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물렀거라” 알몸으로 뛰는 사람들_플라멩고 게임과 세아라가 이겼어요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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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꽁꽁 추운 겨울바람에 맞서 그야말로 '이한치한'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알몸 마라톤에 도전한 참가자들인데요. 추위도 싹 날리는 뜨거운 현장으로 모은희 기자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대구의 한 시민 공원.

찬 바람에도 여기저기 맨살을 드러낸 사람들이 보이는데요.

<녹취> "19금, 19금."

<녹취> "여기 만 19세 미만은 못 들어오는 곳입니다. (왜요?) 벗어야 하니까."

하나둘씩 옷을 벗기 시작합니다. 몸매 자랑도 빼놓을 수 없죠?

<녹취> "몸 좋다. 파이팅, 파이팅!"

이날 기온은 다행히 영하권은 면했지만, 그래도 경기 전에 철저한 준비 운동은 필수입니다.

많은 참가자들 중에서도 사람 들의 시선을 빼앗은 이 커플!

1년 전 마라톤 동호회에서 만났다고 하는데요.

<녹취> "예비 결혼식입니다."

<녹취> "새해 첫 알몸이 되어서 의미를 가져보자고 함께 했습니다."

예비 신혼부부가 있는가 하면 결혼 50년 차, 나이 지긋한 부부도 있습니다.

<인터뷰> 정점조(대구광역시 달서구) :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71살입니다."

<인터뷰> 오영숙(대구광역시 달서구) : "걱정되죠. 걱정되는데 이렇게 고집을 피우니 어쩔 수 없죠."

<인터뷰> 정점조(대구광역시 달서구) : "내 나이가 어때서, 괜찮다."

알몸 마라톤이라 다른 점!

등 대신 배에 번호를 붙이고, 상반신에는 저마다 소망을 써넣습니다.

<녹취> "2015년은 금연 문화 정착의 해. 금연하겠습니다."

<녹취> "양의 해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드디어 출발! 총 10km 구간, 힘찬 달리기에 매서운 바람도 거칠 게 없습니다.

<녹취> "좋습니다. 자주 뛰고 싶습니다. 30년 전에 옛날 군대 생각나네요. 파이팅."

<녹취> "(어떤 애인을 구하세요?) 예쁘고 착한 여자요. 사랑한다 여자들아. 연락 꼭 다오."

얼핏 무모한 도전 같아 보이지만, 알몸으로 혹한을 이겨내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드디어 결승점. 가족 사랑의 메시지를 않고 결승점에 들어옵니다.

<녹취> "제3의 인생 성공!"

눈과 얼음의 고장 평창에서도 알몸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 직전부터 갑자기 쏟아진 눈. 몸이 얼얼해질 만도 한데, 오히려 추위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이재현(경기도 성남시) : "굉장히 춥지만 눈까지 내리는 이 낭만적인 곳에서 저의 열정을 불태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파이팅!"

23회를 맞은 평창 알몸 마라톤은 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축제의 장이기도 합니다.

각지에서 모인 천2백여 명의 사람들이 웃통을 벗고 마음껏 달리는데요.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하나같이 뜨거운 열기가 느껴집니다.

<녹취> "시원합니다."

관중들이 더욱 주목하는 이 사람, 바로 여든살의 최고령 참가자입니다.

<인터뷰> 임왕국(전국마라톤협회 서울지사장) : "부럽죠. 저도 제가 만약에 나이가 80살 정도가 되었을 때 그렇게 뛸 수 있을까."

출발한 지 30여 분, 속속 10km 골인 지점에 도착합니다. 외국인이 일등을 차지했네요.

<인터뷰> 브라이언(알몸마라톤대회 1등) :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정말 즐거워요."

영하 날씨에 머리카락이 꽁꽁, 고드름으로 얼어버렸네요.

남편의 언 손을 녹이며 마음이 찡해지기도 하는데요.

<녹취> "오늘 뛰면서 그동안 아내한테 못 했던 거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뛰었습니다."

최고령 참가자도 무사히, 건강하게 경기를 마쳤습니다.

<인터뷰> 민평식(80세) : "완주했다! 내가 1등 해서 뭐 할거야. 완주만 하면 되지."

경쟁이 아닌, 끝까지 즐기며 최선을 다하는 대회. 알몸 마라톤에 도전한 모든 사람들이 일등이고 챔피언입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