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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 부진으로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이 계속 뒷걸음치면서 경제에 미칠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나빠지면 자금 공급이 위축돼 가계와 기업에 돈이 돌지 않고 결국 내수와 투자 부진, 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금융회사에 자본 확충과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채근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는 금융회사로서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동안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과당경쟁을 벌인 금융권이 부실을 자초한 면도 있는 만큼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고 금융당국은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건전성 후퇴..실물경제 위축 금융회사가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신규 자금의 공급을 중단하거나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해외채권 투자에서 손실을 내고 국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대출 부실이 우려되자 중소기업 신규 대출과 수출기업의 수출환어음 매입을 꺼리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최근 일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금융당국의 지도기준 8%보다는 높지만 10% 아래로 떨어졌다. 은행은 주로 예금을 갖고 대출이나 자산운용을 하는데 대출 기업이 부도나면 회수할 수 없게 된다. 예금자 보호를 위해서 BIS 비율 규제를 하는 것으로, 은행들이 여기에 맞추려고 증자도 할 수 있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대출 축소다. 실제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7월 5조5천억 원에서 8월 1조8천억 원, 9월 1조9천억 원, 10월 2조6천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대출 부실과 연체율 상승에 직면한 저축은행과 할부금융사 등 제2금융권이 최근 가계와 기업의 신규 대출을 줄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경제의 동맥인 자금줄이 계속 막히면 기업과 가계가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되고 실물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진다. 이는 다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은행들의 BIS 비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지 유의해야 한다"며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인 8%보다 높아서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다만 "은행으로서는 건전성을 유지하려고 연체율이 높은 곳의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며 "현 단계에서 은행 부실보다는 건설업체나 중소기업 대출금을 회수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정부.금융권 `발등의 불 꺼라'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지자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내놓는 고금리 특판 예금이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된다고 보고 사실상 판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대출 부실 우려 업종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 배당 억제도 주문하고 있다. 은행들의 BIS 비율 하락과 이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 위축을 막기 위해 지금보다 강화된 새 BIS 기준인 바젤Ⅱ의 시행 시기를 2010년 1월로 1년 연기했다. 바젤Ⅱ가 도입되면 은행 BIS 비율이 지금보다 1%포인트가량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에 5천억 원씩, 수출입은행에 3천억 원을 출자해 국책은행의 BIS 비율을 끌어올리고 기업 대출 여력을 키우기로 했다.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도 인수.합병(M&A)이나 증자 등을 통한 건전성 제고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안정적인 건전성과 대외 신인도를 확보하려면 BIS 비율을 10~11% 이상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수익성 제고와 자본 확충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시중은행은 BIS 비율을 높이려고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후순위채는 나중에 갚아야 하는 빚이고 최근 5년 만기짜리의 발행 금리가 8% 안팎으로 작년보다 1%포인트가량 높아져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또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수수료 수입 증대와 자산운용 제고 방안도 마련 중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KB금융지주 지분 20.66% 가운데 최대 2%를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에 팔기로 한데 이어 추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 등은 증자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의 침체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과 가계 대출의 상환 연장 등을 강하게 요구하자 은행들은 속병을 앓고 있다. 위험 관리 강화와 대출 확대는 상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와 기업이 쓰러지면 결국 은행의 부실이 더 커지게 된다"며 "은행이 지원할 곳은 지원하는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지금의 문제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국내 금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유동성 관리 실패가 겹쳐진 것"이라며 "이를 예방하지 못한 금융감독 시스템을 개선하고 살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엄격히 구분해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김정식 교수는 "경기 침체 등으로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등 다른 금융권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은 비상 경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