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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목 한중연 교수·이민주 연구원 연구논문 발표 "16세기 사대부家 의생활 남성이 담당" "나는 사모(紗帽·관원들이 관복을 입을 때 갖춰 쓴 모자)와 이엄(耳掩·사모 밑에 쓰는 모피로 만든 귀덮개)을 모두 전적 나사선 형에게 빌리고 각대(角帶·관복에 두르던 띠)는 허엽에게서 빌렸다."(1567년 10월 29일) "학관 심연이 술병을 들고 찾아와 조복(朝服·경사스러운 일 등이 생겼을 때 입는 관복)과 흑단령(黑團領·깃을 둥글게 만든 검은 빛깔의 관복)을 빌려줬는데 흑단령은 가부장이 입었던 것이다."(1568년 1월 24일) "광선의 혼인 때 쓸 갓을 성판서의 아들이 장가갈 때 썼던 것으로 빌렸다."(1573년 10월 6일) '미암일기'(眉巖日記)로 유명한 조선 중기 문신 미암(眉巖) 유희춘(1513~1577)이 일기에 쓴 내용이다. 1567년 10월1일부터 1577년 5월13일까지 일상에서 벌어진 일을 일기에 기록했다. 일기에는 시시콜콜한 일상사가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옷을 빌려 입은 것도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미암은 이조참판 등 관직을 두루 거친 관료였지만 관복과 관련된 물품들은 주로 빌려 입었다. 유배에서 풀려나 다시 관직에 나갈 때도 사모와 이엄은 물론 각대까지 남에게 빌려서 착용했다. 심지어 혼례와 같은 일회성 의례를 치를 때에도 필요한 복식을 빌렸다.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교수는 "16세기 사대부 집안에서 복식을 장만하는 방법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필요한 복식을 빌려 입는 풍속"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꼭 갖추어야 하는 복식을 본인이 갖고 있지 않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을 빌리는 것일 것"이라면서 " 그러나 조선시대 그것도 사대부 집안의 일기 속에 '借'(빌릴 차)라는 단어가 그렇게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미암은 복식뿐 아니라 책, 말(馬)도 빌렸다. 전 교수는 "이 당시 대여 풍속은 복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당히 일반적인 풍속으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이민주 한중연 전임연구원과 공동 집필한 연구 논문 '복식 장만과 관리를 통한 16세기 사대부 집안의 의생활'에서 '미암일기'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조선 중기 양반의 의생활을 살펴봤다. '미암일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복식을 장만하는 주체가 미암의 부인 송덕봉과 미암 두 사람이라는 점이다. 미암 부부는 가정에서 필요한 옷 등이 무엇인지 서로 의논했고 각자의 능력에 따라 복식을 장만했다. 전 교수는 "일반적인 복식은 부인인 송덕봉이 장만했으며 관복에 소용되는 사모, 대, 갓, 신발 등은 유희춘이 주체가 되어 장만했다"면서 "조선 중기 사대부 가정의 의생활을 담당한 것은 여성이었다는 일반적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