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2% “마약 해봤다”…마약 시작 주 경로는 병·의원? [탐사K] [‘약’한 사회, 마약을 말하다]_빙빙 번역_krvip

국민 3.2% “마약 해봤다”…마약 시작 주 경로는 병·의원? [탐사K] [‘약’한 사회, 마약을 말하다]_친구 초대 스타 베팅_krvip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는 마약.

지난해만 1만 8천여 명의 마약 사범이 적발됐습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마약 사범이 2만 명이 넘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데 이르게 된 배경입니다.

■ 국내 최초 전국 단위 마약 실태 조사…3.2% "마약 해 봤다."

그러나 실제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약을 하고 있는지 별도의 통계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런 것을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이 매년 대규모 실태조사를 하고, UN이 마약 보고서를 발표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KBS 탐사보도부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9~69세 이상 성인 5천 명을 대상으로 마약 사용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전국 단위 조사로는 국내 최초입니다.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의사의 적절한 처방 없이 치료 목적 이외의 용도로 마약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

3.2% "사용한 적 있다"

"가족이나 친척 또는 주변의 지인이 마약을 경험했다고 듣거나 본 적이 있습니까?"

10.4% "듣거나 본 적이 있다."

3.2%.

'의사의 적절한 처방 없이 치료 목적 이외 용도로' 마약을 사용했다는 답변입니다.

전체 국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60만 명, 조사 대상인 19~69세를 기준으로 보면 최소 120만 명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연간 출생아 수가 25만 명 남짓이니까 5년간 태어나는 국민을 모두 더한 숫자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흔히 '마약 청정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마약 사범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이하, 즉 인구 대비 0.02%가 마약 청정국 기준인데 우리나라도 2015년까지는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3.2%라는 수치는 이 기준치의 160배에 달합니다.

2004년 우리 정부가 UN마약범죄사무소에 제출한 유일한 유병률 자료인 0.68%(전체 마약류 단순 합산 수치)와 비교해도 5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이한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장은 "마약 사용 인구가 전체 국민의 1%를 넘는다고 느껴졌을 때는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3.2%라면 굉장히 심각한 것이다. 이 상태를 현상유지만 하더라도 성공하는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도 "대한민국 자체가 중독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토양을 갖고 있다"며 "2%만 해도 엄청난 수치이다. 그런데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확산세 속에서 그 숫자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7, 8년 전만 해도 마약 중독자 하면 40대 남성, 골방에서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어울려서 다 한다. 그 확산세가 4%, 8% 되는 것은 너무 금방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마약 사용은 본질적으로 '암수범죄(드러나지 않는 범죄)'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즉, 실제 사용하는 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익명성을 최대한 보장해 질문하더라도, 답변자가 자신의 '범죄'와 관련된 정보를 말하기 꺼릴 수 있다는 겁니다.

KBS 설문조사 역시 이 문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첫째, 마약에 대해서 지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둘째,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마약 사용 경험을 밝히는 것은 굉장히 꺼려지는 응답이 될 수도 있다"며 "오히려 3.2%는 실제 마약 사용 인구보다 과소하게 잡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취재진은 "가족이나 친척, 지인이 마약을 경험했다고 듣거나 본 적이 있는가?"라고 추가 질문했습니다.

열 명 중 한 명 넘게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10%가 넘는 수치. 마약을 경험했다는 응답보다 3배 넘게 많습니다.

주변에서 마약 사용자들을 이전보다 쉽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실제 자신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낭희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간접 답변 가능성을 묻는 말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3.2%라는 것에는 굉장히 숨어있는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10.4%라는 것이 좀 더 의미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본다고 하면 본인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고 포장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해국 가톨릭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역시 "미국의 경우 조사를 워낙 많이 하니까 솔직하게 답변하는 비율이 높지만, 우리나라 같이 마약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이 많은 나라에서는 주변에서 한다는 비율이 10%, 15% 나온다면 그것이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마약 경험자 15% "열 차례 이상 사용"…중독으로 가는 길.

모든 마약은 중독성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마약을 경험했다고 답한 3.2%의 응답자에게 지금까지 모두 몇 번 마약을 사용했는지 물었습니다.


80% 이상은 다섯 차례 이하였는데, 경험자의 13.4%는 열 차례 이상 사용했다고 답했습니다.

마약 사용자의 9% 이상은 최근 1년 사이 마약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1년 사이 경험자 중 73%는 최근 한 달 사이 사용했다고 답했습니다.

이해국 교수는 "마약 사용자 100만 명이 모두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보통 10% 정도를 만성 중독자로 보는데 그러면 10만 명이 넘는다.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며 " 약물 중독의 유병률이 3%가 나온다면 너무너무 심각한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수도권과 영호남은 마약 경험자 비율이 고르게 높았고 이에 반해 충청과 강원, 제주는 낮았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모든 수준에서 마약 사용자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현수 인하대학교 교수는 "과거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 주변에서 마약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판매 등 마약을 쉽게 구할 기회도 많아졌고 가격이 많이 싸졌다."며 "지역·경제력 등과 마약 사용과의 연관성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마약 시작 주 경로는 병·의원?

취재진은 치료 목적이 아닌 용도로 "마약을 해봤다"고 답한 3.2%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먼저, 누구를 통해 마약을 처음으로 접했는가를 알아봤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병·의원에서 일하는 의료인을 통했다고 답했습니다.

친구나 선후배, 연인이라는 응답 29.0%보다 20% 포인트 정도 많았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스스로', '유흥직원' 등은 한 자릿수였고, 온·오프라인 판매상을 통했다는 답은 더 적었습니다.

마약을 처음 사용한 장소도 역시 가장 많은 응답자가 병원을 꼽았습니다.

이유를 보니까 "질병 치료를 위해서였다"는 답이 단연 앞섭니다.

처음엔 주로 치료 목적으로 병·의원에서 마약을 접했다가, 이후엔 다른 용도로 마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취재진이 병·의원에서 구할 수 있는 마약류 의약품 문제에 대해 집중하게 된 이유입니다.

김낭희 부연구위원은 "마약 사용 목적은 오남용이라고 하더라도 경로가 법적으로 별문제가 없어서 괜찮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중독되어 있는데도 나는 중독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 이상 마약을 해 봤다는 응답자로 대상을 좁혀서 주로 어디서 마약을 사들였는지도 물었는데, 3분의 2에 가까운 응답자가 역시 병·의원을 골랐습니다.

SNS, 해외 배송, 다크웹 같이 흔히 짐작하는 마약 구입경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치료 목적이 아니어도 마약을 구하는 주된 통로가 병·의원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사용해 본 마약의 종류를 모두 골라달라는 질문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집니다.


가장 많은 답이 나온 대마를 빼면, 졸피뎀을 포함한 진정제와 프로포폴, 살 빼는 약 같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들이 모두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소위 '하드 드러그'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바로 마약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에서부터 오남용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며 "중독 가능성이 큰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 정도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진행했고, 마약 분류는 대검찰청 백서를 활용했습니다.

구체적인 조사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조사기관 : (주)한국리서치
표본 크기 : 5,000명
표본추출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각종 인구구성비에 따른 비례할당 추출
조사 기간 : 2023년 5월 3~12일
조사방법 : 웹조사 (자기기입식 방법)

마약류 중독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마약류 중독 상담 전화 ☎1899-0893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탐사K] [‘약’한 사회, 마약을 말하다] 우리 국민 100명 중 3명 ‘마약 경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08604

취재 : 김용덕, 최준혁, 신지수
데이터 분석 : 윤지희
자료 조사 : 이미쁨
인포그래픽 : 도자인