 한일 기업이 기금을 출연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이른바 '1+1안'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당일 징용 피해자 모임은 정부안에 우려를 나타내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일부 내용을 옮겨봅니다.

"한국 정부의 안은 피해자들이 ‘한일 양국의 기업의 출연금’을 ‘판결금’ 대신 지급받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위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피해자들과의 협의 또는 동의가 필요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피해자, 대리인단 및 지원단 등과 구체적인 안에 관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판결금'이란 판결 결과로 받게 되는 돈을 말합니다. 이 돈을 포기하고 양국 기업의 출연금을 위자료로 받게 되는 만큼 피해자측과 협의가 필요했다는 뜻입니다.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8월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발표해도 될 수준 합의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청와대는 '1+1안'에 피해자측이 동의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지난달 16일엔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1이라고 얘기한 부분은 피해자들의 동의가 있었던 것"이라며, "피해자가 합의한 방안 이외에 다른 것은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됐고, 이번에는 노영민 비서실장이 직접 '피해자 동의'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1+1에 대해서 피해자 의사 미리 확인했었습니까?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 저희들은 피해자들과 합의해도 될 수준의, 발표해도 될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정도는 합의했습니다.



피해자측 "1+1은 정부의견일 뿐…동의 안 해"

청와대의 설명이 과연 맞는지 피해자측에 확인해봤습니다. 만약 피해자측이 1+1안에 동의하지 않는 거라면 징용 해법에 관한 피해자측의 의사가 사실과 다르게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피해자측 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안영숙 공동대표는 KBS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정부와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1+1안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의견"이라며 "저희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KBS는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단의 변호사들도 만나봤는데, 시민모임과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임재성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그 안을 발표하기 사전에 피해자들에게 그 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은 사실이 없다"며, "그거를 발표한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그 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지난 5월 청와대 관계자가 한 차례 찾아온 적은 있지만 공식 협의가 아니었다"고도 했습니다. 따라서 합의했다는 청와대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측이 정부안에 동의하지 못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정부안에는 일본의 사죄가 전제돼 있지 않고, 아직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들은 위자료 지급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겁니다.

앞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한국 정부 입장은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4명에 대해서만 판결로 인정된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작년 한국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한일 양국 간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종합적인 해결을 요구하며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소송절차에 나가지 않은 피해자들을 포함한 포괄적 협의를 요청해온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입장"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누가 다른 말을 하고 있나…'진실 공방'?

피해자측의 누구를 언제 만나 동의를 받았는지 확인해달라는 KBS 요청에 청와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송대리인단 내에도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신 걸로 알고 있다"며, "누가, 언제, 누구를 만났는지를 밝혀 진실공방으로 가는 것이 과거사 문제를 풀어가는 데 얼만큼의 역할을 하는 것인지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도 했습니다. 또 자세한 언급을 자제하는 함의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취재진도 취재를 하면서 깊이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공동 대응을 해야 할 때, 자칫 피해자측과 정부 사이에 균열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제대로 마주해야 해법이 나옵니다.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중요한 건 피해자들과의 소통입니다. 피해자들의 생각을 읽지 않고서는 그러한 안을 만들 수 없습니다.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방안에 대해서 마치 동의한 것처럼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 피해자모임은 섭섭함을 넘어, 분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피해자들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소통해야, 진정한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