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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각종 의약품이 가득 담긴 상자를 들고 KBS를 찾아왔습니다. 최근 대전의 한 약품 유통업체를 퇴사한 A 씨였습니다. 가져온 약품들을 살펴보니 사용기한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2년 넘게 지난 것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거나 용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전문의약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용기한이 지나 반드시 폐기해야 할 폐의약품을 A 씨가 어떻게 보관할 수 있었을까요?

A 씨가 가져온 사용기한 훌쩍 넘긴 약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빼돌릴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폐의약품 수거함 보신 분들 있으실 겁니다. 약을 타갔던 손님들이 남은 약을 가져와 버리기도 하고 약국에서 보관하다 사용기한이 지났거나 습기가 차고, 색이 바래는 등 변질된 약을 모아두는 곳입니다. 이렇게 모인 폐의약품은 주중에는 유통업체 배송 담당 직원이 약품을 배달하면서 거둬가 폐기장으로 가져가는데, 문제는 주말이었습니다.

A 씨가 다닌 업체는 주말에는 영업사원들이 직접 개인 승용차로 약품 배송과 수거를 하게 했고 관리 감독이 소홀한 탓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폐의약품을 빼돌릴 수 있었다는 게 A 씨의 말입니다. A 씨가 가져온 약품은 재직 당시 이렇게 모아둔 것들이었습니다.


빼돌린 폐의약품은 거래처 관리 수단?

A 씨는 취재진에게 한 녹취 파일을 들려줬습니다. 다니던 회사에서 영업사원 B 씨와 나눈 대화였습니다. 거래처인 약국에서 시중에 동난 약품을 급하게 찾자 모 상무가 B 씨에게 폐의약품 가운데 해당 약품이 있으면 달라고 요구했고 실제 약품을 건네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약회사가 약품 생산을 일시 중단하거나 시중에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등 여러 이유로 일선 약국에서는 약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럴 때 약국에서는 거래하고 있는 약품 유통업체 영업사원들에게 약을 구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 씨는 보통은 영업사원들이 다른 약국에서 약을 구해다 주지만 시중에서 해당 약품이 동나거나 값비싼 경우 빼돌린 폐의약품이 유통된다고 털어놨습니다. 폐의약품이 영업사원들이 가욋돈을 챙기거나 거래처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는 겁니다.

시중 약국에 비치된 폐의약품 수거함
공급내역만 관리?...전문의약품 관리 구멍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이 범행에 사용한 약물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졸피뎀이었습니다. 이처럼 향정신성의약품은 범죄에 이용될 우려가 있고 오남용할 경우 중추신경계에 문제를 일으켜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전산에 제품명과 제조번호, 유효기한, 일련번호를 입력하고 생산, 유통, 반품, 폐기 등 모든 과정을 보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문의약품은 상대적으로 허술합니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나 여러 제약회사에서 약을 받아 약국에 납품하는 유통업체가 '공급내역보고'를 통해 수량만 전산에 입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약품 유통을 관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평소 공급량의 흐름 정도만 파악하다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확인에 나서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심평원은 시중에 유통업체만 3천여 개에 달하는데 시시각각 이뤄지는 반품·폐기까지 감시하는 것은 현재 인력으로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유통으로 압수된 의약품
"내가 가진 약이 증거" VS "사실무근"

A 씨의 주장에 대해 해당 유통업체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업체 측은 영업부 직원들이 폐기한 의약품을 회사로 가지고 들어오지 않고 폐기장에 반납하고 있기 때문에 폐의약품을 빼돌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A 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폐의약품 자체가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부고발자와 업체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부실한 관리시스템 아래 해마다 2만 건이 넘는 의약품 불법 거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