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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달 19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사실상 오늘 마무리됐습니다. 18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이기도 한 이번 국감에선 대규모 정전사태부터 저축은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현안들이 논의됐지만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 선거 같은 굵직한 정치적 일정에 파묻힌 감이 있는 가하면 언론의 국감보도가 심층적인 접근보다는 피상적인 접근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에 대한 보도 문제점은 무엇인지 박진현 기자와 함께 점검해 보겠습니다. <질문> 박 기자! 국정감사를 보다보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구태가 있지 않습니까? 여.야간의 기싸움으로 파행이 된다든지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것일텐데 이번에도 언론은 이 부분을 부각시킨 점이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올해도 일부 상임위는 파행됐고 수준 낮은 반말이나 호통을 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언론들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중계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녹취>“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있다면 북한에 가서 국회의원 하십시오. 북한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에 가서 대표 하십시오.” 새 역사 교육과정 고시안에‘민주주의’란 용어 대신‘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것을 두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면서 나온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의 발언입니다. 이 발언 때문에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이틀간 파행을 겪었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은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의원들의 입을 빌려 자극적인 발언을 중심으로 한 상황 전달에 무게들 두었습니다. <녹취> "(경향 9월 23일 6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민주당 교과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에게 당신 그러면 안돼라고 말하자 안 의원은 언제 봤다고 당신이야 라고 받았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그러면 안돼라고 말렸지만, 안 의원은 맞아볼래라고 말했다." <녹취> "(KBS 9시 뉴스/9월 22일) 야당은 색깔론 운운하는 여당과 함께 할 수 없다며 국감 중지를 선언했고, 여당은 야당이 곽노현 교육감을 의식해 내일 서울시교육청 국감을 파행시키려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국감마저 파행되자 일부 언론은 교과위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녹취> "(조선 9월24일 12면) 밤 10시가 넘어 하루 종일 기다린 증인.참고인들과 함께 국감장을 나설 때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왜 국민의 불신을 받는지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그러나 국감의 파행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언론이 단순 사실 전달 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감시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홍금애(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실장) : "4년 연속 파행했을 때 뭘로 파행을 했는지? 어떤 것으로 파행을 했는지, 그리고 그 파행한 행태가 과연 옳았는지 그런 행태에 대해서는 언론이 집중조명을 해서 파행을 야기한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뽑아주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행 뿐만 아니라 막말이나 호통도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소잽니다. 국정감사 첫째날인 지난 달 19일.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감은 반말과 막말로 화제가 됐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 19일)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총선 전에 개최하는 것이 적절한지 강하게 따져 묻는 과정에선 반말 질의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정몽준(의원) : "그걸 왜 법정선거 일정에 끼워 넣은 거야, 도대체? 그게 상식에 맞는 얘기야?" 장관을 상대로 한 정몽준 의원의 반말 질의는 거의 모든 언론에서 다뤄집니다. <녹취> "(조선 9/20 05면) MJ가 金외교 몰아붙인 까닭" <녹취> "(경향 9/20 08면) 그게 무슨 소리야" 또 ‘매국노’란 발언도 문제가 됐습니다. <녹취> 김태훈(기자/SBS 9월 24일) : "야당 의원들은 매국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를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감사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구상찬(한나라당) : "그게 무슨 매국노냐고" <녹취> 김동철(민주당) : "그게 매국노가 아니고 뭐야 그럼.“ <녹취> 박찬정(기자/MBC 9월24일) : "청소년도 보는 국감아닙니까? 뭘 배우겠어요! 차라리 국감장소를 말싸움하는 경마장으로 옮기면 어떨까요?" 파행과 호통 막말 등 의원들의 자질도 문제지만 비판이라는 이름하에 이를 부각해 보도하거나 비꼰다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인터뷰> 고성국(정치 평론가) :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감 맨날 해봤자 여야 몸싸움은 똑같고, 1년 전의 자료화면을 내보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이런 방식의 보도는 결과적으로 우리 정치권의 불신을 조장하게 되고요.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치적 허무주의를 만연시키게 됩니다." <질문> 파행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국감에서는 민생과 관련한 현안이나 주요 국가 과제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았을 텐데. 이를 보다 깊이 있은 시각으로 다뤄 우리 사회에 새로운 의제를 던지는 기사들은 없었습니까? <답변> 그 부분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언론은 의원들이 제기하는 많은 문제들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치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그마저도 국감장에서 오가는 말들을 중심이 됐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미디어 비평은 국감이 시작된 지난 달 19일부터 어제까지 5개 주요 신문의 기사를 분석해봤습니다. 신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의원들의 자료를 입수해 작성된 기사는 많게는 20% 정도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국감장에서 일어나는 공방을 전달하는데 그칩니다. 국감장에서 언급된 문제들 가운데 심층기사로 연결된 경우는 동아일보의 한 건 정도입니다. <녹취> "(동아일보 9/20 03면) 툭하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예비전력량을 늘리려면 개인과 가정, 기업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곳은 기업이다." 시간적인 제약이 심한 방송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에서는 하루 한.두꼭지만 할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목받는 상임위에 한 꼭지가 할애되면 나머지 한 꼭지로 국감 이모 저모를 다루는 식입니다. 특히 국감 이모저모는 1분 30초 리포트 기사에서 2~3개 상임위를 다루면서 분위기만 전달할 정도입니다. <녹취> 조현용 : "오늘 여러 국정감사장에서는 서로 말씨름 벌이다가 파행이 빚어지기도 하고 어떤 데에서는 국감장답지 않게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KBS만이 동아일보처럼 전력난과 관련한 심층 기사 한 건을 다룬 정도입니다. 