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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임산공학을 전공하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수진(가명) 씨. 김 씨는 학부 때 전공에 큰 흥미를 느껴 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했고 좋은 교수님을 만나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사과정을 밟으며 들어가게 된 연구소에서 그녀는 뉴스에서만 보던 지도교수의 이른바 '갑질'을 경험하게 됩니다.


연구소 지도교수는 수진 씨에게 논문 대필을 시키는 건 물론, 성희롱적인 발언도 쏟아냈고 이에 반항하면 온갖 폭언과 욕설 심지어는 폭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진 씨는 "1년 7개월 있으면서 총 게재한 논문이 7편"이라면서, "그중에 3편은 내 이름도 안 들어갔다"고 말합니다.

수진 씨는 지도교수에게 "너무 지겹고 싫어서 '이제 못하겠다 그만두겠다' 했더니 욕을 하면서 머리를 때렸다"고 토로했습니다. 교수의 횡포는 계속됐지만, 혹여나 학위 수료, 취업 등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봐 수진 씨는 외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기도 힘들었고 대학에서도 쉬쉬하기에 바빴습니다.

고통이 극에 달할 때쯤, 수진 씨는 한 후배의 추천으로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을 접하게 됐습니다. 웹툰 속에는 그녀와 같은 처지에 있는 대학원생들의 실상이 낱낱이 담겨있었습니다.


웹툰을 보고 용기를 얻은 수진 씨는 자신의 사연을 제보했고, 웹툰으로 제작된 수진 씨의 피해 사례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대학원생들의 실제 피해를 제보받아 1년 4개월 전부터 제작되기 시작한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은 조회 수 150만을 돌파했고, 책으로까지 출판됐습니다. 웹툰을 보고 용기를 얻은 대학원생들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시즌 2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웹툰을 기획한 작가 염동규 씨는 "웹툰이라는 걸 만들면 대학원의 실상을 전달하는데 더 호소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웹툰을 제작하게 됐다"며, "웹툰의 파급력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고 말합니다.

염 씨는 대학원생을 한마디로 "돈 내는 노예 같다"고 말합니다. 염 씨는 "대학원생들이 많은 등록금을 내고도 교육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원생들은 피해를 당해도 논문 심사 권한을 가진 교수에게 책 잡힐까 봐 또는 학계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원생 1,9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원생 10명 가운데 1명(10%)은 교수에게서 폭언이나 욕설 등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11.4%의 학생들은 교수의 연구를 대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나 프로젝트 수행 뒤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 대학원생도 4명 가운데 1명(25.8%)꼴이었습니다.

인권위는 각 대학과 교육부에 대학원생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인권 장전과 인권전담 기구 설치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칠 뿐 마땅한 제재방안은 없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부당 처우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교수의 갖은 횡포에 연구에 집중하기 힘들었던 김수진 씨는 결국 대학원을 옮겨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수진 씨에게는 온갖 부조리를 겪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학문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진 씨는 "몇 번을 얘기하고 이렇게 공개를 해도 (대학원 현실이) 바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알아도 줬으면 좋겠죠"라는 말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