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의 땅에서 ‘희망찾기’ _ㅋㅋㅋ 포커용 인형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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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부분의 아프리카 인들에게 가장 절박한 것 가운데 하나, 바로 깨끗한 물입니다. 최근 기상이변 속에 아프리카에서는 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요. 국제사회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친 가운데 우리나라도 아프리카의 우물 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희망 찾기 현장을 홍수진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동쪽으로 200km를 달려 도착한 모사 지역. 조용하던 시골 마을이 이른 아침부터 부산합니다. 물동이를 이고 진 동네 아낙들과 양손에 물통을 들고 따라나선 꼬마들까지, 식수를 구하러 인근 강으로 가는 모습입니다. 평소 집안일을 잘 하지 않는 남성들도 당나귀에 자전거까지 동원해 물 뜨기에 동참했습니다. 쉬지 않고 1시간 반을 걸어서 도착한 근처의 은지우 강. 이곳 주민들에게 강물은 그대로 식수도 되고 생활용수도 됩니다. 절대적으로 물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흙탕물이든 깨끗한 물이든 이들에게는 소중할 뿐입니다. <인터뷰> 와유아 망아이(케냐 모사 주민) : "(이 강에)하루 5번 오는데, 매우 피곤해 밤이 되면 녹초가 됩니다." <인터뷰> 조셉 은구와(케냐 모사 주민) : "(강물을)그대로 마실 수 없어서 끓이거나 정화하는 약을 넣은 뒤 마셔야 합니다." 급수시설이 없는 이 곳 모사지역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찾아 근처 강을 오가야 합니다. 그나마 우기에는 왕복 3시간 거리에서 물을 얻을 수 있지만 건기가 되면 왕복 6시간을 걸어야 합니다. 도심으로부터 비포장도로를 2시간 넘게 달려가는 길. 소떼들이 길을 막아서기도 하고, 최근 내린 비로 차가 진흙길에 빠지기를 여러 차례 한 끝에 도착한 곳은 전통적인 유목생활을 고집하고 있는 마사이족 마을입니다. 마사이족 역시 식수난에 시달린 지 오랩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한 마사이족의 집에서 먹는 물을 보여 달라고 하자, 부유물이 떠다니는 뿌연 색 물을 내놓습니다. 그나마 마실 물이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인터뷰> 키파스 테쿠(마사이 원주민) : "소와 함께 20km 떨어진 곳으로 물을 구하러 가서 사흘 만에 돌아옵니다. 그리고 집에서 우유도 짜놓을 겸 이틀간 머문 뒤 다시 또 물을 찾으러 갑니다." 이 마사이족은 극심한 가뭄에 대비해 집 근처에 간이 저수지를 파 식수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마사이족은 말라리아와 설사 등 온갖 질병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인터뷰> 사뮤엘 오루마(케냐 수자원부 직원) : "분명히 물의 정화가 필요합니다. 이런 물을 통해서 질병이 퍼지니까요. 지금 이곳의 상황이 이렇습니다." 물 부족이 이처럼 심각해지다 보니 지난해 마사이족들은 소떼를 몰고 나이로비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고, 물길을 둘러싼 마사이족과 키쿠유족의 부족 간 유혈충돌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국토의 80%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케냐의 또 다른 고민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멀리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보이는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 인근. 언뜻 사막 같아 보이는 이곳은 암보셀리 호숩니다. 한때는 폭 8km가 넘는 드넓은 호수였지만, 이제는 4월과 5월 두 달을 제외하곤 1년 내내 물 한 방울 없이 흙먼지만 날리는 황무지로 변해버렸습니다. <인터뷰> 조지(암보셀리 국립공원 가이드) : "1980년대 까지는 이 곳이 호수였지만, 기후변화로 지금은 계절적인 호수로 변했습니다. 우기에만 호수가 됩니다." 케냐는 이처럼 지난 2005년까지 수년간 심각한 가뭄에 시달렸지만, 지난해엔 홍수로 수십 명이 숨지는 등 심각한 기상이변을 겪었습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최근 케냐가 4~5년 가량 가뭄이 이어진 뒤 한 번의 큰 홍수가 닥치는 기후 패턴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엘리자베스 카카(UNEP 환경계획관) : "극한 날씨에 대처하는 방법을 개선해야 하는데, 예를들어 빗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건기에 이용해야 합니다. 또 다양한 빗물을 모으고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케냐 정부의 제대로 된 정책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충분한 예산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케냐정부는 수자원 관련 시설에만 우리 돈 270억 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 마붑 말림(케냐 수자원부 차관) : "현재 케냐 정부가 진행 중인 수자원 개혁작업이 성공하고 대도시 수자원 회사들이 성공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케냐의 기존 수자원 공급 시설은 너무 낙후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제협력단, 코이카는 케냐 외곽의 물 부족 지역에 지난해부터 우물 개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총 예산 150만 달러, 우리 돈 14억 원을 들여 모사와 키투네 지역에 우물 2곳을 개발하고 기존 우물 50여 곳을 정비해 케냐 주민들의 안전한 식수 공급을 도울 예정입니다. 다음달이면 완공될 모사지역의 우물 개발 현장. 이 관정을 이용하면 한번에 만 6천리터의 물을 모을 수 있으며 주변 주민 5천명이 당장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곳 주민들은 직접 우물과 물탱크를 잇는 1km 구간의파이프 공사를 맡아 하는 등 우물 공사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무히니 쿨리(케냐 모사 주민) : "행복합니다. (한국에서)이 우물을 만들어줘서 마실 수도 있고 씻을 수도 있는 깨끗한 물을 얻게 되고, 농사도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케냐를 비롯해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 등 심각한 식수난을 겪고 있는 동아프리카 6개국에 앞으로 3년간 58억 원을 투자해 우물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2006 UN 인간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인구 60억 명 가운데 10억 명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자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각해 아프리카 같은 빈곤국 국민은 하루 5리터 미만의 물로 식수와 생활용수를 모두 충당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국민들이 하루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의 1/10도 안 되는 양입니다. 가뭄과 사막화의 진행으로 고통이 심화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 그래서 아프리카의 희망찾기의 출발은 식수난 해결에서 시작돼야 할 것입니다. 이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이 시급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