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원 아닌데, 수강생 절반으로”…코로나 동선 공개 이대로 좋은가?_호텔 비치 그란데 베토 카레로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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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데 괜찮은 건가요?"

강원도 춘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최 모 씨는 지난주 금요일(12월 11일),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최 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로나 19에 감염된 적이 없는 최 씨는 난데없는 연락에 어리둥절하기만 했습니다.

지인들의 걱정스러운 안부 인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뒤 주말 내내 학원 수강생의 학부모들에게 시달려야 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린 게 사실이냐',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도 괜찮겠냐'부터 '학원비를 환불해달라'라는 전화가 줄을 이었습니다.

최 씨 본인도 알지도 못하는 사이, 학부모들 사이에선 최 씨는 이미 코로나 확진자가 돼 있었습니다.


■ "우리 학원 아닌데...수강생 절반으로 뚝"
학원과 교습소에 같은 영어 단어가 들어가고, 위치도 비슷하다.
최 씨는 억울한 마음에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이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의 진원지를 어렵지 않게 발견했습니다. 동선 공개에 문제가 있던 겁니다.

지난 10일, 한 중학생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일부터 비롯됐습니다. 이 학생이 다녀간 곳은 '○○○교습소', 이후 해당 교습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관련 확진자만 현재 17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춘천시에서 공개한 정보는 '교습소'가 아닌 '학원'이었습니다. 학원법에서 교습소와 학원을 엄밀하게 구분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겁니다.

인근 학교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학부모에게 전달하면서, 이름이 비슷한 학원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곳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여기에 인근 학교들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알림 문자가 오해를 더 키웠습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추가 감염을 막겠다며 학원명을 재빠르게 공개했는데, '아파트 상가 ○○○학원'이라고 잘못 전달했습니다.

이 소식이 SNS와 맘카페 등을 통해 퍼 날라지면서, 소문은 걷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확진자가 나온 교습소와 500m도 되지 않은 거리에, 상호까지 비슷하다 보니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튄 겁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비슷한 이름을 가진 또 다른 학원에서도 똑같은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피해를 본 학원 원장들은 "하지 않은 일을 해명하고, 바로 잡기 위해 누차 설명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어림잡아 학원 수강생의 절반이나 학원을 그만뒀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4일에 찾아간 학원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기말고사 준비 기간이라 오히려 붐벼야 할 시간인데도 학생들은 학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 '개인정보 보호' vs '미흡한 동선 불안감 키워' 갑론을박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확진자 동선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자체는 개인보호 측면에서 정보 공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가깝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올해 10월 8일 정보공개 지침을 변경했습니다. 확진자의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접촉자가 파악될 경우에는 장소명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입니다. 확진자의 사생활 보호와 이동 경로에 포함된 장소의 경제적 손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마련됐습니다.

춘천시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확진자의 이동 경로 등 정보공개 지침'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상호 공개는 낙인효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접촉자가 파악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곤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3차 대유행에 맞게 정보 공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동선이 너무 공개되지 않아 조심하기 어렵다', '이렇게 할 거면 동선 공개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 '불안감만 더 조성한다'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공개 범위를 확대한 지자체도 있습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러 명 발생하거나 목욕탕이나 사우나, 학교와 학원처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해 추가 감염 우려가 큰 곳은 접촉자를 모두 파악하더라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과 오보, 가짜뉴스 확산 가능성을 막고, 구체적인 정보 안내와 설명으로 심리 방역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 "부정확한 정보로 생긴 낙인효과는 왜 책임지지 않나요?"

미흡한 정보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애꿎은 피해자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곳이 없습니다.

추측성 또는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부터 바로 잡아야겠지만, 현재 지자체의 정보 공개 수준으로는 이를 바로 잡을 길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사생활 침해가 될 만한 정보를 제외하곤 동선 공개는 투명하게 하고, 확진자 낙인과 같은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상호 비슷해 피해”…동선 공개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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