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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줄 서러 왔어? 추워서 밤 못 새워. 우리한테 맡겨."

지난 26일 늦은 밤. 충북 청주의 한 견본주택 옆 도로변.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차를 몰고 골목으로 들어서자 50대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두 명이 다가와 창문을 두드립니다.

견본주택 옆에는 100명이 넘는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미계약 일부 세대를 선착순 분양한다는 소식에 분양 전날부터 사람들이 몰려든 겁니다. 줄의 앞쪽에 서면 좋은 동과 호수를 고를 수 있다 보니 벌어진 일입니다.

이불과 난로에 텐트까지...'분양 전쟁' 방불


줄 맨 앞쪽에는 노란 텐트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쓴 사람들은 팔짱을 끼고 몸을 잔뜩 웅크립니다. 누군가 들고 온 난로 주변에서 곁불을 쬐는 사람도 있습니다. 골목에서 창문을 두드리며 말을 걸었던 중개인들은 이들과 자릿값 흥정을 벌입니다.

그 뒤로 외지에서 달려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습니다. 수원에서 건설사 문자를 받고 달려왔다는 40대 남성은 "여기(청주)가 전망이 밝다"며 주요 아파트 분양 상황을 읊어댑니다. 서울과 대전에서 온 사람들은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떨어지는 수은주...사거나 포기하거나


밤 9시 30분. 견본주택 입장까지는 12시간이 넘게 남았습니다. 체감온도는 이미 영하까지 떨어진 상황.

아이를 안고 온 30대 부부는 30분이 넘는 고민 끝에 앞자리를 샀습니다. 중개인 수수료까지 400만 원을 내고 40번대 자리를 받았습니다. 중개인은 "내일 아침 입장 1시간 전까지 와서 자리를 바꾸면 된다"며 "늦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분양에 떨어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퇴근 직후 달려왔다는 A 씨. "140번쯤 되는 것 같다"는 앞사람 말에 헛웃음을 짓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구나. 나는 가려고요. 여기서 어떻게 서. 내가 30번 안쪽이면 밤새워보겠는데"라며 발걸음을 돌립니다.

'미계약분' 흥행 노리는 건설사


사람들이 밤을 새워가며 견본주택 앞을 지킨 이유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지금은 인기가 없지만 1년만 지나면 'P'(프리미엄)라고 불리는 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팔 수 있겠다고 본 겁니다. 실거주자라면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겠다'는 확신이 있었을 겁니다.

미계약분은 청약을 넣어서 분양을 받고도 계약하지 않은 세대를 말합니다. 애초에 지원자격이 되지 않아 걸러지거나 동과 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분양을 포기한 겁니다. 팔아야 할 물건을 남긴 건설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설사는 '미계약분'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이름을 '잔여 세대'라는 이름으로 바꿔 다시 내놓습니다. 분양 자격을 대폭 완화하고 온라인 신청·추첨이나 현장 선착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람들을 끌어모읍니다. 계약이 또다시 밀린다면 고스란히 건설사 부담입니다.

대리인-투자자-실거주 희망자 순서로


이 틈을 놓치지 않은 사람들이 '대리 줄서기'에 나섭니다. 앞자리일수록 좋은 동과 호수를 받으니 나중에 자릿값을 받고 팔기 위해서입니다.

아파트값이 치솟은 수도권과 대전에서 차익을 실현한 이들도 청주에까지 몰려듭니다.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곳에서 다시 한 번 투자에 나서는 겁니다. 최장기 미분양관리지역으로 남아 있는 청주에 다른 지역 사람들이 몰려온 이유입니다. 정보가 빠르니 실거주 희망자보다 한 발 앞에 섭니다.

청약제도의 허점도 긴 줄을 만드는데 한몫했습니다. 직장이 가깝거나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은 지방이라도 최저 당첨 점수가 40점에 육박합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부부가 무주택 8년, 청약통장 8년이라는 요건을 맞춰야 겨우 넘길 수 있는 점수입니다.

경쟁에 불붙이는 '떴다방' 중개인들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인들은 "뒷줄에 서서는 좋은 물건을 분양받기 어렵다", "미계약 물량을 못 받을 수도 있다"며 실거주 희망자의 욕망과 공포를 자극합니다.

고성도 오갑니다. "지금 와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둘 다 내 손님이었어. 그래서 하나 양보했어. 끼어들길래.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대체" 간간이 고성도 들립니다. '손님'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중개인들끼리 싸움이 붙은 겁니다.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해 이들을 말립니다.

건설사와 투자자, 실거주 희망자에 부동산 중개인까지.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물려 움직이는 하룻밤의 풍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