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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수입조건을 놓고 우리측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던 미국이 15일 오후(현지시간) 협상을 접고 귀국하기로 했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옷소매를 갑자기 잡았다. 난항을 겪던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 협상 잠정중단 발표 두 시간만에 극적인 반전을 보이면서 우리측이 놓은 강수에 미국이 일단 한 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벼랑끝 전술' 통했나 외교통상부의 설명을 토대로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우리측은 14일(현지시간) 협상이 끝난 뒤 협상장밖을 지키던 취재진에게 "내일은 하루 쉬고 협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양측의 견해차가 커 협상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었지만 공언한대로 당연히 16일(현지시간) 세 번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5일(현지시간) 오후 상황은 급반전했다. 다음날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던 김 본부장이 뉴욕발 기차를 타고 워싱턴을 떠나버린 것이다. 외교부측은 "워싱턴을 떠난 것은 본부장의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김 본부장이 탄 기차가 출발한 뒤 별안간 서울의 주한 미국대사관과 워싱턴 D.C의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장관급 만남을 더 갖자"는 연락을 해왔다. 원래 16일 만나기로 했던 일정을 외부에 알려두고 김 본부장이 갑자기 자리를 접은 이유나 미국측이 떠난 김 본부장을 붙잡은 정확한 사유에 대해 정부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그 배경은 민간 자율규제의 실효성 담보문제를 놓고 미국측이 우리의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제안을 계속하자 김 본부장이 "그렇다면 좀 더 시간을 갖고 보자"며 짐을 꾸려 떠나는 '강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비공개 브리핑에서 협상장을 떠난 사람을 붙잡는 것이 외교관례에 합당하느냐는 질문에 "과거 미국과 중국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당시 샬린 바셰프스키 USTR 대표가 호텔 체크아웃을 세 번이나 했던 전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외교부의 한 고위 당국자도 "'브링크맨십(brinkmanship:벼랑끝 전술)'이 일단 통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측이 가려는 사람을 붙잡지 않았느냐"고 부연설명을 했다. 아울러 미국측의 입장이 기대에 못미치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협상 연장했지만 앞길 '첩첩산중' 물론 미국이 장관급 협상 연장을 요청한 데는 양측의 어려운 상황이 뒤엉켜 있다. 미국으로서는 과거 미국의 핵심 쇠고기 수출대상국이었던 한국에 빨리 수출을 재개하고 이를 통해 여전히 '쇠고기 빗장'을 걸어둔 일본까지 압박하려는 축산업계의 강한 이해가 걸려있다. 우리측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애초에 양국간 추가협상이 '촛불민심'의 압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합의 자체에 의미를 두는 외교협상으로는 추가협상의 근본 목적인 '촛불 진화'는 고사하고 촛불에 기름을 끼얹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형편이다. 낮은 수준의 타협은 우리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거세게 타오른 촛불민심을 반영한 우리측 요구조건을 미국이 계속 외면할 경우 협상을 계속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쇠고기 문제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고집할 경우 우리로서는 '판'을 깨고 재협상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미국측이 일단 김 본부장을 붙잡았다고 해서 협상이 우리측이 원하는대로 진행될 가능성보다는 또다른 기싸움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정부 내부에서도 지배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상 자체는 난항인 것이 맞다"며 "미국측이 일단 우리를 붙잡았지만 여전히 우리 요구를 잘 들어주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 당국자도 "김 본부장이 얼마나 머물지는 정해진 게 없다"면서 "동양식 사고로는 가는 사람 잡으면 좋은 징조이나 그동안 USTR의 행동으로 봐서는 예측할 수 없다"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