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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복잡한 도심을 더욱 짜증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간판입니다. 되도록이면 크게, 되도록이면 현란하게 간판을 내걸려는 상인들의 욕심이 거리를 얼룩지게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간판들도 상당수 등장해서 거리에 신선함을 주고 있습니다. 출동삼총사 오늘은 이해연 기자가 좋은 간판을 찾아서 출동합니다. ⊙기자: 간판에 뒤쌓인 상가건물. 이웃가게에 질세라 저마다 큼직큼직한 간판을 자랑합니다. 도대체 원래 어떤 건물인지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크게, 이것이 상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김명식(상인): 일단 시야가 멀리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영업에 도움이 크게 되죠. ⊙기자: 대형화의 물결 속에서 또다른 공해는 빨간색 간판들, 그 어느 색보다 시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상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색입니다. IMF체제 이후 불황 속에서 빨간 간판은 더욱 늘었습니다. 현행 규정상 빨간색이 간판 전체면적의 2분의 1이 넘을 경우에만 규제 대상입니다. 또한 법에서 규정한 특정한 빨강만 피하면 어떤 곳도 쓸 수가 있어 너도나도 빨강입니다. ⊙조은영(대학생): 빨간색 간판이 눈에 잘 들어오고 강렬하기는 하지만 너무 빨간색이 많으니까 조잡하고, 아무래도 그렇죠. ⊙기자: 이러한 공해 아닌 공해 속에서 서울시에서는 지난 3월부터 불법간판과의 한 판 승부가 시작됐습니다. 크레인까지 동원돼 분주한 작업현장, 3개까지 허용되는 곳이지만 추가로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을 철거하는 중입니다. ⊙인터뷰: 사장님, 저거 불법이니까 가져 갑니다. ⊙기자: 인도를 점령한 입간판도 정비대상 1호. ⊙인터뷰: 지금 내놓은 거예요. ⊙기자: 숨고 숨기는 숨바꼭질 끝에 입간판을 내놓게 된 업주는 핑계를 둘러댑니다. ⊙인터뷰: 사람도 없는데 가져 가는 게 어딨어요? ⊙인터뷰: 얘기하고 가져갔어요. ⊙인터뷰: 누구한테 얘기했어요? 주인도 없는데... ⊙인터뷰: 직원들이 갔다왔어요. ⊙기자: 불법인줄 알면서도 별 탈 없이 지냈던 간판들이 싹쓸이를 당하자 업주들과 단속반 사이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강대왕(서울 동대문구청 광고물 단속반): 술집에서 일하시는 분들, 덩치큰 분들이 나와서 같이, 그래서 다친 사람도 있고... ⊙기자: 저마다의 현란함을 자랑하는 간판들, 각 구청 창고는 이런 불법간판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 구청에서만 석 달 동안 철거한 간판이 무려 3000개나 됩니다. 크기위반과 정해진 갯수를 초과해 설치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같은 무분별한 간판행렬을 뒤로 하고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간판들이 속속 등장해 천편일률적인 거리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푸른 잔디 위에 놓여진 구두 한 짝, 신발가게를 알리는 간판입니다. 청바지 모양을 본 딴 미술작품을 간판자리에 갖다놓은 옷가게. 꼭대기에 마네킹을 앉혀놓은 빌딩, 요리법을 만화로 그린 음식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영희(상인): 깨끗한 이미지 때문에 더 좋아하세요. 글씨가 작아서 못 찾아오시는 그러시는 분은 없으니까 괜찮아요. ⊙인터뷰: 간판으로 인사동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자: 한 시민단체도 간판문화 개혁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서울 시내 주요도로를 다니며 간판을 살피고 좋은 곳과 나쁜 곳을 매달 발표하는 것이 이들의 일입니다. 이번 달에는 인사동 거리 등 5군데를 깨끗한 간판거리로 선정했습니다. ⊙원창수(녹색소비자연대): 간판만 보면 아, 그 집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고, 전달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녹아드는 간판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기자: 이제 상인들도 크고 현란하기만 한 간판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간판을 고민할 때입니다. KBS뉴스 이해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