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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전경은 완전히 지쳤습니다. 하여 오늘 자정을 기하여 저희 전경 일동은 시위진압 명령을 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08년 6월 29일 오후 9시께 인터넷에 이런 글이 게재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당시 인터넷 라디오 사이트에 올라온 글의 제목은 '지쳤습니다'였다.

전투경찰 대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상부가 시민을 개 패듯 패라는 명령만 귀따갑게 한다"며 "누구를 위해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 글은 대학강사인 강모(49)씨가 쓴 것으로 확인됐다.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 진압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한 허위 글이었다.

2008년 7월 16일 검찰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를 명예훼손 및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6년간 이어진 재판에서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결코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매일 매일 땀을 흘려가며 최선을 다하는 젊은 전경 및 경찰 지휘관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허위 사실로 훼손했다"는 따끔한 지적도 남겼다.

2심은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지만 "전경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강씨가 글을 쓴 목적이 시민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려는 것이어서 전경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임복규 부장판사)는 강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씨 글의 전체 내용은 경찰 상부에서 내린 진압 명령이 불법적이어서 이에 불복하겠다는 취지"라며 "일반인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경들도 동요하고 있다는 뜻으로 쓴 글이다. 이 글로 전경 개개인에 대한 기존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근본적으로 변동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