국감현안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녹취> 방송 정치부 기자 : "일단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데도 시간이 부족한데다 기자들도 새롭게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심층화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의 감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제기된 문제를 실증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언론의 심층적인 접근 태도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인터뷰> 고성국(정치 평론가) : "국정감사에서 그런 중요한 이슈들이 제기가 되면 언론이 그 문제의 구조를 국민들한테 잘 선명하게 설명해주는 것 만으로도 저는 굉장히 중요한 언론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이 제의 2의 도가니, 제 3의 도가니를 보도를 통해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걸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언론의 직무, 언론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질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국감에서 이른바 잠재적 대선 주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결국 정책보다는 미래 권력이나 선거 지향적인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답변> 이번 국감에서는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해 언론의 관심의 초점이 모아졌습니다. 박 전 대표가 상임위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유력 대권 후보이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국감이 시작된 지난달 19일. 중앙일보는 국감 예고기사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의 활동에 주목합니다. <녹취> "(중앙일보 9/19 12면)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8대 국회의 마지막인 이번 국감에서 경제구상을 밝힐 방침이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신문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교하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빅 매치’ ‘맞대결장’‘기싸움’ 등의 수식어를 사용해 여야 유력 대권주자의 대결을 강조합니다. <녹취> "(경향 9월 20일 8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앞뒤 순서로 질의하며 경제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두 정치인의 스타일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었다는 의미부여까지 합니다. <녹취> "(중앙 9월 20일 3면) : "손 대표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일정을 이유로 질의 순서를 박 전 대표 바로 다음으로 바꿨기 때문에 두 사람의 국감 스타일은 자연스레 비교가 됐다." 두 사람이 비슷한 시간대에 화장실을 다녀왔다는 것과 박 전대표가 연필을 돌렸다는 사소한 것까지 양념처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동아일보에서는 평소와 다른 박 전 대표의 적극성을 이른바 ‘안철수 효과’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동아 9월 20일 6면) : "박 전 대표의 질의 장면을 지켜본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전에는 적어온 발언만 읽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결 적극적인 태도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안풍의 영향 때문인지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최근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다." 다음날인 21일에도 박근혜 전 대표의 활동상은 중계됩니다. SOC 투자를 축소해야한다는 박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4대 강 사업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지날달 27일과 28일에도 박 전 대표에 대한 단독 기사를 잇따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299명의 의원들이 말 그대로 나랏일을 감사하는 장인만큼 특정 정치인에게 너무 집중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언론학 교수) : "그것은 기존의 지지율을 더 높이거나 지지층을 더 견고화 시키는 그런 역할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정치인들이 언론을 홍보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거고요." <질문> 이번 국감에서도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각 언론사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기사를 작성한 경우는 없었습니까? <답변> 네, 그런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유리한 부분은 의원들의 입을 통해 부각하고 불리한 부분은 반대로 애써 모른척하는 경향이 엿보였습니다. 지난달 22일 경찰청 국감현장입니다. 대학생의 불법 다단계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이 문제는 중앙일보가 탐사보도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중앙일보는 다음날 올해 국감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고 자화자찬합니다. <녹취> "(중앙일보 9/23 10면 종합)‘거마 대학생 5000명’ 국감 최대 이슈로“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본지가 탐사보도한 ‘거마(거여.마천) 대학생 불법 다단계’(20일자 1.4.5면 등)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감 최대 이슈라는 이 문제는 중앙일보를 제외한 다른 어떤 매체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유형으로는 불리한 부분을 축소하는 경향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거론된 방송사의 광고 영업과 관련한 미디어렙법 설치 문제는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동아와 중앙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기사를 다룬 조선도 방송통신위원장의 입을 빌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전달합니다. <녹취> "(조선 9/23 B07면) : "최시중<사진> 방송통신위원장은 22일“종합편성채널(종편)의 광고 영업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특히 방송 문제를 다루는 방통위 국감에서 극명히 드러납니다. KBS는 수신료 인상 문제를 거론하고. <녹취> 최문종(9시 뉴스 9/22) : “역시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TV 수신료 인상안을 빨리 처리하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녹취> 이병석 :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녹취> 김창수 : "수신료 문제도 이번 회기 내에 조속히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MBC는 자사 예능프로그램을 언급합니다. <녹취> 노재필(기자/뉴스 데스크 9/27) : “국정감사에서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기준이 너무 주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녹취> 전병헌(의원) : "품위유지라는 것은 대단히 주관적인 판단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이 있습니다.) 주관적인 잣대를 가지고 시종일관 무한도전에 대해서..." 이처럼 국정감사를 언론사 스스로를 위해 활용할 경우 보도 전체에 대한 신뢰마저 추락시킬 있다는 위험성이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춘식(외국어대학 언론학자) : "공동체 구성원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 서로 토론하는, 그런 토론을 적극 권장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오히려 지금의 자사 이기주의 중심의 보도는 사회 구성원의 토론을 장려하기 보다는 정치현상이나 언론에 대해서 체념하게 하는 그런 부정적 결과를 가져옵니다." 국정감사는 오늘로서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국감 무용론이라는 말을 언론에서 자주 접해보셨을 것입니다. 파행에다 고성 막말만 오갔고 제대로 된 감사를 벌이지 못했을 때 어김없이 언론에 등장하는 논립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할 때 우리 언론은 국정감사를 제대로 해야 할 의원들과 이를 제대로 준비해야 할 피감기관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해왔는지에 대한 언론은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