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좀 하자!”라는 북한 식당의 중국인 라오반(老板)들_사이클에 대한 주소_krvip

“장사 좀 하자!”라는 북한 식당의 중국인 라오반(老板)들_카지노 돔 펠리페 노바 이과수 역사_krvip

중국어로 '라오반(老板)'은 주로 상점 주인이나 회사의 사장을 일컫는, 매우 흔히 쓰는 말이다. 중국 대륙 어느 곳을 가더라도 도시건 시골이건 돈을 받고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해주는 어떤 곳이든 그곳엔 운영 주인인 '라오반'이 있다.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식당들을 보면, 간판은 '옥류관','평양고려관' 등 북한 지명이나 북한 이름을 붙여놓았지만, 사실 따져보면 북한 측 사람이 100% 소유,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중국인 라오반과 일정 비율로 소유, 운영 지분을 나눈 합작 형태거나, 북한 측은 순전히 노동력만 제공(서빙, 공연 등)하는 식당들이다. 따라서 흔히 '북한 식당'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중국인 라오반이 운영하는 '북한식 중국 식당'이 대부분이다. 지난 5월 24일 취재진이 찾아간 중국 산시성(陕西省)시안(西安)의 '평양은반관'도 중국인 라오반과 합작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지난 4월 저장성(浙江省) 닝보(宁波)의 '류경식당'에서 13명이 탈출한 데 이어, 여종업원이 추가로 탈출한 식당으로 지목됐기 때문이었다. 중국 산시성(陕西省)시안(西安) 취장(曲江)지구의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평양은반관’. 밤에는 주로 방을 예약한 손님을 받는데, 북한 여종업원은 식사접대와 공연을 한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식당에 들어가 계산대의 직원에게 중국인 라오반을 만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라오반은 없다며, '매니저'라는 직원이 대신 나왔다. 북한 여종업원이 탈출한 식당이 이 곳이 맞는지 묻자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자기네 식당은 종업원 관리를 잘 해 와서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한참을 더 물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미리 주변 탐문도 했지만 그런 일이 없었다거나 모른다는 답변뿐이었다. 진짜 이곳이 아닌 것 같았다. 그때 사무실 안쪽에서 한 사람이 얼핏 나왔다가 들어가면서 매니저에게 뭐라고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라오반이 사무실 안에 있었으면서도 취재진과 만나길 꺼려서 안 나오고, 매니저를 대신 만나게 한다는 걸 직감했다. 출근길 북한 여종업원들. 이들의 숙소인 아파트는 식당에서 3백여 미터 떨어진 고급주택가에 있었다. 중국인 라오반이 잡아준 것으로 보였다. 다음날 취재진은 숙소에서 식당으로 줄지어 출근하는 북한 여종업원에게 접근해 동료의 탈출 사실을 아는지 물었다. 북한 여종업원들도 자기네 식당은 그런 일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게다가 저장성 닝보의 13명 탈출 건도 자기들은 모르며, TV 보도에 나왔는지도 전혀 모른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연관기사] ☞ [뉴스9] ‘종업원 탈출’ 北 식당, 통제 속 외화벌이 계속 (2016.5.25) 취재진은 여기까지 듣고 발길을 돌렸다. 그때 고급 차량 한 대가 취재진 차량 쪽으로 오더니 중국인 2명이 내렸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전날 취재진을 만나주지 않았던 바로 그 중국인 라오반이었다. 그는 빠른 중국말로 거칠게 항의했다. 왜 어제부터 자기네 식당에 와서 촬영하고 취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의 정체와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만나주지 않던 이 라오반의 항의 내용은 결국 '장사 좀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우리는 다음 취재 일정상 그곳을 빠져나왔다. 라오반은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라오반의 말을 곱씹어 보노라면, 현재 북핵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한가운데 놓인 중국의 내부 고민이 엿보인다. 현재 북한의 외화벌이의 주요 통로인 해외 북한 식당은 중국에 가장 많이 있다. 이들의 수입이 '국가계획' 분으로 상당 부분 상납 되는 것과 착취 등의 문제 때문에 해외 북한 식당에 대한 실태 폭로가 잇따랐다. 이런 와중에 식당 종업원들의 탈북도 이어졌다. 사실 중국인 라오반들의 입장에선 '값싸고 일 잘하는' 북한 노동력은 매우 탐나는 생산요소다. '선별된' 종업원들을 데려다 쓰는 길을 아는 라오반들로선 주저할 이유가 없다. 착취는 이 종업원들에게 준 월급에서 상납분을 왕창 떼어내는 북한 쪽 사업파트너 (주로 보위부 요원)가 하는 것이지, 라오반들 스스로는 착취를 한 적도 없고, 정당한 사업을 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런 라오반들이 가장 두려운 일은 바로 종업원들의 도망이다. 류경식당처럼 하루아침에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여종업원 3명이 탈출한 중국 산시성(陕西省) 웨이난시(渭南市)의 식당 하이루오우(海如欧) 취재진은 시안의 라오반들을 뒤로 하고, 여종업원 3명의 탈출 식당으로 지목된 또 다른 식당인 웨이난(渭南)의‘하이루오우(海如欧)’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홍콩계 브랜드를 식당 이름으로 쓰고 있는 이 식당은 북한 여종업원이 홀에서 서빙도 하고 점심과 저녁때 공연도 하는 식당이었다. 나중에 이곳이 3명이 탈출한 식당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식당은 그러나 남아 있는 10여 명의 북한 여종업원과 중국인 직원을 데리고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라오반은 시종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식당 측은 취재진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러더니 북한 여종업원을 모두 방으로 숨겼다. 직원 탈출 사실을 묻자 딱 잡아떼며 '그런 일 없다'고 했다. 진실을 말해 준 것은 북한 여종업원들이 묵던 인근 숙소의 관리인이었다. 웨이난 식당의 라오반 입장에선 10여 명의 북한 여종업원 가운데 3명만 탈출했으니, 영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조심스럽게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장사 좀 하자"라는 시안의 라오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연관기사] ☞ [뉴스9] 종업원 탈출 北 식당 ‘쉬쉬’…“中 공안 조사” (2016.5.26) 중국 당국이 이들 자국민 라오반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라오반 뒤에 숨겨진 수 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을 색출해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제재 대상을 정할 때부터 '민생목적' 등 제재 대상의 예외로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미 중국 대륙에 깊숙이 들어와 피와 살처럼 얽혀 있는 북한이란 존재를 효과적으로 제재하는 데는 그만큼 중국 정부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중국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에 대한 정확한 셈법이 우리에겐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