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없는 메르스 기사, 고소할테야”…‘황당 전화’ 받은 기자_블록 포커 핸드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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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써요?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겁니다." 지난 3일 오전 경기 이천의 지역 신문 기자인 A씨는 B병원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고 황당했다. B병원은 "우리 병원에는 메르스 의심 환자가 없었는데 왜 허위 사실을 기사로 쓰냐"고 따졌다. A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은 그런 기사를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A씨의 이름으로 된 기사가 사진으로 떠돌고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이랬다. "이천의 B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나왔다고 시청 관계자가 밝혔다. 이 환자는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A씨는 자신이 쓴 기사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 “내 솜씨 좋지?” 자랑하려 조작했다 일파만파 경찰 수사 결과, 이번 일은 철없는 대학생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천의 한 대학 게임학과에 다니는 오모씨(21)는 지난 2일 오후 이천 지역 신문의 사이트에 '개발자 모드'로 접속했다. 개발자 모드로 접속하면 해당 사이트의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 소스 코드를 조작할 수 있다. 오씨는 이 소스 코드를 조작해 지난 4월30일자 행사 기사를 '메르스 의심 환자 발견' 허위 기사로 바꾸었다.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은 웹문서를 만들 때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한 종류로, 소스코드를 조작하면 웹문서에 조작된 글이 나타난다. 오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기사의 날짜와 제목, 내용 등을 임의로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개발자 모드에서 조작된 내용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으며 개발자 모드 접속자의 컴퓨터에만 나타난다. 다른 이들도 변경 사항을 볼 수 있도록 하려면 관리자 계정으로 서버에 접속해 업로드해야 하지만 오씨는 그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다. 대신 오씨는 개발자 모드 화면에 나타난 메르스 허위 기사 화면을 캡처했다. 그리고 학교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페이스북) 운영자에게 캡처 사진을 전달했다. 운영자는 오씨가 보낸 사진을 진짜라고 믿고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후 카카오톡과 주부들이 애용하는 인터넷 카페 등에도 일파만파 퍼졌다. 이 사진은 B병원 관계자에게도 전해졌다. B병원 측은 다음날인 3일 사진 속 기사 작성인인 A씨에게 항의했다. A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허위 기사 사진의 출처를 쫓았고 지난 11일 오씨를 붙잡았다. 오씨는 경찰에 "친구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고 싶어서 벌인 일"이라며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정말 몰랐다"고 진술했다. A씨와 B병원은 오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특히 B병원은 허위 기사가 유포된 뒤 외래환자가 급격히 줄었다. 애초 경찰은 언론을 조작한 오씨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지만 오씨의 건강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점을 감안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는 장기 쪽에 희귀병이 있어 군대도 면제받았다"며 "경찰 조사 당시에도 쓰러지려고 해 불구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오씨의 허위 기사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다른 병원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함께 퍼뜨린 주부 김모씨(26)도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