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의 시계가 빨라졌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까지로 예정됐던 국민연금 제5차 재정추계 잠정 결과(시산)를 두 달 앞당겨 이번 달 안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국민연금을 언제까지, 얼마만큼 쓸 수 있는지를 계산한 겁니다. 이미 2018년 제4차 추계 당시 국민연금은 당장 10년 뒤부터 쓰는 돈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일명 '기금 고갈 시점'은 2057년이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위 민간자문위원회 역시 이번 달 안으로 다양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5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겁니다. 그리고 그 논의의 주인공은 국민연금을 내고 있고,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보장받아야 하는 '우리'입니다.
■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안 유력?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대부분 두 자릿수인 다른 나라의 보험료율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전 개혁에서도 수차례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 때문에 OECD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더 내야 한다는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12차례 진행했습니다. 지난달 열렸던 11차 포럼에서는 개혁 시나리오, 즉 '예시'들이 제시됐습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5%p씩 인상해 12년 뒤인 2036년까지 15%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을 16년 정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외에도 매년 0.2%p씩 30년에 걸쳐 올리는 안, 매 3년이나 5년마다 1%p씩 올리는 안 등이 함께 제시됐습니다. 이 역시 10~15년 정도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는 예시일 뿐 실제 개혁안과는 다를 것입니다.
이외에도 연금수급 연령을 65세에서 더 뒤로 미루고, 가입 연령 역시 수급연령과 일치하게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더 오래 가입시키고, 더 늦게 연금을 수령하게 해야 기금 고갈 시점이 더 늦춰진다는 겁니다. 하지만 연금 수급 연령을 미루기 위해서는 정년연장 논의가 불가피합니다. 연금도, 소득도 없는 '공백' 기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기초연금·직역연금도 함께 바꾼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올리려다 보니 '더 많이 받는'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 명의 공무원이나 군인연금 수급자에게 세금이 연간 726만 원 정도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때문에 직역연금의 보험료 동반 인상을 비롯해 국민연금도 직역연금처럼 국고로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금 체계의 구조개혁에 대해서 정부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 합동 브리핑에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포함한 노후소득보장제도 전반의 구조개혁은 여러 가지 제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토의가 필요한 과제로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초연금 인상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포함될 여지가 좀 더 많습니다.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월 30만 원 지급되는 기초연금 액수를 월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해 국민 노후를 보다 다층적으로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단,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나 지급 조정 기준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 오늘도 전문가 포럼…"국민연금 관련 자료 투명하게 제공"
정부는 개혁안 발표를 앞당긴 만큼보다 다양한 논의를 통해 최종 개혁안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입니다. 다각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지난해부터 전문가 포럼 등은 국민연금공단 유튜브(https://www.youtube.com/@NPS_kr)를 통해 생중계하고, 그 자료도 국민연금연구원 홈페이지(https://institute.nps.or.kr)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오늘(10일) 오후 열린 전문가 포럼에서는 다층적 노후보장체계 구축 방안과 최근 늘어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인포그래픽:권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