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의 ‘설리번’ 채병순 할머니 _빙은 쓰레기야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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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채병순(77) 할머니는 노인복지회관 주변에서 '설리번'으로 불리운다. 채 할머니가 헬렌 켈러의 선생님 '앤 설리번'이라는 별명을 얻게된 것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정성과 사랑으로 장애아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 채 할머니가 장애아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평소 노인복지회관을 다니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던 할머니는 회관을 통해 연결된 다운증후군, 자폐증,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1주일에 1-2시간씩 국어와 문학, 수학을 가르쳤다. 그러다 2006년 만난 것이 동재(14.가명). 당시 12살이었던 동재는 '아빠','엄마','싫어'와 같은 기본적인 단어밖에 말하지 못할 정도로 뒤떨어져 있었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도 많았다. "처음엔 아무리 가르쳐도 단어 하나 외우게 하는 것이 힘들어서..내가 도움되는 것도 없는데 어떡하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아이가 나랑 있는 걸 재미있어 하고, 엄마도 무척이나 고마워하고..그래서 계속하게 됐지요" 3년이 지났음에도 읽고 쓰기는 커녕 여전히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동재지만 할머니를 만나고부터 마음만은 부쩍 성장했다. 1주일에 한번 할머니를 만나는 목요일엔 미리 와서 할머니를 기다리다 할머니 볼에 입을 맞추고 학교에서 친구.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들을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풀어놓는다. "이제 소풍 가면 저보다 못한 아이들 길안내도 하고 모범학생으로 상장도 타오고..많이 컸어요. 얼마 전엔 특수학교 초등과정을 졸업하고 와서 사진을 보이며 자랑하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청각장애가 있는 손자가 힘든 교육과정을 거치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지켜봤던 할머니이기에 동재가 성장하는 모습은 할머니에게 더욱 각별하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손자가 장애로 인해 가정교사에게 한 단어 한 단어를 배우며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내던 것을 직접 지켜본 게 장애아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동재가 글을 잘 읽고 말을 잘 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보람된 일을 하며 남에게 도움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합니다" 채 할머니는 이제 중등과정을 배우기 시작한 동재가 성인이 되기 전에 자신에게 꼭 맞는 '보람된 일'을 찾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매주 동재에게 단어 하나를 가르쳐주기 위해 목이 터져라 단어를 반복하면서도 틈틈이 동재를 사물놀이 악단, 미술관 등에 데리고 다니며 '적성'을 찾아주려 하고 있다.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성석제(48)씨의 어머니이기도 한 채 할머니 역시 자식들을 키우느라 뒤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문인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동재가 다른 아이들보다 늦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장남인 성석제씨를 비롯 2남 3녀를 키워낸 채 할머니는 지난 1999년 최고령 수험생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뒤 모 여대 문예창작과 00학번으로 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력이 없어져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을 때까지는 가르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채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는 장애아이기 때문에 할 수 없고 배울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며 "장애아들에게도 자신을 찾고 보람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