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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두운 밤길 차를 몰고가는데, 눈 앞에 갑자기 역주행하는 트랙터가 튀어나온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게다가, 이렇게 해서 사고가 났는데, 경찰이 나를 가해자라고 지목한다면 어떨까요?

강원도 홍천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청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왕복 2차선 시골길.

작은 점같은 불빛 2개가 보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쾅.’

트랙터와 부딪힌 겁니다.

불빛 두 개 가운데 하나만 가로등이었고, 다른 하나는 트랙터의 불빛이었습니다.

자동차 불빛에 트랙터 밑부분이 보일 때부터 충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초.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였습니다.

승용차와 트랙터가 부딪친 사고 현장입니다.

발생한지 20여 일이 넘게 났는데도 사고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승용차 운전자는 트랙터 역주행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승용차 운전자/음성변조 : “사물 자체가 있었다는 걸 인지도 못한 상황에 갑자기 차가 오고 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저를 보고. 그래서 박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경찰의 1차 판단은 “가해 차량은 승용차”였습니다.

충돌 직전, 트랙터는 멈춰 섰는데, 승용차는 안 멈췄기 때문에, 승용차의 과실이 더 크다는 겁니다.

[홍천경찰서 경찰관/음성변조 : “역 정차하거나 그 사람도 잘못이 있지만, 그냥 정상적으로 가는 사람도 주의 의무가 더 있잖아요. (과실이) 1%만 많아도 가해차가 되는 거죠.”]

하지만, 트랙터 불빛이 선명하지 않았던데다, 역주행 자체가 더 큰 과실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경일/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트랙터가 승용차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이고, 잘 보이지 않아 승용차가 충돌한 것이기 때문에, 진로방해의 트랙터 과실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경찰은 해당 사고 영상을 도로교통공단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면서 분석 결과에 따라 가해차량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 박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