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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홍대 거리에선 음악이 끊이지 않습니다.

휴대전화에 이어폰만 꽂으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인터뷰> 고은석 : "(최근에 음반 산 적 있으세요?) 없어요. 한 1-2년 동안 안 산 것 같아요. (주변에 음반 사시는 분 있으세요?) 아니요. 못 봤어요. 거의 대부분 다 스트리밍 서비스받거나 그렇게 해서 들어요."

<인터뷰> 최정희 : "다 이렇게 무제한으로 많이 듣고 있어요. 그리고 종류도 다 달라서 클래식도 들을 수 있고 그래서 편하더라고요."

음악을 디지털 음원으로 듣는 시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음반 가게가 있습니다.

<녹취> "2번 트랙에 있는 거 들려주세요. 이게 좋을 것 같았어요 왠지. (네, 좋은 음반이에요.) 아티스트 이름이? (세스포드영이라고.)"

레코드 가게를 운영한 지 올해로 21년째, 쉽게 구할 수 없는 음반 위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매출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인터뷰> 표진영(레코드포럼 대표) : "전체적인 양은 많이 줄었죠 실제적으로. 양이 줄은 건 부정할 수 없는 거고 좀 더 아름다운 음악들이 유럽이나 여러 선진국처럼 공존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CD를 사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해서 음악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듣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우리는 여전히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고, 때때로 열광합니다.

그런데 음악인들 사이에선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 라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지난 1998년에 데뷔한 힙합 그룹, <가리온>입니다.

우리말로 담아낸, 가장 한국적인 힙합을 추구하며 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에 오를 정도로, 성공하고 인정받는 음악인입니다.

<인터뷰> 김작가(음악평론가) :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국어로 된 힙합 혹은 한국어로 된 랩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다면 가리온은 몇 단계 끌어올려서 한국어 랩을 완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녹취> 가리온 : "다시 한번 받아볼게요. 마이크 위치 잡고 헤드폰 쓰고..."

<녹취> 이재현 : "리듬도 사실은 스토리가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처음에 들어갈 때 뭔가 전개가 됐다가 절정의 어떤 하이라이트가 있고, 그 다음에 결말을 짓는..."

17년째 전문적인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음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주 수입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받는 수업료입니다.

<인터뷰> MC 메타 이재현 : "많은 뮤지션들이 장르를 떠나서 이렇게 투잡, 쓰리잡의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한민국 음원 전체 가격이 그냥 무제한 스트리밍 가격이라는 거죠, 그만큼 음원을 싸게, 덤핑 판매하듯이 그렇게 한다는..."

지난해 앨범 판매 1, 2위를 차지한 그룹 엑소.

이 엑소 음악 한 곡을 음원 사이트에서 내려받으면 6백 원입니다.

멜론 같은 음원서비스업체가 이 돈의 4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제작사, 작사작곡가, 가수 등이 나눕니다.

음원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른 배분입니다.



그러나 실제 6백 원을 다 내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각종 할인을 받으면, 한 곡에 40원 정도만 내고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음원 사이트 이용자 대부분은 몇 천원을 내고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즉 음원 재생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인터뷰> 이지원,서정윤 : "멜론이나 소리바다 같은 걸로 스트리밍해서 들어요. (4천 원이면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어요?) 네. 듣기는 무제한으로 되는데 다운이 안 돼서..."

소비자가 재생 서비스로 음악을 들으면, 노래 1곡에 작사, 작곡가는 0.3원씩 가수는 0.18원을 받습니다.

엑소는 그룹이기 때문에 멤버 수로 나누면 한 명이 0.018원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엑소 같은 인기 아이돌이 아닌 이상, 음원 수익만으로는 생계조차 어렵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인터뷰> 정문식(뮤지션 유니온 위원장) : "음반을 내거나 음원을 내서 생계를 해결한다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다음 음반과 다음 음반을 준비하기 위한 재생산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조차도 힘든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녹취> 정중식(중식이 밴드 리더) : "지원비가 얼마죠? 내가 천만 원이 있었으면 천만 원을 넣는 건데..."

