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흑 합동공연, ‘주객전도’ 뒷말_팀 베타가 되면 어떤 이점이 있나요_krvip

美, 한·흑 합동공연, ‘주객전도’ 뒷말_교황이 몬테 카지노에 폐쇄한 수도원_krvip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한ㆍ흑 사회의 첫 합동공연이 뒷말을 낳고 있다. 한ㆍ흑 갈등을 `문화'란 코드로 풀어보자는 행사 취지가 무색하게 정작 갈등의 당사자인 지역 한ㆍ흑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공연 장소를 갈등의 진원지인 댈러스가 아닌 곳으로 잡은 것부터가 많은 이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27일(현지시간) 오후 공연이 열린 어빙은 댈러스 서쪽의 위성도시로, 올초 댈러스 주민들의 한인상점 추방시위가 벌어진 사우스 댈러스와는 자동차로 강남~분당 거리에 있다. 흑인이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빈민촌인 사우스 댈러스와 달리 어빙은 백인이 65%, 중남미계 이민자를 뜻하는 히스패닉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도시다. 흑인이 접근하기 꺼리는 백인들의 베드타운에, 그것도 하필이면 기독교의 주일인 일요일을 공연 날로 잡은 것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텍사스주는 미국에서 기독교세가 가장 강해 일요일에 음주는 물론이고 가무를 즐기는 것도 금기시되는 곳이다. 널찍한 공연장이 썰렁한 느낌을 준 것도 어쩌면 예고된 결과일 수 있다. 주최 측인 LA 한국문화원은 관객이 예상보다 1천명 적은 2천명, 그 중 흑인은 800명이 온 것으로 추산했지만 지역 한인들의 말은 달랐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1천명이 안됐고, 그 중 흑인은 200명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것도 LA 한국문화원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한국에서 날아온 공연단과 태권도 시범단, 흑인 공연단을 포함한 숫자다. LA 문화원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댈러스 한인회와 손을 잡지 않은 것도 `흥행 저조'에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멀리서 온 `한국 손님'들이 행사의 주인공으로서 공연을 독차지하다 보니 댈러스 한인 동포의 외면을 샀다는 주장이다. 문화원 고위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담당자가 처음엔 한인회 측에 (도움을) 타진했으나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어떻게할까 고민하다가 태권도인사와 선이 닿았고 나중에 한인 상공회의소 지원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인회 관계자는 "전부 거짓말"이라며 "처음 문화원의 말에 `한ㆍ흑 갈등이 일단락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을 뿐인데 어느날 갑자기 다른 쪽과 손을 잡았다는 소문을 듣고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사 준비와 관련해 문화관광부 산하 LA 문화원이 댈러스 등 텍사스주를 관할하는 휴스턴주재 한국총영사관 등 외교부와 아무런 사전 조율도 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원은 공연 개최 사실을 관련 보도가 나간 뒤에 알리고 박석범 총영사에게 연설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원 측은 "우리의 파트너는 영사관이 아닌 공연이 열리는 지역 한인사회"라며 "공연이 열리면 파트너인 지역 한인들이 관할 총영사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관계 부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LA 문화원이 댈러스에서 공연을 하면서 한ㆍ흑 화합이란 타이틀을 붙여 홍보를 하려다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이제 해외 문화 홍보도 한건주의,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시대 조류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