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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주는 마지막으로 남았던 석탄 화력발전소를 지난달 폐쇄했습니다. 1년에 석탄 65만 톤을 태워 오하우섬(호놀룰루와 와이키키해변이 있는 섬)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20%를 공급해 온 곳입니다.

석탄발전소 폐쇄는 2045년까지 하와이의 모든 전기를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얻겠다는 목표를 향한 결정입니다. 폐쇄된 석탄발전소는 이산화탄소를 매년 150만 톤 정도 배출해왔습니다.

준비가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석탄발전소는 계획대로 문을 닫았지만,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일정에는 차질이 있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원유를 더 태워 부족한 전기를 채워야 합니다. 하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상황이라 하와이 오하우섬 주민들은 전기요금 부담이 7% 정도 늘어났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한 석탄이 마지막으로 하와이 오하우섬 항구에 들어오는 모습(사진출처 : 하와이 주지사 트위터)
그런데 같은 하와이주 안에서도 국제 유가 인상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는 섬이 있습니다.

하와이는 섬마다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합니다. 이 섬에 전기가 부족하다고 해서 저 섬에서 끌어올 수 있는 송전망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전기요금도 섬마다 제각각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가장 북서쪽에 자리 잡은 카우아이섬은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섬이 필요한 전력의 69.5%를 생산합니다. 태양광 패널과 수력발전이 큰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전기요금도 가장 쌉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1kWh에 39센트입니다. 국제유가가 올라도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반면 원유 발전에 67%를 의존해야 하는 오하우섬은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전기요금도 1kWh 당 47센트로 올랐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동서센터 주최로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난 스콧 글렌 하와이주 에너지청장은 하와이에서는 1kWh 기준 전기 생산단가가 원유는 30센트, 태양광은 9센트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와이는 섬별로 전력 그리드로 구성돼 있다. 카우아이 섬의 전기가 가장 싼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69.5%다.
하와이는 처음 전기가 들어올 때부터 에너지 생산 비용이 많이 든 곳이었습니다. 매장된 석탄이나 석유가 없고 본토에서 동떨어진 작은 섬들이다 보니 기름값부터 비쌌습니다. 지금도 호놀룰루 시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워싱턴D.C.의 1.5배 수준입니다.

하와이는 그래서 본토의 어떤 주보다도 절실하게 에너지 전환이 필요했고 2015년에 재생에너지 전환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입니다. 2045년까지 전력 생산의 100%를 자급자족해서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현재 하와이주 전체로 보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해 40%까지 성장했습니다. 2030년은 돼야 4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목표를 9년 앞당겨 달성한 것입니다.

하와이의 태양광 발전. 가정용 패널과 함께 하와이주 전체 에너지 생산의 23%를 태양광 발전이 담당한다.
하와이의 재생에너지 100% 목표 달성이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지 않아도 좁은 섬에서 태양광 패널을 깔기 위한 땅 확보가 쉬울 리 없습니다. 글렌 하와이 에너지청장은 "재생에너지 정책은 기술보다 사회적 측면의 어려움이 더 크다"면서 "주민이 전기요금이 낮아지는 것은 환영하면서도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 설치에 필요한 토지 사용을 항상 지지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에너지기업이 설립한 자회사가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해 토지를 개발하는 와중에 현장에서 하와이 원주민의 유해가 발견돼 사업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고 글렌 청장은 소개했습니다.

풍력에너지의 경우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닷새들이 풍력 터빈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반대론자들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연을 보호하겠다면서 동시에 동물들을 위협하는 일이 모순이라고 주장합니다.

앞서가는 하와이의 사례는 뒤늦게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나가야 하는 국내에 시사점을 줍니다. 국제 사회의 흐름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해 기업들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 가입을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필요한 만큼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좁은 국토에 일조량과 풍력은 충분하지 않고 인구밀도는 높은 데다 산업 규모는 세계 10위권,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복마전까지. 국내의 재생에너지 보급 비율은 증가 추세기는 해도, 2020년 기준으로 4.6%에 머물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