제1회 한국인디뮤지션대상 금상을 받은 음악가입니다.

정규 앨범 준비를 하면서 밤엔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중식 :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세요?) 11시부터 5시. (새벽 5시요?) 네. 집에 오면 한 6시 되잖아요. 씻고 하면 7시에 밥 먹고, 그럼 그때 자고 2시에 일어나서 작업실 와서 또 작업하고..."

<인터뷰> 정중식 : "먹고살아야 되잖아요. 먹어야되잖아요. 집세 내고. 이 작업실비 내고..."

디지털 싱글 5곡을 발표한 <중식이 밴드> 음원 수익 내역입니다.

지난해 5월 한 달 동안만 소비자들이 <중식이> 음악을 내려받거나 재생 서비스를 통해 들은 횟수는 모두 2천 603회.

노래를 만들고 부른 음악가와 제작사는 만 5천 87원을 받았습니다.

<녹취> "(음악을 통해)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그냥 위로해주는 거죠. 사람들한테 너, 괜찮아 나도 그래. 이런 걸 위로해주고 싶죠."

<녹취> 신대철 : "한국에서 가장 싼 물건이 뭘까요. 혹시 아십니까? 한국에서 가장 싼 물건, 음악입니다"

시나위 리더, 기타리스트 신대철씨와 음악인들이 나섰습니다.

<녹취> 신건웅(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 : "모든 걸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앨범을 모아서 그냥 판매하는 업체보다 매우 적게 분배받고 있다는 걸 표현한 겁니다."

이들은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몫을 돌려줄 수 있는 대안적인 음원 사이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시장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음원 서비스 업체만 배불리는 불공정한 구조가 정착됐다는 겁니다.

<인터뷰> 신대철 : "유명 뮤지션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해달라, 그러면 되게 겁을 냅니다. 혹시 저들에게 뭔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쉽게 이런 거죠. 6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멜론에서 만약에 내 음악을 걸어주지 않으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음원서비스 업체 입장은 어떨까, 창작자의 몫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면서도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엔 반박합니다.

<녹취> 음원서비스 업체 관계자 : "어느 한쪽의 얘기만 들어서 되는 부분은 아니고 음원이라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물건이 사고 팔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해요."

음악을 헐값에 파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라도 먼저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에 정부는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녹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 "전세계적으로도 스트리밍 라디오를 포함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많이 옮겨가고 있고 그런데 뭐 인위적으로 상품 자체를 못 팔게 하거나 그런 건 힘들테니까 그런 부분이 있죠."

우리나라 음악 산업 매출 가운데 창작, 제작자 매출은 8천 억원, 유통과 배급은 3배가 넘는, 2조 6천억 원대로 집계됩니다.

전체 매출에서 유통과 배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습니다.



<인터뷰> 이규호(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획일적으로 일부 유통사에게 집중되는 그런 현상이 계속되면 분명히 언젠가는 킬러컨텐츠라고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컨텐츠 외에는 모든 창작물들이 사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디밴드, 한음파입니다.

지난 1999년에 결성됐다 공백기 이후 2007년에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달콤한 음악이 아니라 오히려 듣기 불편한 음악,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인터뷰> 김작가(음악평론가) : "타협하거나, 후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 인디 시장 안에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영향을 지닌 팀이다, 라고 얘기할 수 있죠."

<인터뷰> 한 석(관객) : "이곳에 오면 이런 뮤지션들 보면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고, 즐거워서 오는 거예요."

<녹취> "(보통 한 곡을 만들 때 어느 정도의 공을 들이시는지?) 애 한 명을 낳는 거죠. 애를 안 낳아봐서 모르지만 거의... (웃으며) 그 정도는 아닐 거야. 그럼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인터뷰> 이정훈(한음파 보컬) : "노동을 통해서 만든 결과물이라는 걸 생각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의 노동을 통한 결과물이 듣는 사람 혹은 보는 사람의 행복과도 직결돼있다는 생각을 좀 더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내 귓가에 들리는 이 음악에 우리는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끝끝내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 시대 음악가들이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