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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북 일정 중 많은 화제를 모았던 부분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오픈카를 타고 평양 시내를 돌며 카퍼레이드를 했던 모습입니다. 남과 북 두 정상이 차량 밖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주민들을 향해 환하게 웃는 모습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픈카 카퍼레이드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당시엔 우리 측이 경호 문제를 언급하면서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오픈카 퍼레이드를 했지만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동승하지 않아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된 감이 있었습니다.

어제(1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 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이날 두 정상의 카퍼레이드를 빛내기 위해 동원된 평양 시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형형색색의 고운 한복을 입은 북한 여성들이 평양 거리에 나와 문 대통령의 방북을 반겨줬습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을 보면 이날 카퍼레이드에만 10만 명 정도가 동원된 것으로 나옵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한복을 입고 나온 북한 여성들을 보면서 저 많은 한복이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인지 많이들 궁금해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한복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 결혼식에 드레스 대신 한복…북한 여성에겐 사실상 필수품

한마디로 북한 여성들에게 한복은 필수품에 가깝다고 합니다. 결혼식에 드레스를 입는 우리와는 달리 한복을 입는 것도 있고, 북한 당국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한복을 입고 참석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행사가 많은 평양 주민들에게만 해당되는걸까요? 함경남도 흥남 출신 새터민인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도 종종 이런 행사에 동원됐다고 합니다. 이한별 소장은 "(남한으로 치면)특별한 날에 입는 '정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집안 행사뿐 아니라 당이 지정한 여러 행사에도 한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에 사는 여성들이라면 대체로 1벌 정도는 갖고 있는 편"이라고 말해줬습니다.

2014년 8월 북한의 국가명절인 ‘선군절’을 맞아 청년학생들이 평양의 한 광장에서 춤을 추는 모습
그렇다면 북한 사람들은 한복을 어떻게 마련할까요. 공식 행사에 입고 나오는 것이니 배급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새터민에게 물어보니 북한 여성들은 대체로 일생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결혼식이 있을 때 장만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마련한 한복은 환갑 같은 집안 행사에도 입지만 북한 당국이 준비한 행사는 물론 명절에도 입는다고 합니다. 북한의 최대 명절로 꼽히는 태양절(김일성 주석의 생일)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사진들을 보면 북한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축제 분위기를 내는 데 북한 여성이 한복을 착용한 모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지난해 7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한국전쟁 종전일)을 맞아 전통의상을 입은 평양의 여대생들
중요한 날에 입는 옷이니 귀하고 값어치도 높겠죠? 사정이 안되는데 꼭 필요한 경우엔 빌려서 입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마저도 어려울땐 어떻게 할까요? 그럴 땐 북한 당국 간부가 천을 구해 다 와서 솜씨 좋은 기술자에게 옷을 만들게끔 하고 돈을 갚게하도록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남자는 한복을 입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북한 남성이 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됩니다.

북한 출신 주민에게 물어보니 남성은 이런 날 대개 양복을 입는다고 합니다. 한복을 따로 맞출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은 한복을 입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남아 있다고도 합니다.

■ 북한 한복은 '깔맞춤'이 많다?

그런데 북한 여성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을 잘 살펴보면 대개 저고리와 치마 색이 다른 우리와 달리 상·하의 색이 통일된 이른바 '깔맞춤'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북한 출신 여성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는 으레 그렇게 입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행사용으로 한복이 동원되느니만큼 한 가지 소재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보급형 한복이라 그렇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2015년 2월, 설 명절을 맞아 윷놀이를 즐기는 북한 여성들의 모습
북한 출신 전문가들은 어제 카퍼레이드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원래 평양에선 이런 행사가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러시아나 중국처럼 가까운 나라의 수반들이 평양을 방문하면 카퍼레이드에 동원됐다고 하고요.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하면서부터는 대북 제재도 본격화되면서 그런 자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한 탈북자는 어제 중계된 카퍼레이드 장면을 보면서 남측 정상이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2000년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엔 통일이 임박했다고 느꼈기 때문인지 감격해 눈물을 흘리거나, 제자리에서 뛰는등 약간 흥분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평양 주민들도 통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또 다른 북한 출신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남한식 민주주의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