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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3김 시대'는 세 여인의 헌신과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박영옥 여사는 남편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희호, 손명순 여사는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동병상련의 관계가 됐습니다.

어제, 휠체어를 타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 나타난 이희호 여사는 손명순 여사와 짧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표정을 드러내지 않던 손 여사도 오랜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녹취> "오래 오래 사세요."

남편의 임종도 지키지 못할 만큼 쇠약해진 손 여사지만 한창 시절엔 ‘그림자 내조의 달인’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손님 대접하느라 손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상도동 집을 찾아간 사람들은 언제든 거제산 멸치에 된장을 푼 시래기국을 먹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유명합니다.

영부인 시절엔 참모 부인들과의 모임을 모두 없애고, 입는 옷의 상표를 모두 떼고 입을 정도로 구설에 오를 일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던 순간부터 아들이 비리에 연루돼 마음 고생을 하던 나날까지 인내의 내조엔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런 아내를 향한 김 전 대통령의 솔직한 고백은 결혼 60주년 회혼식에서 나왔습니다.

“내 인생에서 잘한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하나는 민주화, 또 하나는 손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줍은 '웃음'으로 대답했던 손 여사는 4년을 더 동행하고 작별을 맞이했습니다.

이들 부부가 함께 걸어온 길을 양민효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23살 여대생은 비밀 결혼으로 동갑내기와 부부가 됐습니다.

야당 의원인 남편은 거친 투쟁의 길을 걸었고 아내는 묵묵히 뒷받침했습니다.

목숨을 건 단식때는 외신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하며 남편의 입과 귀가 됐습니다.

<녹취> 손명순(1992년 당선 직후) : "남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에 만류하기도 했지요. 저는 하나님께 매달려서 기도만 했습니다."

배춧국을 끓여 상도동 손님들을 맞고 지지자들을 다독이며 정치 9단의 부인은 내조 9단이 됐습니다.

마침내 영부인이 된 순간에도 그저 아내이자, 며느리였습니다.

<녹취> 손명순(당선 직후 시아버지 통화) : "(아이고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고생 많았다) 아버님 첫째로 아버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아버님의 은혜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손여사와의 결혼을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꼽았습니다.

<녹취> 김영삼(전 대통령) : "30년 전 아니 60년 전 손명순 여사를 제 아내로 맞이한 일입니다. 60년이 너무 길어서 30년이라고...."

65년 함께 걸어온 고락의 길, 건강 악화로 임종 순간 손도 잡아주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남편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영원한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녹취> 김영삼(전 대통령) :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소, 사랑하오."

KBS 뉴스 양민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