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팀장에 ‘딱 걸린’ 성추행범…격투 끝 제압_빙건설회사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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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11시 2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주택가. 모처럼 부인과 외식을 한 뒤 밤하늘을 보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50대 남성은 본능적으로 한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곳으로 내달렸다. 빌라 1층에서 황급히 튀어나온 한 젊은 남성이 칠흑 같은 어둠을 뒤로하고 줄행랑쳤지만 막다른 골목길이었다. 뒤를 쫓은 남성은 서울 송파경찰서 형사과 강력8팀장인 양광식(54) 경위. "잘 걸렸다." 양 경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했던 그의 판단은 오산이었다. 강력사건 용의자와 숱한 격투를 벌였던 관록도 건장한 체격의 20대 남성을 혼자 당해내기엔 무리였다. 언덕길 위에서의 격렬한 주먹 다툼 끝에 양 경위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으나 곧바로 일어나 2차 추격을 시작했다. 다람쥐처럼 담을 타고 도망치는 범인과 벌인 숨 막히는 10분여간의 추격전. 동네 지리를 몰라 또 한 번 막다른 공터에 갇힌 범인은 두 번째 격투에선 양 팀장 앞에 무릎을 꿇었고, 출동한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에 넘겨졌다. 양 경위는 당시 갈비뼈를 다쳐 숨쉬기조차 힘들었지만, 며칠이 지나서야 병원에 입원했다. 강력팀뿐 아니라 주폭수사팀도 맡고 있어 할 일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양 경위는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범인이 흉기라도 들고 있으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긴 했다"고 멋쩍게 웃으면서도 "그래도 경찰서 강력팀장이라는 사람이 물러설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강남경찰서는 윤모(28)씨를 강제추행 및 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윤씨는 피해 여성 A씨의 뒤를 따라가 자택 현관문 앞에서 강제추행하다 A씨가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도망친 것으로 조사됐다. 양 경위는 이번 일로 서울경찰청이 매주 모범경찰관에게 표창하는 '굿 폴(Good Pol)'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