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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미 에콰도르에 속한 갈라파고스 제도, 기억하시는지요?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탄생시킨 이 섬들이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섬 주민과 관광객, 외래 생물들이 크게 늘면서 갈라파고스 특유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데요. 더욱이 상어 지느러미 같은 고급 요리 재료를 채취하는 불법어로행위까지 판을 치고 있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인류가 지켜야 할 생물 진화의 야외실험장, 갈라파고스를 김철우 순회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떼의 바다사자들이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일광욕을 즐깁니다. 바위에선 공룡을 닮은 이구아나들이 연방 장난을 겁니다. 그 순간 바다에서는 새들이 환상적인 곡예비행을 시작합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갈라파고스 섬들의 평온한 일상일뿐입니다. <인터뷰>우루술라(칠레 관광객) : "야생 동물들을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요." 에머럴드 빛 바닷 속 여행은 더욱 환상적입니다. 무리를 지어다니는 원색의 열대어종들이 화려한 군무를 펼칩니다. 갈라파고스 연안에 사는 상어들은 인간의 손길이 미치기 전 태초의 평온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듯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13개의 큰 섬과 142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갈라파고스 제도... 16세기 섬을 처음 발견한 스페인 항해자들이 수많은 거북이들을 발견하고 스페인어로 거북을 뜻하는 '가라파고'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특히, 170년 전에는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이 섬의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며 '진화론'을 탄생시켰습니다. 이곳 갈라파고스는 희귀 동식물이 살아 숨쉬는 세계 자연유산 보호구역입니다. 인간과 동물이 하나되는 이같은 광경은 갈라파고스 섬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남미 에콰도르 연안에서 960 킬로미터 떨어진 갈라파고스는 수도 키토에서 비행기로 3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립된 환경 때문에 독특한 생태계 진화 과정을 겪은 갈라파고스는 50년 전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 만해도 주민이 2천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관광 수입이 우리 돈으로 한해 평균 2000억 원에 달하는 등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하면서 에콰도르 본토 국민들이 대거 갈라파고스로 이주합니다. <인터뷰>빅토르(갈라파고스 주민) : "갈라파고스의 고유 어류 등이 밖에서 아주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외지인들도 경쟁적으로 이곳에 와서 살려고 해요." 주민이 2만 7천명까지 늘어나자 환경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습니다. 외지인들과 함께 유입된 염소나 돼지, 쥐 같은 외래 생물들이 고유 생물들을 잡아먹거나 그들의 먹이를 닥치는대로 먹어 치워 고유생물이 멸종의 위기를 맞게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국립 공원 측은 각종 수단을 동원해 외래생물 박멸에 나섰고 인공 부화 등을 통해 멸종 위기에 있는 고유 생물들을 살려내고 있습니다. <인터뷰>프레디 비얄바(국립공원 관리요원) : "사냥개나 헬리콥터를 동원해 모든 도입종을 퇴치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주민들의 생물 포획과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서식지 파괴 등이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8년전부터 인구 제한법을 시행했습니다. 갈라파고스 섬에서 살려면 부모가 갈라파고스 주민이고, 본인이 갈라파고스에서 태어나야 하는 등 엄격한 자격 요건이 필요합니다. 이 특별법 때문에 에콰도르 국민조차 이주가 불가능해진 셈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지 어민과 대규모 국제 유통 중개상 등이 개입된 불법 어로행위가 적발돼 비상이 걸렸습니다. 환경단체 WILD AID가 최근 포착한 화면입니다. 상어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합니다. 어부가 그물에 걸린 상어에서 지느러미만 잘라낸 채 상처로 피가 나는 몸통은 바닷속에 던져버립니다. 배 한 가운데 여러개의 상어 지느러미가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이같은 상어 지느러미나 해삼은 갈라파고스 인근 해역에서 대기 중인 국제 유통 중개상에게 넘겨지고 고급 중국 음식 재료로 킬로그램 당 5-60달러에 팔려나갑니다. <인터뷰>마스셀 비겔(환경단체 Wild Aid 대표) : "상어 지느러미 등을 담은 컨테이너가 배에 실린 뒤 아시아 지역이나 상어 지느러미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는 페루나 콜롬비아로 판매됩니다." 사정이 이렇자 에콰도르 정부는 갈라파고스 해역 60킬로미터 안에서 상어 등을 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순찰선을 동원해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아나 알반 모라(에콰도르 환경부 장관) : "해상 보호구역에서 벌어지는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 해군과 국립 공원이 공동 협정을 맺어 엄격한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불법어로 행위가 워낙 은밀히 이뤄져 이같은 통제도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리 삐우(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관리소장) : "갈라파고스가 상어 지느러미 불법조업과 국제 무역의 거점이 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인 협력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급기야 상어를 보호하자는 TV 공익 광고까지 등장했습니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의 팀웍처럼 힘을 모아 상어떼를 보호하자는 내용의 이 공익 광고는 최근 지역 TV를 통해 주요 방송시간대에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인터뷰>라울 오마르(안테나 9 보도국장) : "상어 지느러미 불법 조업은 갈라파고스안에서 벌어져서는 안되는 일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광고입니다." 이렇게 환경 보호에 대한 위기감으로 조업 활동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지역 어민들의 불만은 높아가고 있습니다. 각종 환경 정책이 가난한 어민들은 배제한 채 환경보호론자들의 의견만 반영된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인터뷰>페드로 아센시오(갈라파고스 어부) : "어부들이 조업하는데 너무 많은 제약이 있죠. 배에 실을 수 있는 어획량이나 운전속도까지 제한해 너무 힘들어요." 에콰도르 정부는 이같은 어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장기 저리로 돈을 쓸 수 있는 신용대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레오뽈도 부첼리(산타크루시 시장) : "생태계 보존에 해를 끼치는 주민들의 활동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면서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찾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질학에선 갈라파고스 제도가 지금부터 200만 년 전인 신생대말 쯤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태평양 상의 섬 환경에 맞춰 희귀 동식물이 진화를 거듭한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수백만 년 동안 독자적으로 진화한 갈라파고스의 생물들... 하지만 몰려드는 관광객과 인간의 탐욕이 어우러지면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후세 인류에 물려줄 갈라파고스, 생태 환경 변화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